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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박찬욱 : 너의 표정
기간| 2021.10.01 - 2021.12.19
시간| 10:00 - 18:00
장소| 국제갤러리부산점/부산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동 475-6/국제갤러리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51-758-223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박찬욱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Face 107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 국제갤러리) Digital C-print 80 x 80 cm

  • Washington, D.C.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 국제갤러리) Archival pigment print 111 x 111 cm

  • Face 16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 국제갤러리) Backlit film, LED Lightbox 110 x 75 cm

  • Face 45
    2013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 국제갤러리) Archival pigment print 111 x 111 cm
  • 			“어쩌면 풍경이고 정물이고 간에 모든 사물을 초상사진 하는 기분으로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사체가 되신 그 분의 신분과 성격, 삶의 역정, 지금의 기분과 표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세상만물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 이러하다.” – 박찬욱
    
    국제갤러리는 오는 10 월 1 일부터 12 월 19 일까지 부산점에서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전 《너의 표정(Your Faces)》을 연다. 2016 년에는 영화 <아가씨>를 만드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어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내고, 2017 년 개관한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의 ‘박찬욱관’ 입구에는 《범신론》이라는 제목으로 넉 달에 한번씩 여섯 점의 사진을 교체 전시하는 등 그간 자신의 사진 작품을 조금씩 공개해온 박찬욱의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같은 시기 발간되는 동명의 사진집(을유문화사 출간)에 실리는 그의 작품 중 30 여 점을 선별해 인화하고, 전시공간을 디자인하고 라이트박스를 활용하는 등 전시 방식을 변주함으로써 사진 이미지의 물리적인 감상 경험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장으로 꾸려진다.
    
    이번 전시의 소개글을 쓴 김혜리 씨네 21 편집위원은 “여기 스토리텔링의 구속에서 풀려난 이야기꾼이 있다”는 문장으로 박찬욱 사진작가에 대한 안내를 시작한다. 실질적인 촬영에 앞서 사전계획을 철저하고 구체적으로 하는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박찬욱에게 사진이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는 매체다.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순간조차도 인공적으로 디자인해서 꾸며 내야하는 영화의 숙명으로부터 박찬욱은 자신의 사진을 가장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작가 스스로 사진 작업은 지독히도 치밀한 영화 작업에 대한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표현할 만큼, 그의 사진에서는 우연과 즉흥성이 큰 몫을 한다.
    
    갤러리는 다양한 모양새의 현대미술을 소개하지만 결국 기대하는 본질은 매번 같다. 우리는 그 미술(가)로부터 시대를 가늠하는 새로운 눈을 빌리고자 소망하고, 박찬욱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꾸준히 새로이 고찰하도록 한다.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도 매 순간 다른 인상을 지니게 마련이고, 특정 순간의 빛과 바람 속 모습을 붙잡아 둔 사진을 들여다보며 관람객은 익숙한 사물의 생경한 표정을 발견해낸다.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작품에 시대성을 담는 감각을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단련해왔을 박찬욱은 오늘의 우리가 주변의 익숙한 풍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확장해나갈 단초를 제공해준다. 
    
    전시 소개글이 언급하듯, “대상이 풍경일 때도 정물일 때도 혹은 딱히 불리는 이름도 없는 잔해일 때도, 박찬욱은 피사체의 ‘눈동자’를 찾아낸다. 그렇게 눈을 맞춰 대상의 표정을 읽어낸다. 아름답고자 하지 않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미의 범주를 반문한다. 사진가 박찬욱에게 포토제닉한 아름다움이란, 지배적 가치체계나 관습적 미감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나 우리가 잠시 멈추고 현상 자체를 존중한다면 카메라의 위력을 빌어 발견할 수 있는, 여리지만 의연한 질서다.
    
    
    
    전시 소개글
    
    
    여기 스토리텔링의 구속에서 풀려난 이야기꾼이 있다. 카메라를 메고 혼자 걷는 박찬욱에게는 수정해야 할 콘티도 상태를 살펴야 할 배우도 감독의 승인을 기다리는 소품도 없다. 대신 그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발견을 기다린다. 진짜와 가짜, 자연과 인공, 죽은 것과 산 것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돌연 미소 짓거나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는 순간을 고대한다. 여기서 ‘연출’은 어느 때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다. 피사체가 요구하는 거리와 앵글, 빛의 양과 감정을 판단해서 직관과 손의 연결을 믿고, 찰칵. 장지문을 흔드는 바람조차 설계해야 하는 영화의 대척점에서 사진은 박찬욱의 시각적 비전을 노출한다.
    
