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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사이먼 몰리: '1948' and Other Paintings
기간| 2021.09.29 - 2021.11.06
시간| 11:00 - 18:30
장소| 갤러리JJ/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 745
휴관| 월요일 ,일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22-397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Simon Morley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1948
    2021 (이미지 제공 = 갤러리JJ) Acrylic and aggregate medium on canvas 152 x 122cm

  • 1914
    2021 (이미지 제공 = 갤러리JJ) Acrylic and aggregate medium on canvas 16 x 22.5cm

  • The Korean Tiger
    2021 (이미지 제공 = 갤러리JJ) Acrylic on canvas 40 x 30cm

  • 1950-1953
    2021 (이미지 제공 = 갤러리JJ) Ink on paper, 4 parts 41.5 x 15cm
  • 			“〮〮〮머뭇머뭇하는 사이에〮〮〮 몇 가지 지속적인 것이 있다는.”  – 프리드리히 횔덜린
    
    21세기 전면적인 디지털 네트워크의 한가운데에서 한편으로 ‘레트로’ 감성이나 각종 빈티지가 각광을 받는가 하면 아날로그적 소통방식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안과 특별함이 있다. 거기에는 시간 자체가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 포함된다.
    갤러리JJ는 텍스트를 회화의 주요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 사이먼 몰리의 개인전을 다시 마련한다. 단색조의 화면을 보여주는 몰리의 작업은 문자와 이미지 간의 관계를 탐색하면서 관습적인 것들의 틈 혹은 ‘사이(in-between)’, 경계의 공간에서 사유한다. 영국 출신의 작가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면서 파리를 오가며 작업하고 전시활동을 한다. 몰리 특유의 조용하고 명상적으로 다가오는 개념적 예술 세계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으면서 많은 미술관들에 작품이 소장되고 컬렉터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더하고 있다. 
    
    2015년 <Korean Works 2010-15> 전시 이후 6년 만에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몰리의 작업에는 연도를 가리키는 ‘숫자’ 그림이 새롭게 등장하고, 붓의 흔적을 허용하지 않았던 매끈한 표면 또한 안료의 물성을 거칠게 드러낸다. 종종 개념미술로 환원되는 그의 작업이 이번에는 ‘문자’라는 관념적이고 이성적인 코드에 앞서서 회화라는 대상을 먼저 만져지는 물질로 감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의 구성은 새롭게 선보이는 ‘The Years’(연도 페인팅) 시리즈를 중심으로 하며, 작가가 10여년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는 ‘Book Painting’(북 페인팅) 시리즈 중에서 한국을 테마로 하는 작품 4점과 영상 작업이 포함된다. 전시 제목으로 대표되는 작품 <1948>은 1948년 한 해, 그 일년간의 역사적 시기를 지시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대한민국정부 수립, 혹은 런던올림픽이 연상되는 등 집단적 기억 혹은 관람자 개인의 소소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글이 새겨진 구대륙의 오래되고 조각난 벽을 연상시키는 이 연도 페인팅들은 이렇게 한 해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폐허의 잔해처럼 낡고 마모된 시간의 흔적이 있다. 텍스트가 바탕에 스며든 듯 흐릿하고 불분명한 화면은 읽기와 보기, 문자와 이미지 그리고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람자로 하여금 천천히 시공을 거슬러 ‘사이’에 몰입하게 한다.
    
