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리차드 케네디는 춤이란 붓 없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림은 캔버스 표면에 박제된 춤의 잔상일 것이다. 그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캔버스 위에 레이어를 쌓는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반복적으로 텍스트를 써나가는데, 여기서 각 텍스트는 하나의 캐릭터처럼 자신만의 글씨체, 크기, 단어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큰 붓을 이용해서 화면을 쓸어내린다. 마지막 과정으로 인해 그의 작업(오페라)은 막으로 덮이고 관람자와 그림이 전달하는 메시지 사이에 경계가 형성된다. 그림에 등장하는 단어는 성 소수자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이며 매스컴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추상화된 코드이다. 그 언어는 표백되고 때로는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림을 제작하는 이 수고스러움은 성 소수자 공동체가 사용하는 언어의 상황을 은유하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