    사진가 박찬욱에게 세계는 표정의 총합이다. 자연과 인공물에서 발견되는 색채, 형태, 빛, 구도 등 조형의 기호들은 그의 사진에서 모종의 성정(性情)을 띤다. 사물과 자연의 표정은 어디에서든 이목구비와 사지에 해당하는 형상을 무의식적으로 찾아내는 우리의 본능을 통해 완성되기도 하고, 하나의 대상을 시지각의 초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른 형상으로 인식하는 게슈탈트 전환으로도 발생한다. 귀여움, 쓸쓸함, 우스움, 그로테스크 등이 박찬욱이 주로 예로 드는 사물의 표정이다. 어디론가 크게 팔을 저어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하얀 비옷([Face 107])은 아무데도 가지못해 귀엽고 안쓰럽다. 흑백으로 촬영한 [Face 16]의 파라솔은 더운 지방에서는 흔한 사물이다. 그러나 접혀서 한 곳에 모아 둔 여러 개의 파라솔은 공중 부양한 혼령들의 단체 사진 같기도 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집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Washington D.C.2013]의 무늬도 없는 낡은 소파는 비슷한 색의 배경에 그저 앉아 있지만 마치 인물 포트레이트를 찍듯 피사체에 접근한 사진가의 눈이 그것에 퍼스낼리티를 부여한다.
    박찬욱의 사진은 자연과 인공, 진짜와 가짜, 예술과 키치, 생물과 무생물, 리얼리티와 픽션이 공존하는 광경을 포착하되 그 둘을 반드시 적대적으로 대비시키지는 않는다. 대신 무심하고도 우호적인 공존을 포착해 우리의 세계가 불균질한 조합의 사방 연쇄로 지탱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트럭에 실린 코끼리 모녀를 찍은 [Face135]와 마네킹이 조수석에 앉은 승용차 앞창을 찍은 [Face106]은 흑백의 밋밋한 계조가 실물과 모조품의 착시를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한밤의 쇼윈도에서 모든 빛을 그러모아 반사하고 있는 하얀 드레스는, 머리 없는 신부의 뒷모습처럼 명상을 부른다. 이 사진들은 묻는다. 그들이 피사체로서 불러일으키는 감흥은 살아있는 코끼리와 인간이 자아내는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한편 자연과 예술의 동경은 상호적이다. [Face183]은 가지를 넓게 벋은 가시나무가 특정한 시간대의 빛을 받아 금속 공예 오브제처럼 보이는 순간을 정지시켰다. 한편 공동묘지의 조각상을 찍은 [Face21]과 비슷한 부피와 모양으로 뭉쳐진 방수포를 촬영한 [Face127]은 흑백을 선택해 색채 변수를 통제하고 존재 방식이 판이한 두 사물의 닮은 형태를 부각시킨다.
    
    예술에서는 형식과 내용을 분리하기 어렵다고 믿는 박찬욱에게 사진은 내러티브의 최소 요건으로부터 해방돼, 완전 밀착한 형식과 내용을 탐닉하는 기회다. [Face3]의 화면을 반씩 점유한 용설란과 빨간 자동차는 무엇의 은유도 상징도 아니다. 색과 형태, 질감이 팽팽히 대치하는 긴장이 전부다. 견고한 진회색 바닥과 벽 사이에 흐물흐물 내려앉은 [Hakone]의 노란 그물은 여러모로 당치않아서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Face166]의 분홍색 보행자 계단과 초록 우레탄 바닥, 그리고 둘을 가르는 턱은 오직 카메라의 프레이밍에 의해 미적 대상으로 재구성된다. 한편 땅거미가 색채를 지운 모노톤 배경에 홍일점 오브제(진홍색 플라스틱 백)를 부각시킨 [Face12]는 뜻밖에 영화적이기도 하다. 관람자가 이 사진 앞에서 오래 머물수록 어둠에 묻혀 있던 제 2, 제 3 의 인물들이 차차 윤곽을 드러내며 상황을 달리 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박찬욱의 사진은 영화 안에서는 정색하고 탐구하기 힘든 영역에 즐겁게 손을 뻗는다. 『너의 표정』에 [Face6], [Face53], [Face85], [Face108]은 영화에서는 사건의 배경과 테두리에 그치는 다양한 평면과 모서리, 건축적 구조물의 선을 주인공으로 불러낸다. 흑백의 연구도 사진에서 훨씬 자유롭다. 오늘날 장편영화를 굳이 흑백으로 찍는 것은 중대한 예술적 결단이지만 사진에서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것은 별스럽지 않다. 현존하는 유일한 흑백 전용 디지털 카메라인 라이카 모노크롬을 두 번째 카메라로 거의 항상 휴대하는 박찬욱은, 컬러를 누르고 형태나 텍스처, 빛에 집중해야 사진이 더 풍부해진다고 판단할 때 흑백을 택한다. 대상이 풍경일 때도 정물일 때도 혹은 딱히 불리는 이름도 없는 잔해일 때도, 박찬욱은 피사체의 ‘눈동자’를 찾아낸다. 그렇게 눈을 맞춰 대상의 표정을 읽어낸다. 아름답고자 하지 않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미의 범주를 반문한다. 사진가 박찬욱에게 포토제닉한 아름다움이란, 지배적 가치체계나 관습적 미감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나 우리가 잠시 멈추고 현상 자체를 존중한다면 카메라의 위력을 빌어 발견할 수 있는, 여리지만 의연한 질서다.
    
    글 김혜리 씨네 21 편집위원
    
    (출처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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