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장우철 : 大會 Columned
기간| 2021.09.02 - 2021.10.02
시간| 13:00 - 20:00
장소| N/A 갤러리/서울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4가 35
휴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10-2563-749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장우철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정물은 움직이고 동물은 정지하는데
시인 황인찬


1 보르헤스의 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는 리얼리티와 인간 의식에 대한 작은 조롱 같은 소설이다. 기억의 천재 푸네스는 결코 잠들지 않으며 눈 뜬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그는 존재의 연속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어제의 나무가 오늘의 나무로 이어지는 연속적 존재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든 존재는 매 순간 물리적으로 화학적으로 전혀 다른 무엇이 되어가는 중이니, 엄밀히 따지면 그의 인식이야말로 타당한 것이리라. 이 이야기는 망각과 불면에 대한 알레고리다. 세계는 망각과 착각에 의해 유지되며, 오늘 잠든 이가 내일 눈 뜬 이와 전혀 다른 존재라는 사실에 눈을 감아야만 성립된다는 것이다. 아주 엄밀하고 정확한데 참 용처를 찾기 어려운
이야기다.


2 장우철의 사진이 주목하는 것은 이런 용처를 찾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아주 엄밀하고 정확하고 섬세하면서, 또 이걸 어디에 쓸까 싶은, 하지만 그 이유로 한없이 아름다운 것.


3 지금 꽃과 열매는 폭발 직전이다. 그의 사진을 대하기 전까지 나는 꽃이 폭발하는 생물임을, 그리고 항시 폭발 직전임을 알지 못했다. 작은 봉오리였던 것이 부풀어 오르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폭발한다. 그 이글거림과 소란스러움이 꽃의 정수고 본령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꽃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우철의 사진은 꽃의 시간을 포착하는 것만 같다.


4 '아, 진짜 변태 같다'
그의 꽃과 열매 사진을 보며 처음 했던 생각이다.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는 몰랐다. 넘쳐나는 성적인 긴장감에 혀를 내둘렀을 뿐. 이번에 <컬럼드>라는 제목으로 모인 작업을 보면서 가까스로 알아차린 것은 그 기괴한 긴장이 사물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예민한 감각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꽃과 열매, 작고 극성맞은 기관의 생명력이 느린 시간 속을 비집고 터져 나오려는 것을 장우철의 사진은 집어 올린다. (왜 이토록 붉은 톤만을 집요하게 살려뒀겠는가?) 순간, 그의 사물은 내가 알고 있던 꽃과 열매로부터 변태한다. 사실 변태란 애벌레나 번데기 따위가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일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참 변태적인 사진이다.


5 그런데 내가 정말 혀를 내두르는 것은 그가 인물을 찍는 방식이다. 식물은 꿈틀거리는 것처럼 찍어놓고, 인간은 한없이 정물에 가깝게 담는다. 정면을 보지 않는 얼굴. 근육이 팽팽하도록 긴장된 상태마저도 고정된 석고처럼 만들어버리는 기묘함.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던져진 저 남자들을 보라. 그들은 거의 잠든 것 같다. 공중에 떠 있는 두상조차 어쩐지 편안해 보인다.


6 승과 패가 갈리는 현장. 단련된 몸과 몸이 겨루는 공간. 힘의 배분과 균형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나뉘는 시간. 장우철의 사진이 관심을 두는 것은 극단적인 긴장이다. 본질적으로 꽃을 찍을 때와 다르지 않다. 피사체가 품고 있는 폭발적인 힘을 감지하고, 아이러니가 섞인 상태로 고정시키기.


7 물질적 긴장이 폭발할 때 정신은 해제된다. 힘과 힘이 교차해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내가 지금 이겼는지 패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섬망 속에서 사물의 가능성은 무한히 확장된다. 장우철의 사진이 담는 것은 무한한 유보의 상태고 영원한 망각의 상태다. 말하자면 그의 사진은 기억의 천재 푸네스와는 정반대의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망각의 천재라는 방식으로. 사물의 연속성을 끊어냄으로써 오히려 사물을 영원하고 무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8 '컬럼드'란 균형과 긴장을 두루 아우르는 말이다. 동물과 식물이 교차로 등장하며 이루는 저 리듬들. 이 이상한 불협과 화음들.


9 얼마 전에 그를 만났을 때는 꽃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꽃시장에 갈 때는 부러 마지막 날에 간다고 했다. 이미 어떻게 되어버렸거나, 자기 멋대로 자라버린 그런 꽃들을 갖기 위해서.

(출처= n/a)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팸플릿 신청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 - 팸플릿 신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부 이상 신청시 상단의 고객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확인
공유하기
Naver Facebook Kakao story URL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