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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박이도 : 검은 숲
기간| 2022.07.06 - 2022.07.27
시간| 10:30 - 18:30
장소| 갤러리 조선/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5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23-7133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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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박이도 Big Blue
    2022 Oil and Wax on Wood 110 x 110cm
    (이미지출처 = 갤러리조선)

  • 박이도 black forest
    oil on wood 244 x 200 cm
    (이미지출처 = 갤러리조선)

  • 박이도 Swaying Green
    2022 Oil on Paper 46 x 61 cm
    (이미지출처 = 갤러리조선)

  • 박이도 Through her eyes
    2022 Wax on Wood
    (이미지출처 = 갤러리조선)
  • 			검은 색이 아니었던 ‘검은 숲’을 기억하며 – 박이도 개인전에 부쳐
    글. 김인선
    
    박이도 작가는 2022년 7월 갤러리조선에서 진행하는 개인전을 위한 ‘풍경화’를 본격적으로 다 루는 동안 과거 ‘검은 숲’에서의 강렬했던 감흥을 회상한다. 이 전시의 제목인 “검은 숲”은 독 일 라인강 동쪽으로 뻗은 산맥인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를 번역한 단어이다. 박이도는 2006년 프랑스 디죵 보자르로 유학을 떠나 스트라스부르 지역의 학교로 옮겼던 당시인 2010 년도에 ‘검은 숲’을 만났고 이곳에서의 산책을 즐기곤 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그림을 위해 사생을 해 온 작가는 직접 야외로 들고 나간 캔버스 위로 10여 년 전 경험했던 감각을 소환 하여 그 기억의 흔적을 현 시제의 풍경 속에 혼재시킨다. 기존 작업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의 전환을 꾀하며 새로운 범주인 ‘풍경’을 시도한 지금의 박이도의 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전 작업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박이도는 대상의 ‘묘사’에 집중해왔다. 그는 특정 대상의 표면에 가공된 질감을 가함으로써 모 종의 환영(illusion)을 구현하며 시각적 효과를 환기시키곤 했다. 그런 이유로 그가 다루는 표 면은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종이, 캔버스를 포함하여 합판, 석고, 유리, 도자, 입체조형 물, 일상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가 회화 물감의 지지체가 되었다. 이는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꾸준히 선보였던 다양한 작업으로부터 살펴볼 수 있다. 2013년부터 제작하여 2015년 에 발표한 작품 <휴먼 패턴>은 주변인들을 모델로 한 작업이다. 모델의 측면 실루엣을 그린 작은 정사각형 석고판들을 정렬하여 설치한 회화 연작이다. 그는 인물 자체를 묘사하는 대신, 해당 인물의 옆모습을 좌우 대칭으로 병치하여 형성되는 공간을 활용하였다. 작가는 각 인물 의 직업, 성격, 직업 등을 파악하여 특정한 무늬와 질감의 돌 혹은 나무 기둥으로 세밀하게 묘사하여 특정 인물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초상 개념을 보여주었다. 2017년도에는 <괴석 도> 시리즈를 통하여 실체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야기하는 시각적 질감을 제시했다. 즉 괴암 괴석을 표현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굳어진 나무를 묘사한 것으로 그 시각적 혼란을 대상에 덧씌워버리는 회화 시리즈이다. 박이도의 뛰어난 묘사력은 2016년도에 발표한 에 서도 빛을 발한다. 이 시리즈에서 제시한 회화적 착시는 일상의 오브제가 단단한 대리석 혹은 나무로 둔갑하는 등 연금술과 같은 판타지를 제공하며 관객들의 유희 감각을 증폭시켰다. 이 처럼 감각의 반전을 꾀하는 미시적 묘사의 전략은 작가의 집요한 관찰을 통하여 실현되었다.
    최근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박이도는 꾸준히 그려왔던 드로잉 수첩을 보여주었다. 여 행을 하면서 몸에 지니고 다닌 수첩에는 즉흥적으로 그린 드로잉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별히 정해놓은 주제나 대상이 아닌 연상되는 이미지, 기억이나 상상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혹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캐치한 이미지 등을 수시로 그렸다. 그가 다루는 드로잉의 필체는 길거나 짧은 직선이기도 또는 곡선이기도 한 균일한 힘이 가해진 정갈한 선이다. 교차하는 선이 일정 한 간격의 망을 만들어 면을 표현하고 부피감을 만들었다. 또는 유려한 곡선으로 대상을 간소 화 하면서도 정확하게 그렸다. 과하게 뻗거나 적당하게 얼버무리지 않은 표현을 위한 군더더 기 없는 선들이다.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번진 물감 자국에는 이를 기점으로 연상하여 완성해 나간 이미지들도 자유롭게 그려져 있었다. 이는 2021년부터 제작되고 있는 <외강내유> 시리 즈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 콜라쥬에 중첩한 꽃, 잎 등의 식물을 묘사한 이 작업은 사진과 그 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할 정도로 사실적 표현을 시도한 작업이다. 역시나 여기서도 대상과의 근접한 거리에서의 묘사의 과정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러한 성향이 변화를 가지게 된 것은 최근에 풍경화를 다룸으로써 본격화 되었다.
    박이도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잎이 넓거나 두껍거나 얇거나 잔잔한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작가는 이들을 바지런하게 정성들여 돌보고 있었 고 이들은 적당한 온도와 수분과 빛에 충실하게 반응했다. 제각각의 모양을 가진 식물들은 드 로잉이나 세밀화로 표현되는 등 종종 박이도의 그림을 위한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식물은 환경 에 적응하며 자라나는 흔적이 유기적인 동시에 기하학적인 법칙을 가지고 일정하고 반복적인 패턴을 형성한다. 그러고 보니 박이도의 선은 식물을 근거리에서 묘사하는데 최적화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방향과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주어진 환경에 따른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규칙적인 삶의 순환을 따라가고 있는 식물의 모양새를 그리는데 알맞은 훈련된 선이다. 시간 이 갈수록 식물을 키우고 관찰하는 동안 이 규칙적이며 생의 법칙에 충실한 생명체는 박이도 에게 여러 가지 종류의 붓을 움직이는 방법을, 길고 짧은 선을 다루는 태도를,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색과 형태에 대한 감흥을 제공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은 환경에 따라 반응 하는 성장 속도나 잎과 줄기의 모양새 등 생을 지속하기 위한 본능적인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는 점이다.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풍경화들은 마치 그가 키우는 식물들처럼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껏 묘사해온 방법으로는 그 감각을 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개별화된 모양으로 드러났던 대상들은 이제 화면 전체를 채우며 꿈틀거리는 색감의 움직임 속 으로 흡수되었다. 어떤 캔버스는 번져나가는 색채를 주 배경으로 삼았고, 어떤 캔버스는 얇고 긴 붓 터치를 반복적으로 그려나가며 화면을 점유해갔다. 또 어떤 캔버스는 나뭇가지들의 자 유분방한 뻗침에 조응하며 선의 불규칙한 패턴을 이어나갔다. 혹은 화려한 색감이 흩뿌려지듯 꽃의 만개가 가득한 화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 “검은 숲”이 박이도에게 중요해 보 이는 것은 이처럼 기존의 작업 형식으로부터 벗어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태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나의 대상을 집요하게 들여다 보아왔던 묘사의 대상은 이제 꽤 먼 거리 에 위치한다. 작가와 대상 간 크게 벌어진 거리의 변화는 화면 속에서 그 대상이 조화롭게 섞 이거나 스며들고, 엉켜가면서 표현되었다.
    
