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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오연진, 허요 : 물질의 구름
Exhibition Poster
기간| 2021.09.01 - 2021.09.12
시간| 10:30 - 18:30
장소| <운영종료>아트스페이스영/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0/상진빌딩 1층
휴관| 월요일, 신정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20-393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오연진, 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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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지금 창 밖에 어떤 구름이 보이나요? 혹은 보이지 않나요? 땅에서 바라보는 큰 비구름은 아주 두꺼워 보이기도 하지만, 우주 저 멀리서 찍은 사진으로 보는 구름은 지구에 하얀 물감을 한 겹 칠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절대 걷히지 않을 것 처럼 몰려 오다가도, 금방 흩어지고 마는 것이 구름이기도 합니다.

매체 철학자인 플루서(Vilém Flusser)는 현대 세계상 속에서 ‘물질’이란 서로 중첩되는 에너지적 가능성의 영역 안에서 일시적으로 밀집된 섬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물질과 주로 대립되곤 하는 형식을 ‘내용’과 ‘용기(그릇)’의 관계로 치환하였으며, 이들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형식을 나타나게 하는 재료(질료)가 물질인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대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의하면 이 두 개념은 두 가지 다른 사유 방식을 낳게 됩니다, 질료적인 방식으로 생각함으로써 재현, 즉 동굴의 벽화와 같은 것들이, 형식적인 방식으로 생각함으로써 모델, 즉 고대의 관개수로 같은 형식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위와 같은 두 가지 사유를 넘나들며 에너지의 영역 속에서 서로 다른 여러 모양의 물질로 에너지를 밀집시킨 모습이 펼쳐집니다. 《물질의 구름》은 수증기가 모여 구름으로 나타나듯, 비가시적인 물질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모은 전시입니다. 이들은 매체들의 희뿌연 경계에서 유유자적 떠다닙니다.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물질과 상태를 진동하는 궤적을 따라 지도를 만든다면, 위나 아래도, 정해진 모양도 없는 세계가 그려질 것입니다. 

허요는 안료를 밀랍에 섞은 반죽을 만들어, 색을 물질로 다루고자 하며 진흙처럼 빚어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죽을 입체적 조각을 위한 재료로 사용하는 대신 평평한 캔버스 위에 발라, 균등하고 평형한 형태를 만듭니다. 이전까지는 주로 일정한 주형 틀에 반죽을 채워 넣어 서로 닮은 형태들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자연의 색이나 형태를 닮고자 합니다. 그것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색이 자아내는 감각과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여 화면을 이루는 형식이 자연을 닮아가게 합니다. 앞서 고대 벽화를 질료적 사유를 통한 재현이라고 설명했다면, <Earthen> 시리즈는 형식적 사유로 그려진 벽화의 시뮬레이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흙을 쌓고 긁어내며 캔버스에 벽화를 그리듯 만들어진 질감은 회화적 질감도, 입체적 부피도 아닌, 일정한 두께를 가지는 피부나 껍질처럼 실제적인 층으로 느껴집니다.

오연진은 이미지를 만드는 물질적 조건인 빛과 광택, 투명도 등을 변주하며 새로운 환영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투명한 드로잉에 빛을 투과하여 이미지를 복제∙확대∙인화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빛이 투과하지 못할 정도로 물감이 두텁고 불투명하게 쌓인 화면을 제작하면서 사진 필름과 회화 사이에 중간지대를 그려냅니다. <Self-referential Film> 시리즈는 물방울의 형태로 고착된 필름으로 사진 매체의 유동성을 시험합니다. 매끄럽고 단단한 고체 필름과 달리, 이 필름은 빛을 산란 시키며, 금방이라도 흘러내리거나 공기중으로 증발할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의 복제성보다도, 복제 과정을 통과하는 여러 가지 물질들의 층위입니다. 그 선형적 과정에 개입하여 만들어진 화면은 매체의 선후 관계나 위계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서로 같아 보이는 형식을 채워 나타나게 하는 서로 다른 물질적 층위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처럼 두 작가는, 마치 기후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비정형의 구름처럼, 물질의 세계 속에서 유동적인 이미지의 조건들을 실험합니다. 이들은 빛과 색을 손에 잡히는 질료로 담아내거나, 단단한 고체의 속성을 통과하는 빛의 (비)가시성을 통해 매체의 존재론에 질문합니다.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물질과 상태들 사이를 진동하며 그려내는 구름의 덩어리 같은 궤적은, 그 층위의 위계와 유효성을 의심하게 하고, 새로운 사유의 길을 펼쳐냅니다. 구름의 모양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비나 눈, 번개를 일으키는 것처럼, 이는 언젠가 또 다른 모양의 결정으로 응결되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김명지



참고: 빌렘 플루서, 「물질의 가상」, 『피상성 예찬』 (커뮤니케이션북스, 2004), pp. 305~312.


(출처= 아트스페이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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