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박재훈 : 실시간 연옥
기간| 2021.10.01 - 2021.10.31
시간| 10:00 - 19:00 *10/3, 10/9 휴관
장소| 대안공간루프/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휴관| 추석 연휴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141-137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재훈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과열된 풍차
    3D 애니메이션 1920x1080px, 무한 루프 2020 (이미지 제공 = 대안공간루프)

  • 사건의 지평
    3D 애니메이션 5760x1080px, 10분 47초 2021 (이미지 제공 = 대안공간루프)

  • 밤을 위한 제의
    3D 애니메이션 3840x2160px, 11분 15초 2021 (이미지 제공 = 대안공간루프)

  • 샤워룸
    3D 애니메이션 1080x1920px, 4분 44초 2019 (이미지 제공 = 대안공간루프)
  • 			전시 소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재훈은 지금 이 세상을 <실시간 연옥Real-time Limbo>으로 칭한다.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의 중간 지점 ‘연옥’은 천국에 가기 위해 불로 몸을 단련하고 정화 받기를 소망하는 이들로 가득 차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폭격으로 건물이 쓰러지지만 같은 시간 유튜브의 신상 리뷰 채널은 3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혈안이 되어있다. 바이러스 확진자가 하루 2000명을 웃돌고, 가난으로 인한 살인, 자살 사건이 연일 이슈로 쏟아지는 같은 시점, 도심 한복판의 명품 매장 입구에는 오픈 런 대기자가 즐비하다. 자본주의의 환희와 절망이 오고 가는 곳, ‘실시간 연옥’이다.
    
    물질과 자본이 종교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거대 자본주의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입장권은 마치 오픈 런에 성공한 대기표와 같다. 박재훈은 자본주의를 종교에 비유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 재앙의 모습들을 지옥과 종말 이후의 풍경으로 연결시킨다. 디지털 조각가, 애니메이터, 시뮬레이터인 박재훈은 스스로 조물주가 되어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가상의 세상을 창조한다. 박재훈이 창조한 세상에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는 사물만 등장할 뿐이다. 인간의 이데올로기가 가득 찬 사물들은 서로 엉키고 설켜 인간의 세상을 기록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의 지옥도에 등장하는 인간을 괴롭히는 고문 도구와 특유의 기괴함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상 속 사물들은 기능이 전도되어 기묘하고 적나라하게, 인간이 없는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영상 설치 작업 <사건의 지평Event Horizon>은 전쟁, 재난으로 폐허가 된 지구의 곳곳의 이미지를 디지털 기술로 재현한다. 가장 원시적인 자연인 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건물,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세른CERN의 거대 입자가속기LHC, 환희를 기념하는 콘페티Confetti 등 5개의 시퀀스로 구성된 영상은 실제로 벌어진 비극의 현장을 가상의 공간으로 연출한다. 포토그램메트리, 포인트 클라우드 등의 최첨단 방식으로 재현된 현장은 마치 사건의 지평선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상적 영토가 된다. 웅장하고 화려한 최첨단 기술의 이미지는 지구 반대편의 비극이다. 
    
    작가는 이처럼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조작된 현실을 재현하고, 평범한 사물이 가진 자본주의 알레고리로 현실의 민낯을 드러낸다. 호화로운 자본주의의 사물들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결합되어 지옥같이 황량한 공간으로 연출된다. 3D 애니메이션 <대제단High Altar>은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의 진열장을 실측하여 3D 모델링 한 작업이다. 판매를 위해 전략적으로 설계된 디스플레이 장치와 르네상스 양식의 트랑시Tranci는 종교적 제단으로 연출되어 인간의 허영심을 드러낸다. <회전문Revolving Door>은 헤이그의 드바이엔코프De Bijenkorf 백화점 회전문을 측량한 3D 모델링이다. 회전문 안의 플라스틱 마네킹은 문의 움직임, 속도, 무게 등 물리적으로 정확히 계산되어 시뮬레이션 된 과정을 보여준다. 쇼핑센터, 백화점 등에 설치된 회전문은 소비를 위한 입장의 첫 관문이 된다. 빙글빙글 도는 회전문에 갇힌 채로 부딪히고 나뒹구는 마네킹은 하이퍼 자본주의가 가진 끝없는 욕망과 폭력성을 은유한다.
    
