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갤러리바톤은 10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리암 길릭(Liam Gillick, b. 1964)의 개인전 <내가 말하는 그 매듭은 지을 수 없다(The Knot of Which I Speak Cannot be Knotted)>를 개최한다. 관계미학의 발전과 심화에 지대한 공헌으로도 유명한 그는 순수미술 외에도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 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예술세계를 진일보시켜왔다. 이번 전시는 올해 Art Basel Unlimited 섹션에서 대형 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작가가 2018년 바톤에서의 첫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여는 개인전이다. 리암 길릭은 1990년대 초반부터 건물의 구조적 개념과 공간의 질서를 자신의 미술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신자유주의(Neo-liberal Consensus)가 세계화 (Globalization)의 실천적 형태로 광범위한 주목을 받자, 근대의 사회적 시스템이 새로운 정치사회적 어젠다와 충돌하며 병존하는 현상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일련의 이슈들과 그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작품과 공공 설치물, 저술, 비평을 통해 풀어내며,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개념인 ‘관계 미학(Relational Aesthetic)’의 이론적 성립에 기여하였다. 이 전시 또한 그간 작가의 주된 관심사였던 사회구성원들의 일과 삶의 영역을 관장하는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조직 영향하에서의 ‘생산의 미학’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상의 학교 설립을 위해 대학원생들이 제안한 조건들이 전시 제목 및 작품으로 구현되었던 전시 <새로운 샘들이 솟아나야 한다(There Should Be Fresh Springs…)>(2018)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니즈에 기반한 기관 및 조직들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생겨나고 공존하는 현상에 대한 비평과 은유가 전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별도의 전시 공간에 자리한 3개의 타원형 텍스트는 “자동화 연구소”, “자동화 규제 연구소”, “규제 자동화 연구소”의 가상의 기관명들을 나타낸다. 단순한 단어의 배열 변경은 전혀 다른 성격의 기관을 상정하게 하고 이러한 언어유희적인 효과는 본 전시 공간의 양측 벽을 각각 점유하며 대칭적인 구조를 보이는 작품들의 배열로 연결되어 한층 가시성을 띤다. 무엇보다도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기획한 관계미학의 서막이기도 했던 보르도 현대미술관 (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de Bordeaux)의 <Traffic>(1996)전에서 작가가 선보였던 작품이 재현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앞에서 말한 세 개의 원형 텍스트 작업과 나란히 설치된, 네트가 없이 텍스트가 전사된 탁구대 ‘(The What if Scenario) Dining Table’ (1996)가 그것인데 작가는 이를 통해 “생산(Production)”에 있어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순환되는 4개의 핵심 개념인 타협, 개발, 예측, 개선을 떠올리게 하고자 고안하였다.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에 이어 지난 8월에 종료된 국립현대미술관의 <재난과 치유>전에 대형 설치 작품과 텍스트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호응을 받았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극한의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양태로부터 17세기 영국의 설화까지의 다양한 주제를 유려하게 녹여낸 신작들을 선보인다. 텍스트, 다양한 색과 배열의 철제 구조물, 설화를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레이션들은 부여된 역학 구도하에서 전시 공간을 전유하며, 작가가 던진 의미심장한 제목의 함의를 유추해 보도록 이끈다. 리암 길릭은 테이트 미술관(Tate, 2001), 뉴욕 현대미술관(MoMA, 2003), 시카코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Chicago, 2009), 르 마가젱 국립현대미술관(Le Magasin in Grenoble, 2014), 쿤스트할레 취리히(Kunsthalle Zürich, 2008), 말라가 현대미술관(Centro de Arte Contemporáneo Málaga, 2005)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해왔다. 카셀 도큐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등 주요 예술 행사에 참여 하였으며 2002년에는 영국의 저명한 예술상인 터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독일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아시아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고, 개관한 루마 아를 컴플렉스(Luma Arles complex)에는 설치 작품을 비롯 그가 직접 고안한 사이니지 시스템이 영구 설치돼있다. 그의 작품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Guggenheim Museum), 퐁피두 센터(Centre Georges Pompidou),, 뉴욕 현대미술관(MoMA), 시카고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 후멕스 박물관(Fundación Jumex, Ecatepec, Mexico), 삼성미술관(Leeum, 일련의 의도된 전개, 2014) 등지에 소장돼 있다. (출처 = 갤러리 바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