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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서소형 < Void : Mute >
기간| 2021.03.23 - 2021.04.06
시간| 10:30-18:30
장소| 갤러리 조선/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5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23-7133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서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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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The Hermming
    2020-21 (이미지 출처 = 갤러리 조선) 단채널비디오, 사운드 1분 42초

  • Tacet
    2020-21 (이미지 출처 = 갤러리 조선) 스피커 바, 무음, 종이박스

  • Stay Healthy
    2020-21 (이미지 출처 = 갤러리 조선) 단채널비디오, 무음 6분 14초

  • Walking in the Silence
    2020-21 (이미지 출처 = 갤러리 조선) 단채널비디오, 사운드 6분 35초
  • 			변지수 (독립 큐레이터)
    
    „그의 작품에서 사용되는 악기 소리는 마치 자신의 이름을 존재로써 발현하는 동물 같다.“
    철학가 테오도르 W. 아도르노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에서 들려오는 악기 소리를 이처럼 묘사한다. 악기가 소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발하는 순간. 
    서소형 작가는 „그들의 허밍“(2020)에서 산의 풍경을 원경에서 근경으로 다가간다. 어둑한 하늘 아래, 산등성이의 실루엣을 비추는 원경이 나무가 저마다의 선명한 초록빛을 발하는 근경으로 바뀐다. 이 가운데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의 첫 소절을 담당하는 악기 바순의 솔로가 가느다랗게 울려 퍼진다. 아직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듯, 다양한 악기들의 산발적인 소리, 연주자들의 숨결, 기침소리, 말소리가 이어지는데, 초록빛의 화면은 어느새 어둠이 되고, 우리는 들려오는 소리 만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이번 전시와 각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의 허밍“에서 사용된 „봄의 제전“과 특히 바순 솔로 부분에 대해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러시아 출신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이름을 음악 역사에 새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인 „봄의 제전“을 1913년에 발표한다. „봄의 제전“을 시작하는 관악기 바순의 고음은 소위 말하는 „날것의“, 원초적인 음색을 되살리고자 한 스트라빈스키의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러시아 전통 문화, 지방 농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노래의 순수하고, 가다듬어지지 않은 음색을 세련된 오케스트라 악기를 통해 표현하는 작업에는 수많은 새로운 시도를 요구했다. 당시 오케스트라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솔로로는 듣기 어려웠던 관악기들을 사용하고, 타악기의 소리를 앞세운다. 관현악곡 „동물의 사육제“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도 그 역사적인 파리 초연에 자리했는데, 그가 이 바순 솔로부분을 듣고, 이 악기가 대체 무엇인지 물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더불어 생상스는 „이 악기가 바순이라면, 나는 (코가 빨간) 비비코 원숭이겠네.“라는 웃음 섞인 소리로 답함으로써, 스트라빈스키가 의도했던, 바순의 새로운 음색에 대한 충격을 표출하기도 했다.
    시간과 장소를 넘어,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또한 이러한 „날것의“ 충격을 경험한다. 그는 „슬픈 열대“에서 브라질 원정도중 만난 남비크와라 부족 남자들에게 그들이 의식에서 사용하는 대나무 악기와 그 소리를 들려줄 것을 부탁한다. 어느 날 밤, 원주민 남자들은, 그를 깨워, 이들의 거처와 멀리 떨어진 깊은 숲 속으로 인도한다. 
    „네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각의 악기가 모두 같은 음색을 내지 않았기에, 이상한 하모니가 이루어졌다.“ 
    
    레비스트로스는 그들의 연주를 이처럼 표현하면서, 이 소리가 이상하게도 „봄의 제전“의 „조상에 대한 의식“속 관악기가 내는 소리와 닮았다고 회상한다. 서소형 작가는 이번 전시와 „그들의 허밍“을 구상하면서, 지구 반대편, 깊은 숲 속에서, 그가 들었던 원주민의 연주는 과연 어떠한 소리였을까라는 상상에 기반을 두었다고 한다. „슬픈 열대“에서 묘사된 카두베오 원주민의 얼굴에 그려진 문양은 „Tacet“(2021)작업에서 시각적 모티브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라진 이들 문화에 대한 암시는 이번 전시 제목인 „말없는“ 혹은 „음소거“를 의미하는 „뮤트“에서도 엿보인다.
    또 한번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작가는 현재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뮤트“는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은 공공장소에서의 대화, 카페의 풍경등에서 사람들의 대화 소리들이 줄어들고, 또는 사라지는 기이한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오스트리아 레지던시에서 경험한 팬데믹 상황이 녹아든 „Stay healthy„에는 화면 안에 오스트리아와 부산의 광경이 마치 오스트리아 관계자와 작가의 대화처럼 오고 간다. „tested negativ“, „infected“, „sorry“,„very sorry“등의 단어는 팬데믹 상황과 그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 또한 대화속 미묘한 어조나 어감를 다룬바 있다. 프랑스 언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유학생과 교수님과의 대화가 반복 재생되는 „시간과공간의간격„(2011). 또한 „소수를 위한 노스탈지아 op 55748“(2017)에서는 같이 언어보다, 부수적인 숨결이나 말의 이어짐과 끊어짐등을 통해, 인터뷰 상대를 그 소리만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신작 „Stay healthy“에서는 (이메일 상으로 진행된 대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몇몇 단어들이 서브타이틀로 천천히 부유하듯 나타나고 사라진다. 대화 속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강조된 듯 보이는 단어들이나, „워킹 인더 사일런스“에서 들려오는 둔탁하고, 삐그덕 거리는 피아노 음이 마치 격리 상태 속, 혹은 일상의 대화가 단절된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도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선율을 떠올리게 하고, 사라져간 그들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게 함으로써, 관객을 상상 속,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한다. 상상은 과거,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싹트게 해주는 씨앗이 된다. 덧붙여 서 작가는 경기 창작과 오스트리아의 레지던시에서 지난 1년동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문화권의 소통이 가지는 모순성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였다고 한다.
    „이 모순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 문화는 다른 문화와의 소통이 적을수록 다른 문화에 의해 몰락할 확률이 낮다. 반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 문화권의 밀사들이 문화적 다양성의 풍요로움과 중요성을 이해할 확률도 낮아질 것이다"
    
    (출처 =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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