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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긴 지금
기간| 2021.08.20 - 2021.09.18
시간| 11:00 - 18:00
장소| d/p(Dslashp)/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8/417GH
휴관| 일, 월,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1599-1968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현종, 전혜주, 정재경, 허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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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d/p기획지원프로그램 11
《긴 지금》
2021. 08. 20-09. 18
d/p


참여작가 
이현종, 전혜주, 정재경, 허수연

기획
최나욱(d/p기획지원프로그램11 선정 큐레이터)

공간 디자인
김건희, 최나욱

그래픽 디자인
최지윤

주최
d/p

주관
새서울기획, 소환사

후원 
우리들의낙원상가,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새로 만들어지고 일어나는 일들이 시시각각 타임라인에 중계된다. ‘지금, 여기'를 향한 추동은 유행이나 트렌드보다 빠르고 일시적인 문화 개념을 고안해냈고, 문화 전반으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좇아가야 한다는 압박이 잇따른다. 계속해서 유행하는 '지금, 여기'라는 말은 마치 전체 지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만 같은 착각과 동시에 얼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로 당장 유행하는 기획과 논의에 맞추어 작업과 전시가 만들어진다. 시의성이라는 명목하에 달리기 경주를 하는 모습이다. 먼저 해야 하고,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며 중요도를 판가름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 과거에는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던 일들이 흔적도 없이 잊혀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이 경주의 이유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일련의 것들이 단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라면, 실시간으로 느끼는 시의성의 부담이 일종의 환상이자 허구일 뿐이라면 한 방향으로 바삐 달려가고 있는 타임라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따름이다.

영국의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는 오늘날 문화 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이라는 말이 상대적이라는 개념을 지적한 바 있다. 거주하던 런던에서 뉴욕으로 출장을 떠났을 때 해당 개념이 상이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다. 이노는 이 점에 착안해 ‘지금’이라는 말을 좀 더 연장하고 확장함으로써 그것이 유행을 좇는 압박이 아니라 역사를 꿰뚫는 개념이 되기를 제안했다. ‘긴 지금'은 지금 당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거나 쓸모없다고 폄하하는 판단 기준을 뒤바꾼다. 

이 전시는 ‘지금’이라는 개념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는 작품을 선보인다. 네 명의 작가들은 논의하는 시간의 범위를 달리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활동하는 미술계라는 세상 역시 다양한 영토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함유한다. ‘지금’이라는 말만큼이나 미술계 역시 실상은 모두 판이한 배경과 맥락에 놓여있으며 그에 따라 각자가 추구하는 시의적 담론들 또한 다를 따름이다. 작가마다 다른

이현종 작가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믿음의 허위성을 지적한다. 전시장인 d/p가 위치한 건물은 1세대 주상복합이자 당대를 대표하는 악기상가인 낙원상가로, <Jam and Cook (Pagoda)>은 정말 당시에 울려 퍼졌을 법한 사운드를 제작해 과거의 증거품으로 선보인다. 그때 유행했던 음악과 패션, 과거를 증명하는 듯한 소품은 우리가 믿고 따르는 역사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를 알리바이로 할 뿐 이제서야 새롭게 만들어진 가공된 역사다. 이렇듯 긴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하릴없이 다뤄질 수 있다면, 현재 열심히 만들고 따라가는 일들이 얼마 뒤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치부된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허무한 일인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직 한 세기 남짓한 현대미술이, 추후 한 세기 뒤에는 어떻게 취급될지를 함께 고민했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만들고 감상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돼버리는 상상 말이다. 