    촉각적 글쓰기
    몰리의 예술세계는 보는 것과 읽는 것 사이, 텍스트와 이미지의 은밀하고도 조용한 유희에서 시작된다. 일견 모노크롬 회화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텍스트와 이미지가 희미하게 떠오르는가 하면 이들의 관계 또한 쉽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 작품은 전체를 쉬이 다 드러내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다. 
    그의 지금까지의 작업들을 잠시 살펴보자. 전 주한 영국대사 마틴 유든이 소장한 한국 고서들의 표지를 단색화로 제시하는 ‘코리안 화이트’ 시리즈를 비롯하여 책을 회화로 번안하는 ‘북 페인팅’ 작업, 책을 콜라주하고 각 텍스트 문단을 색면으로 덮어버리는 ‘paragraph’ 시리즈, 고전 영화의 한 장면과 문학적 텍스트를 병치한 작업, 한때는 존재하였지만 지금은 없어진 한국의 정자와 누각들을 그 이름의 영어 알파벳으로 치환하여 문자와 색채의 회화로 보여주는 ‘파빌리온’ 시리즈가 있다. 비교적 최근의 작업으로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개념을 테마로 하거나, DMZ 근처 지역에 거주하는 몰리 스스로의 피부로 와 닿을 수밖에 없는 남북의 경계와 사이를 표현한 ‘parallel’ 시리즈 등이 있다. 한국에 온 이후 한국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이렇듯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예술에서 모티브를 찾아 표현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책과 기록 문서 등 역사를 참조하고 작업의 소재로 쓴다.
    
    이번 작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화가이면서 여러 권의 전문서적을 펴낸 미술사가이기도 한 몰리에게 책과 문자는 뗄 수 없는 요소다. ‘북 페인팅’은 책이라는 매체를 회화로 번안한 것으로, 문화를 혼합하고 영화나 사인보드를 회화로 옮기는 등 매체의 변환을 즐기는 작가의 성향을 대표하는 작업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현대문학』이나 『민화』 등 한국의 예술에 관한 책을 소재로 하였다. 다만 2015년의 전시에서 보여준 한국의 고서를 회화로 전환한 ‘코리안 화이트’ 시리즈가 책 표지를 모두 백색 회화로 전환하였다면, 이번 북 페인팅은 다양한 컬러를 보여준다. ‘한국의 색’이라는 관습을 떠나, 이번에는 책의 소재와 내용, 맥락에 적절한 색을 가져온 것이다. 수없이 되풀이한 붓질의 결과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입체적으로 볼록 튀어나온 문자들은 촉각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몰리는 한 조각의 텍스트만으로도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형태를 끌어올린다.
    
    
    Ruins
    더욱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The Years’ 시리즈의 화면은 전체적으로 알갱이가 섞인 두터운 회화적 마티에르로 인해 시각적 체험을 넘어서 촉각적으로 감지된다. 그 질감은 낡고 오래된 벽처럼 거칠다. 작가는 로마에 체류할 당시 그 지역에서 종종 발견되는 건축물의 잔해에 새겨진 고대문자들의 파편(spolia), 원래의 맥락을 잃어버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파편화된 텍스트들에서 착안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종종 보이는 글자가 쓰여진 오래된 벽체, 방치되고 버려져 소위 ‘고스트 사인(ghost signs)’ (벽 위에 그린 광고가 세월이 흐르면서 벗겨지고 희미해진 것)이라 불리는 것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재사용되어 밑에 여러 개의 광고가 숨어있게 된 ‘고스트 사인’은 덧쓰인 흔적이 가득한 양피지처럼 시간이 중첩되어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광고용 벽은 사라졌다. 만약 온전히 살아남은 게 있다면,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다. 〮〮〮 손으로 그린 벽 광고는 오늘날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었다. 아름답지만 자주 간과되는 예술 작품 말이다.”   - Simon Morley
    
    ‘연도’를 중심으로 하는 이 시리즈에서 화면의 숫자는 20세기의 어느 한 해를 지시한다. 작가는 책, 도록, 포스터 등에 나오는 연도 ‘숫자’를 포함하는 텍스트 일부분을 발췌하여 회화로 재현하였다. 작품은 숫자를 둘러싸고 있는 알파벳이나 한자 등 다양한 문자들을 일부 포함하지만 이들은 쉽게 이해하기에는 애매한 지점에서 잘려 있다. 거친 배경 속에 파여서 흐릿하게 떠오르는 문자들은 미스터리하며 표면 아래에서부터 켜켜이 쌓아 올린 물감 층으로부터 색채마저 이중적으로 숨바꼭질하듯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바뀐다. 희미한 연결고리만 주는, 계획적이고 사유적인 작품이다. 
    수수께끼처럼 함께 있는 텍스트들은 연도의 레퍼런스로 작동하지만, 결코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천천히 우리의 상상력과 질문을 유도한다. 들여다 보면, ‘1917’에는 체코 프라하의 무비스타가 있고 1942년은 『이방인』을 발표한 알베르 카뮈로 향한다. 1969년에는 알렌 긴스버그의 시집, 1943년에는 뒤샹이 관여한 초현실주의 저널 「Almanac」, 잭슨 폴록의 1951년 전시 도록도 들어있다. 마치 폐허화된 부서진 역사 퍼즐을 맞추는 듯 ‘연도 페인팅’은 한세기의 사물과 사건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세계로 열려있다.
    
