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이현정 작가는 ‘달나라 장난’(김수영) 같은 작업을 한다. 달 속의 검은 무늬를 흔히 토끼 귀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 팽이얼굴이다. 두 개의 팽이의 강렬한 회전결합에 의해 달이 구성된다. <김치>가 딱 그러한 형국이다. 즉 호랑이 꼬리가 거대한 몸통을 뒤흔들듯이 그런 관점으로 <김치> <자화상> <변기 인간>을 봐야 한다.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처럼.” 간난고초와 곡절, 신산스런 삶의 개인사가 비현실적일 만큼 가혹하게 작가에게 들이닥치지만, 작가는 마조히즘의 지혜 즉 “초감각적 본능으로 그런 현실을 뛰어넘는다”(들뢰즈). 대상의 재현처럼 보이는 세계가 사실은 너무 빠르게 회전하고 있어서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이다. 목마른 새가 물 앞에서 세차게 고개를 돌릴 때 순간적으로 팽이가 되듯이, 팽이의 강렬한 각속도가 문득 달을 조형해내듯이. 달 속의 검은 무늬가 사실은 너무나 눈부셔서 순간적인 안맹[盲] 상태를 일으키는 명[暝]인 것처럼. 이러한 미시적 무의식의 연쇄에 의한 작업이 이현정 작가의 작업 특징이다. 이는 그 모든 삶의 비현실적인 강도에도 불구하고 차 한 잔의 향기 속에 담담하게 넘어서는 작가 자신의 야생적 이성으로부터 연유한다. 그의 텍스트 <씨발>은 이러한 과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즉 자신의 변성된 의식의 흐름이 단순한 분노의 고발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발[發]하게 하는 패러독스를 품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채고 있다. 일종의 일상적 신비주의의 태도로 돌고있는 팽이의 울긋불긋한 무늬, 그 유동적인 무늬를 보라. (출처=갤러리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