다음으로 전혜주 작가는 개인이 감각하는 세상이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보여주는 작업을 두 점 선보인다. 먼저 <Matter of Paradise>은 현미경이라는 다른 기관을 빌어야만 감각할 수 있는 미립자를 전시한다. 전시장 주변의 여러 상가를 비롯해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에서 채취한 물질, 먼지 등을 표본으로 진열해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타임라인을 제시한다. 자신의 세상에 빠져있다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볼 때 기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듯, 전혜주 작가는 ‘지금’을 대하는 상대적 관점을 극단적으로 일러준다. 다른 작품인 <Tourist Gaze>은 실제 장소를 정보적으로 전달하는 서비스인 ‘구글 맵스’를 변용해 일부러 오류를 만들어낸다. 표준이나 상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정보와 사실 간의 괴리를 인지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감각은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재경 작가는 15년째 재개발 예정지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 사는 유기견들을 다룬 <어느 마을>을 선보인다. 지금 버려진 강아지에 대한 기록은 이윽고 다른 시간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 등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던 논의로 연결된다. 눈앞의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확장되고 다른 것과 연관될 때 과연 우리가 지칭하는 ‘지금’ ‘여기’의 범주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버려진 강아지와 슬럼의 강아지를 일부러 죽여야 하는 사연들은 마을을 서둘러 개발해야 하는 사업자의 시의성, 하루 살기가 바쁜 유기견의 시의성처럼 다양하고 상충하는 가치와 맞물린다. 다른 작품인 <기념품>은 유라시아 대륙의 물건들을 기록한 10권 분량의 책이다. 이른바 기념품이라는 분류에 따라 서로 다른 시대, 기능, 형태를 띤 물건들이 같은 분류로 묶인 것인데, 그것이 아우르는 타임라인은 실로 광범위하다. 사소한 흔적이 곧 기나긴 역사와 동일시될 때 과연 우리가 현재를 판단하는 방식이 결코 순간적이거나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마지막으로 허수연 작가는 다양한 시간, 장소를 증명하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반죽한 다음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낸다. 오랜 역사에 기반해 제작되는 기념비를 재현한 <monument>와 오래된 전화기의 형상을 종이반죽으로 제작한 <payphone>는 일방적인 의미를 제안하여 과정과 결과의 대조성을 강조한다. 지금 당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의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합쳐지고 무엇을 남길지, 그리고 단일하게 정리되는 의미와 간극은 작지 않다는 사실이 작업을 관통한다. 이렇듯 네 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태도로 상이한 시간대를 가리키고 있지만 이 모두는 ‘긴 지금’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이로써 작품들끼리는 지금 우리가 미술을 구분하는 기준과, 각각의 미술계마다 언급하고 뒤쫓는 시의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듯 00점의 작품들은 ‘지금’을 이야기하지만 모두 다른 태도로써 상이한 대상과 성질을 가리킨다. 신생 미술 공간 d/p의 기획지원프로그램으로서 시의적 주제를 제시해야 할 때, 역설적으로 시의성 자체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획이기를 바랐다. 이는 전시장의 주요 동선이 되는 낙원빌딩이 공간 이용과 무관하게 5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형성하는 맥락과 연동되기도 한다. 전시장을 찾고 어느 미술의 논의를 떠올리며 낙원빌딩 계단을 오르내릴 때, 주변에서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게 운영되고 있는 빌딩 주변의 상가들의 이질성이 관람에 개입하니 말이다. ‘전시’라는 제한된 시공간의 형식은 안팎의 맥락과 함께 한층 더 풍부해진다.

전시 디자인에 있어서는 어느 시의적 주제와 동시에 그것을 무마시키는 디자인을 구상했다. 서로 다른 태도와 매체를 가진 작품들을 아우르기 위한 물리적 조건이 필요하기도 했다. 십수 년 전 논의가 끝난 동시에 여전히 ‘미술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좌대를 적극적으로 전시에 사용한 건 그래서다. 마치 과거에 미술 아닌 것이 후대의 의도에 따라 좌대에 올라 미술로 기능하였듯, 지금 좌대를 당연히 벗어나 만들어지는 현대예술이 후대에 어떻게 다뤄질지를 미리 상상해보는 것이다. 

나아가 좌대를 사용할 때 기존 미술사적 논의를 그저 시의성을 넘어선다는 핑계로 무시하는 대신, 이 기획이 도리어 시의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도를 강조하고자 부가적인 장치를 덧대었다. 오늘날 너무 많은 타임라인이 역설적으로 수반하는 그것의 유동성과 다양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좌대를 지대로부터 들어 올림으로써 전시장에서 작품들이 표류하는 풍경을 설계했다. 작가들이 ‘긴 지금’을 주제로 선보이는 책, 가구, 사운드박스, 인형, 사진, 표본 등 여러 작품들은 좌대에 올라 중요하게 전시되는 동시에 확실하게 정박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며 동시대 표류하는 문화를 연출한다.

전시는 <긴 지금>이라는 대조되는 제목 마따나 상이하게 여겨지는 개념을 오간다. 각자가 시의성을 따라 신경 쓰고 관심 갖는 타임라인을 다른 종류의 타임라인과 오래된 역사를 환기하며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하고, 관람하는 공간 또한 전시장 주변의 건물과 도시 맥락과 대조를 만들며, 전시되는 작업 역시 미술의 강한 상징물인 좌대의 성질을 사용하는 동시에 상징성을 의심을 가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보고 따라가는 ‘지금 여기’에 대해 거리를 두는 자기 인식을 촉구하는 것이다. 모두가 실시간으로 지금 일어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신경 쓰고 나아가 피로함까지 느끼고 있을 때, 여기에서 빗겨나가는 방식이 역설적으로 지금에 적합한 시의성이자 지금을 다루는 태도다. / 최나욱


(출처=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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