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근영(b.1984)은 도자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삶의 조건 속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책임, 관계의 무게를 재료 위에 담아낸다. 깨지고 일그러진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과정은 단절된 것을 다시 엮고, 망가진 것을 회복시키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하다. 홍근영은 도자라는 매체에 오래된 믿음의 형식을 불러들이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손으로 빚은 얼굴과 형상들은 작가가 살아오며 마주한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닮아 있으며, 고통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공유함으로써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온 이야기》는 시간과 기억, 감각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각기 다른 매체와 감각 언어를 통해 펼쳐진 이질적인 시간들은, 우리를 미래의 잉여물과 기억의 파편 앞에 다시 서게 한다. 이 전시는 말로는 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미지로 직면하게 하며,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서사를 상상할 수 있는 감각의 공간을 열어둔다.
*출처및 제공 :피비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