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자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그의 작업은
손상된 필름에 의해 사라진 대상, 자고 난 후 몸에 남은 흔적, 인물의 정지와 떨림 등 불명료하게
감지되는 순간들에 주목한다. 김유자의 사진은 고정된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지 속에 스며있는 미묘한 움직임과 생동감이 나타난다. 이는 인물이 숨을 참거나
내뱉는 찰나,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기척, 또는 무언가 전환되는 듯한 긴장감으로 관객에게
다가오고, 이러한 감각은 점차 ‘보이는 것’만큼 선명해진다. 김유자는 이처럼 시각적 경험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고 확장되는 순간을 통해 사진이 다성적인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러한 탐구는 종이의 물성과 프레임의 변주, 공간에 조응하는 설치 방식을 통해
한층 심화된다. 이번 전시에서 김유자의 작품들은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유동적이고 일시적인
광장을 형성하며 과거에 잃어버린 무언가, 혹은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 장면을 함께 상상하고
기다리도록 이끈다. -*출처,제공:두산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