    
    한편 작품은 작가가 발견하고 선택한 레디메이드 텍스트들이 회화로 재현된 것이므로 각기 다른 양식의 타이포그래피(typography)가 갖는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그의 작품은 텍스트가 화면의 시각적 중심에 놓여짐에 따라 타이포그래피의 디테일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에 따라 글의 또 다른 행간이 읽히는가 하면, 시각적으로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타이포그래피는 흔히 이미지기호와 언어기호가 혼성적으로 소통되는 시스템으로, 쓰기를 시각적인 차원에서 먼저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선사시대 동굴벽화에서부터 인류 문명과 예술의 시초가 된 문자와 이미지는 기원부터 하나였고, 회화에 텍스트가 도입되고 텍스트 역시 시각적 형태를 지닌 이미지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몰리의 작업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 특히 언어 문자에 관하여 생각할 수 있다. 작가는 먼저 영어권 사람의 입장으로, 한국에서 한자와 한글을 접하면서(넓게는 동아시아의 전통적 문자) 언어에 관한 문제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곧 그의 회화에 텍스트와 이미지, 쓰기와 그리기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In time
    연도 페인팅은 이제 막 지난 세기에 대하여 끝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문자와 달리 숫자는 세계 공통의 언어이다. (물론 숫자가 갖는 상징과 의미는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작가는 베트남전쟁이나 월드컵 등의 거대서사를 포함한 연도로부터 관련되는 역사적 실마리로 시작하지만, 작품이 하나의 그림으로 관객들과 만날 때 관객은 어느 해에 깃든 저마다의 추억과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다. 
    특히 이번 연도 페인팅에서 시도한 자연의 색채는 작품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작가는 작업실 주변의 변화하는 자연 풍경을 느끼면서 사계절의 색을 화폭에 담았다. 이처럼 작품에는 역사적인 시간과 관객의 시간이 함께 놓여있으며 또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자연의 시간도 담겨있다. 
    속도의 한계에 도달한 오늘날 삶은 더욱 분주해졌다. 테크놀로지의 속도와 전자책을 비롯한 매끈한 디지털 감성이 지배적인 가운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들이 생겨 있다. 이들에게 대체되고 자리를 내어준 오래된 것들, 고전이나 누아르 영화와 고서, 유령의 벽 광고, 곧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몰리의 화면 속에 있다. 몰리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억압된 것이나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표현한다. 그것은 현실의 매끄러운 시각적 소통이나 빈틈없는 가시성과 대비되는 현존과 부재, 드러냄과 가림의 연출 속에서 유희하며 내러티브를 펼친다. 과잉소통과 과잉소비의 현실에서 오히려 진정한 타자와의 만남과 우리의 경험의 지평은 좁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몰리의 회화는 소란스럽지 않으며 느린 소통 방식으로 작지만 크고, 소박하지만 풍성하며, 아련하지만 지속적이다. 시간적 중력의 부재로 인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러한 머무름과 지속의 경험이야말로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
    작가의 작업실 책상 앞에는 6년 전처럼 여전히 마크 로스코와 정선의 금강전도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있다. 몰리는 20세기 현대미술에서 모더니즘의 이상과 뒤샹의 실천 사이, 서양의 관념과 동양의 여백 너머에서 사유하며 ‘회화’ 형식을 탐구 중이다. 이번 사이먼 몰리의 전시에서 세상 속 가리워지고 나눠진 것들 사이, 시공의 노스탤지어, 그 부유하는 시간 속에 잠시 머물러도 좋을 것이다.
    글│강주연 Gallery JJ Director
    
    
    (출처 = 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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