    그의 작업 노트에는 아버지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는 풍경에 대하여, 어머니가 알려준 눈 을 감고 볼 수 있는 풍경에 대하여, 아코디언 선생님과 나눈 음에 대하여, 형과 책, 딸의 빛나 는 얼굴 등 가까운 주변인들과의 기억을 상기하며 떠올리는 감각들이 기록되어 있다. 가령 어 머니와 함께 눈을 감고 바라본 풍경을 표현한 , , 등은 나무위에 왁스를 사용하여 추상화된 이미지로 구현한 회화로서, 마치 당시의 기억 을 물리적으로 현현(顯現)하듯 왁스와 물감, 연필 등을 번갈아가며 문지르고 반복하여 쌓아나 가며 표면질감을 구축하였다. 불규칙하게 형성된 표면의 거친 요철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드럽 게 퍼지는 색의 그라데이션을 환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작품 제목은 표면으로 남겨 진 색감과 작가의 개인적 기억에서 추출된 감각이 어우러진 단어로 버무린 주관적 감각을 지 칭한다.
    
    박이도의 작업실에서 아코디언을 발견했다. 잠깐 동안 즉흥 연주회가 열렸다. 작가는 오랫동안 연주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미 몸에 익은 연주는 오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 웠다. 그의 손가락이 누르는 악기의 복잡한 건반들은 반복된 훈련을 통하여 체화된 움직임으 로 늘 연주했던 곡을 쏟아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순전히 손끝 감각을 통하여 건반의 정확한 음을 짚어냈다. 그 음색과 박자의 흥에 적당한 공기를 배합하면서 풍부한 음이 울려 퍼졌다. 그의 그림은 아코디언을 배웠던 과정과 연주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음색과 닮아있다. 앞서 언 급했듯, 박이도의 풍경화에는 그의 관찰과 묘사 사이에 기억 속 다양한 감각이 개입되고 있 다. 그래서 ‘풍경’은 박이도가 지금껏 몰두한 묘사적 방법론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는 적정 한 소재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마주했던 ‘검은 숲’의 가을은 특유의 마른 바람과 낙엽의 향,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적당한 숲의 소음이 있었다. ‘검은 숲’의 여름은 뜨겁기도 습하기도 한 공기를 머금은 생동감으로 가득한 다양한 초록빛이 무성하였다. 그것은 시각적 묘사로는 충분 치 않다. 환경의 변화를 환기하고 이를 대입할 수 있는 숲의 표정과 감각을 옮기기 위하여 작 가의 자로 잰 듯 정확했던 묘사는 점차 그 경계선을 비집고 나와 그가 흥얼거리는 몸짓과 함 께 자유로워졌다. 보다 과감해진 박이도의 화면은 거칠게 휘몰아치거나 빠르게 힘을 가하거나 쭉쭉 뻗어나가다가 사라지거나 꺾이는 등 예기치 못한 선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잔잔하고 고 요한 한때를, 때론 습하고 어두운 냉기를, 선선하게 부는 상쾌한 바람을 연상케 한다. 단지 그 려진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감흥만이 아닌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은 관객 들에게 이 전시 공간 안에서 다양한 공기를 만끽하게 할 것이다.
    
    
    (출처 =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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