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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흘러넘치는, 피어오르는, 되돌아가는
Exhibition Poster
기간| 2025.11.08 - 2025.11.29
시간| 수~토요일 13:00~19:00
장소| 공간 Unoccupied gaps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115길 40/원호빌딩 지하1층
휴관| 일요일~화요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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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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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이 아닌 것으로 책을 말하기
    
    정찬용
    
    이번 전시는 책을 다루지만, 그 어떤 책도 전시되지 않는다. 우리는 책을 ‘보여주는’ 대신, 책이 될 수 있는 가능태를 ‘공간으로 실험’하고자 했다. 김대욱 디자이너의 제안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책이 아닌 것으로 책을 말하기. 전시장은 종이와 제본이 아닌 벽과 바닥, 보와 천장으로 책의 질서 — 리듬, 호흡, 판형 — 를 번역한다. 이는 과거 잡지 그 자체를 전시로 조직했던 세스 시겔럽의 실험적 프로젝트로부터 방향을 바꾼, 일종의 역함수다. 누군가 전시를 지면으로 옮겼다면, 우리는 지면의 구조를 공간으로 펼친다.
    여기에는 별도의 작품이 없다. 다만 책의 자리를 닮은 바닥, 페이지가 펼쳐질 벽, 표지가 될 문과 손잡이, 제본의 흔적처럼 이어진 균열과 도장이 남아 있다. 그것들은 지워진 것이 아니라 이미 쓰인 문장처럼 공간을 채운다. 관람자는 책장을 넘기듯 걸으며 아직 쓰이지 않은 문장을 마주한다. 책은 더 이상 손에 쥘 수 있는 물체가 아니라, 몸으로 읽히는 상태가 된다. 읽기는 눈의 기술이 아니라 신체의 사건이며, 보기는 머무름이 아니라 감각의 재분배다.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들리며, 누가 말할 수 있는지 — 이 전시는 그 감각적 질서를 새로이 조정한다.
    
    ‘탈물질화’의 오래된 테제는 여기서 역설로 작동한다. 책의 부재가 곧 물질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벽면의 톤, 바닥의 결, 보의 단차가 책의 물성을 역으로 드러낸다. 물질과 비물질은 서로를 구축하며, 형식과 내용은 앞서거나 뒤서지 않는다. 공간은 기하가 아닌 거주의 시학으로, 체험은 해석이 아닌 체현으로 도착한다. 면과 면이 맞닿는 찰나에 책이 생겨나듯, 시선과 발걸음이 만나는 순간에 문장이 발생한다.
    
    이 프로젝트는 동시에 관계의 형식이기도 하다. 큐레이터는 이후 진행될 공간 프로젝트를 책의 형태로 아카이브하기 위한 과정을 설계하고, 디자이너는 의뢰-수행의 위계를 벗어나 전시 언어를 몸소 체화한다. 역으로 그는 자신이 믿는 ‘책’의 감각과 가치관을 전시라는 교차점에서 해체·제시함으로써, 의뢰자에게 자신의 작업세계를 번역 없이 전달한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결과물이 아니라 상호 이해의 장치이자, 규칙과 변수, 실패와 유예를 기록하는 운영 로그이다.
    
    제목이 말하듯, 이 전시는 단일한 형태로 닫히지 않는다. 흘러넘치고, 피어오르고, 되돌아가는 것은 매체와 공간, 말과 몸, 제도와 습관을 가르는 경계 위에서 반복된다. 책으로부터 피어올라 공간을 거쳐 다시 책으로 되돌아오는 그 순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아닌 것으로 무엇을 말하기’라는 질문을 잠시 같은 문장으로 읽는다. 전시는 완결된 책이 아니라, 책이 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 관람자의 걸음과 함께 다음 페이지를 연다.
    
    
    김대욱의 노트에는 책을 향한 믿음의 두께와 투명함이 함께 배어 있다.
    전시는 그 미묘한 결 사이에서 피어나고,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간다.
    흘러넘치고, 피어오르고, 되돌아가는 그 리듬 속에서
    책과 공간,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의뢰자와 응답자가 잠시 같은 문장을 함께 읽는다. 
    *출처 및 제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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