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해는 사회적 규칙, 기술 환경, 미디어를 통과하며 변화하는 신체의 물리적 성질과 위치를 다양한
매체로 탐구한다. 작가는 지난 작업에서 폴 댄스와 페어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규칙이 생산하는 몸의 특정 행동 양식에 주목하고 이를 재구성해 왔다. 최근 퍼포먼스
작업 〈Black Maria〉(2023)와 개인전 《Glove box》(얼터사이드, 2024)에서 그는 카메라,
X-ray와 같은 광학 장치 아래 신체가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분절되고 사물화되는 현상을
고찰하며, 이를 통해 동시대 신체가 놓인 위계적 구조를 드러내는 동시에 몸의 주체성이 상실되거나
회복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정동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에서 장영해는 첨단 미디어와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신체의 생명력이 감각적으로 무뎌지고 왜곡되는 양상을 살핀다.
〈annie, cobalt〉(2025)에서 그는 전쟁이 미디어 환경에서 스펙터클로 소비되고 학살 현장이
골프장으로 덮여 버린 현실을 통해 폭력이 비일상적 충격에서 벗어나 익숙한 환경으로 스며드는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또한 〈blur, blur〉(2025)는 평균적 완벽성을 추구하는 AI 기술이 인간의
구체적인 감정과 몸짓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탐구하며, 기술이 초래한 현대적 ‘바디 호러’를
들여다본다.-*출처,제공:두산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