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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주희 개인전 <펜, 빠른속도로 종이를 통과한다 이때 방울토마토는 높이 점프한다>
기간| 2020.02.20 - 2020.03.05
시간| 12:00 - 19:00
장소| 중간지점 하나/서울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3가 296-31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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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박스에서 나와 (‘)펼쳐지는(,) 조각들(’)에 대한 이야기

김주희: <펜, 빠른속도로 종이를 통과한다 이때 방울토마토는 높이 점프한다> (공간 가변크기)

어릴 적 만지작거린 나무 블록. 때깔 좋고 여러 형태로 나온 나무 블록. 뾰족한 것, 길쭉한 것, 덜 길쭉한 것, 작은 것, 예쁜 것, 부엌에서 본 어떤 과일(사과라고 들은 것 같다) 같은 것. 손으로 들기에 무거운 박스를 간신히 들어 올려 가지각색의 조각들이 바닥에 펼쳐진다. 이제부터 조각들은 내가 만드는 세계로 작동한다. 네모난 블록 세 개가 전철, 블록 하나는 버스, 자동차는 녹색 네모, 평평한 블록을 이어 붙여 각각 노선을 만들었다. 나름의, 어쩌면 어처구니없는, 상징체계? 그러다가 또 다른 블록을 선물 받았다. 그것은 이미 완성도가 박스에 그려져 있었고, 나는 아주 충실하게 그 이미지를 따라 집을 만들었다. 하나하나가 의미와 역할을 확실하게 지닌 구성요소들. 쌓아 올리고 누가 지나가면 무너지고를 반복했던 나무 블록과 달리, 확실히 그 집, 아니 그 블록은 단단한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기능은 형태를 따르게 된다?”“부분은 전체를 따른다/전체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더 단단한, 그러기에 무너뜨리기 어려운 상징체계? 더 이상 네모난 것은 단순히 네모난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것은 창틀로 불리고, 또 어떤 것은 벽돌이라 불렸고, 어떤 것은 울타리로 불렸다. 이렇게 블록 놀이를 할 때 의미와 구조를 추구하게 되면서 조각들은 형태 자체로 있을 수 없게 된다.

김주희의 작품에서 우리는 어떤 특정 의미나 역할, 그리고 전체상에서 벗어난 개별 도형들의 조합으로 등장한다. 개인전 제목 <펜, 빠른속도로 종이를 통과한다 이때 방울토마토는 높이 점프한다>에서 펜, 종이, 그리고 방울 토마토는 어떤 기능을 드러나는 대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거기서 형태와 기능은 각각 분리되어 묘사된다. 방울 토마토는 이제 가만히 있거나 입김에 뒹구는 대상이 아니며 펜은 종이를 속도감 있게 통과해버리면서 글을 쓰고 또 글이 적히는 역할에서 벗어난다.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기하학적 형태는 실제로 어떤 물건들의 윤곽을 담고 있지만, 그것은 어떤 기능과 역할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로 등장한다. 여러 색감과 형태의 조합으로 구성된 작품은 어떤 전체의 일부로도 어떤 기능을 따르지 않는다. 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것은 특정할 수 없는 대상과 설치라는 사건의 전개이다. 조각 작품이 일반적으로 어떤 완결된 형태를 갖추어 전시된다면, 그의 설치 작품은 개별 요소들의‘조합’이다. 이‘조합’은 하나로‘통합’된 즉 전체-일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달리, 흩어져 배치되는‘산개’의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품은 요소들의 끊임 없는 탈주에 근거한다.  특정 사물(사과나 펜 등등)의 지시적 형태로부터, 그 사물에 부여된 역할 혹은 기능에서, 그리고 통합에 근거한 전체에서 벗어난 것들의 자리로서 작품은 펼쳐진다.

전시 공간에서 만나는 요소들은 우발적인 관계를 이루는 점에서 보자면, 장치로 통제된 피슐리 앤 바이스(Peter Fischli and David Weiss)의<The Way Things Go>(1987)와도 다를 뿐만 아니라 화면 안에 물건의 윤곽들을 강조하여 페티쉬적으로 다룬 마이클 크랙-마틴(Michael Craig-Martin)의 일련의 페인팅과도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개별 요소들은 (작가가 말하는 대로) 끼워지고, 올려지고, 기대게 되는데 이때 이 동사는 형태에 기능을 최소한으로 부여한다. 요컨대 그 펼쳐진 장 안에서 요소들을 보여주는 데에만 동반되는 기능들이다. 따라서 물건들이 어떤 장치로 재작동하는 피슐리 앤 바이스의 작품 혹은 특정 물건들의 시각적 매력을 유도하는 크랙-마틴의 작품과 달리, 그의 작품은 작가가 말하는‘블록 놀이’의 아주 원초적인 단계로 돌아간다. 지시적 형태와 역할, 나아가 전체에 근거한 부분이 되는 것보다 전인 원초적인 단계에서, 개별 도상들은 조합과 따로 있기를 반복한다. 그것들이 박스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부딪혀 여기 저기 흩어진다. 그때 예측할 수 없는 조합과 형태가 그려진다. 우리는 그 순간을, 바로 박스에서 갓 꺼낸 나무 블록들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전시장에서 목격하게 된다.

콘노 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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