    <과열된 풍차Overheated Windmill> 영상에는 불에 탄 풍차가 소리 없이 계속해서 돌아간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풍차는 대항해시대 식민지 건설의 초석이 된 본래의 기능과 역사는 숨겨진 채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된다. 작가는 가려진 역사적 맥락과 과열된 자본주의의 모습을 불에 탄 채 끊임없이 돌아가는 풍차에 비유한다. <밤을 위한 제의Ritual for the Night>에는 가톨릭 성당의 향로, 중동의 카펫, 의료용 호스, 방송용 전기 케이블, 쇠사슬 등이 등장한다. 반짝이는 향로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을 중계하는 BBC 보도가 반사된다. 작가가 헤이그에서 만난 시리아 친구는 전쟁으로 10년간 만나지 못한 형을 전쟁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에서 만난다. 전화, 인터넷 등의 검열을 피해 게임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 형제는 전쟁의 피해자이자 전쟁 게임의 수혜자이다.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은 연옥 이상의 현실을 만들었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바이러스, 과열 투기, 명품 소비, 사건, 사고 관련 뉴스는 누군가에게는 지옥으로, 혹은 누군가에게는 천국으로 존재한다. 자본주의로 뒤덮인 지구는 오염되어 수량화되고, 낭비되고, 폐기된다. 대자연은 사라지고 수치화된 부동산만이 존재한다. 추악한 욕망과 과열된 자본주의는 비극을 희극으로, 절규를 환희로 포장한다. 천국과 지옥의 테크놀로지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자본주의 연옥이다.
    
    글 : 이선미,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작가노트
    
    화성에는 미래가 없다; 그것은 단지 지구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다. 
    
    건조하고 차가운 화성의 표면은 인류가 정복해야 할 미래의 대안적 영토일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지금 다가가기 힘든 먼 심연만을 바라본다. 그 실재하지만 가상적인 존재는 단순히 묵시록 이후의 비참한 풍경에서 나온 잔해물일 뿐이다. 오늘날 인간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종교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대자연은 사라진 지 오래고, 단지 수량화 된 천연자원과 사고파는 부동산이 있을 뿐이다. 매일 새롭고 고급스러운 대량생산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낭비되고, 쉽게 폐기된다. 또한,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플라스틱 파편들이 태평양의 해류 의해 쓰레기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목도한다. 육지에서는 수천 개의 원자로 오염수 탱크가 후쿠시마 지역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지하에서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에 의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고에너지 입자는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인류세 시대에는 천국과 지옥의 테크놀로지가 실시간으로 공존한다.
    
    나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서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조작된 현실을 재현하고, 이를 통해 하이퍼 자본주의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인류의 영향력을 드러내고자 한다. 자본주의와 종교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신념 체계를 원동력으로 하고, 그것은 인간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물질들과 오염물을 만들어 낸다. 나의 작품은 주로 이러한 자본에 의해 괴리된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로부터 시작한다.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평범한 사물들이 가진 자본주의적 알레고리를 탐구하고, 광고 및 소비의 의식구조와 관련된 디지털 공간을 깊이 성찰한다. 하이퍼 자본주의적 기계 문명의 잔재들과 재앙의 모습들은 지옥과 종말 이후의 풍경으로 펼쳐진다. 지옥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디지털 공간처럼 가상적이지만, 실재의 고문기구들과 고통받는 인간, 그리고 사실적인 풍경이 끝없이 이미지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의 작업은 실재, 제의, 가상이라는 세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실재는 우리가 마주하고 살고 있는 세상 속 진실을 외면하는 현실을 의미한다. 제의는 우리가 매일 숭배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종교의 제의적 행위와 구조들을 의미한다. 가상은 우리를 끝없이 기만하는 디지털 기술을 의미한다. 이 세가지 요소를 위해, 그는 게임 개발자를 위해 인터넷에 업로드된 레디메이드 3D 모델을 사용하며, 드론 촬영 아카이브와 사진측량기술(Photogrammetry)에서 나온 3D 스캔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상의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한다. 그는 영상 속에서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담고있는 대량 생산된 사물들을 지옥같이 황량한 디지털 공간 속에 연출하거나, 하이퍼 리얼한 3D 렌더링을 통해 현실에선 불가능한 자연현상이 결합된 제의적 설치작업을 주로 만든다.
    
    나는 3D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기술(CGI-Computer Graphic Image)을 활용하여 조작된 가상 공간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슬며시 드러내고자 한다. 역설적으로, 가상공간에서는 디지털화 되고 조작된 현실의 풍경을 통해 현실세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마치 재난과 전쟁을 다룬 헐리웃 영화가 실제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3D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의 표현 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리얼리티를 드러내기 위한 막강한 매체가 되고 있다. 물리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조작/연출된 가상의 풍경과 설치작업은 자본주의의 추악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과포화된 현실의 단면을 드러낸다. 욕망, 허영, 죄의식, 비합리성, 부채는 자본주의의 제의적 공간의 원천이 된다. 지옥의 개념은 죽음 이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출처 = 대안공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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