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개척자의 날개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사람은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주도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는 발길질을 해왔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를 갈구했고 숭배했으며 두려워했다. 우리를 품은 행성의 중심이 끌어당기는 힘에 저항하여 흙과 물을 벗어나 두 다리를 펴고 일어섰다. 불을 길들이고 바위를 녹여 세운 의지는 하늘에 닿고자 했고 오늘날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첨단의 편리는 앞서 이야기한 환경을 넘어서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김형우는 금속을 가공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가슴에 품은 장막 너머를 비추고자 한다. 작품은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선박의 조형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도시의 힘줄과 혈관을 담당하는 무수한 파이프와 전선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는 작가가 설계한 장치를 통해 작품에 인공적인 힘을 공급한다. 흔들리는 진자처럼 작품을 구성하는 왕복운동은 대단한 기능을 가지지 않았지만 조형물의 뼈대를 제련하는 작가의 근육처럼 공중을 향해 솟구치고 중력을 따라 내리치는 단순하고도 강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재료가 지닌 질감과 색을 작위적으로 거스르고 숨기려 하지 않는 절제된 색은 작품이 설치된 전시장이 지닌 건조하고 무정한 환경과 어우러진다. 재질에서 드러나는 거리낌 없는 무게감과 꾸밈없는 움직임은 감정을 지닌 유기체로서의 작가와 대척점에 있는 동시에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열기와 고단함을 숨기고 반복적인 소음을 일으킨다. 기어가 부드러운 마찰을 일으키며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소음에는 작곡가의 감성이 없지만 쇠를 휘두르는 작가의 계산된 지휘를 따라 기계미학적인 리듬을 조성한다. 최소한의 장식과 철저한 효율로 고안된 장치에 부착된 피스톤과 관절들은 재료의 물리적 특성이 자아내는 광택과 작가의 목표로 지정된 움직임의 동선 그 자체로 군더더기 없는 조형을 보여준다. 백색 공간을 채우는 기계의 소리를 따라가면 강철이 날개를 펼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움직임은 인간을 안전하고 익숙한 공간의 밖으로 향하게 하는 이동수단에 사용된 구조를 닮아있다. 대륙을 벗어나 돛을 펼쳤던 개척자는 대기권을 뚫고 태양광 패널을 펼친다. 김형우가 영감을 얻는 기술의 모습은 인간의 근육을 연하게 만드는 편리의 첨단이 아닌 미지의 영역으로 이끄는 육중한 기계의 뼈대가 지닌 견고함이다. 매끄러운 육신에 담긴 뼈가 복잡한 모양이기에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듯 작품은 금속의 단단함에 마땅한 기하학적인 결합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유려한 곡선을 그려내는 모양이다. 사람이 필요로 창조한 메마른 하수인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지만 김형우가 던지는 내일을 향한 질문이 담겨있기에 작품은 장르문학적인 낭만을 지니고 있다. 쾌적한 공기를 들이키며 캔버스에 발라진 물감이 사람에게 상상력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숨 막히는 열기와 몸을 조이는 안정장비 아래에서 뿜어져 나온 힘이 일으키는 무정한 소음만이 우리에게 편안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옷깃을 더 단단히 움켜쥐게 한다. (출처= 갤러리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