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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노충현 : 그늘
기간| 2021.09.30 - 2021.11.13
시간| 월-금 10: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장소| 챕터투/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66-55
휴관| 일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895-1031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노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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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그늘 Shade

CHAPTER II 2021.09.30 - 11.13
CHAPTER II Yard 2021.11.25 - 12.31

노충현

몇 해 전 성산동 부근에 작업실을 얻은 후 홍제천을 따라 걷게 되었다. 홍제천은 모래내 라고도 불리는데 이 말이 더 다정하고 그림처럼 들린다. 한강이나 동물원이 그러하듯이 새로운 풍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가까운 곳의 풍경을 취하고 그곳에서 회화적 장면들을 포착해왔는데 모래내의 산책로와 나무와 풀이 이어지고 그 사이에 작은 다리들이 있다. 물고기들과 왜가리, 청둥오리, 길고양이들이 가끔씩 보이는, 여느 하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하천 위로 육중한 내부순환로가 떠 있어서 교각 아래로 큰 그늘이 진다.

모래내는 한강시민공원과는 달리 폭이 좁고 나무와 풀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름이 되면 좀 더 내밀하고 고요한 전경을 느낄 수 있다. <그늘>전의 그림들은 모래내의 풍경에서 시작되지만 그렇다고 모래내에 닿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닿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회화에서 그리고자 했던 것은 특정한 장소이기보다는 장소에서 보고 느낀 정서에 좀 더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 정서에는 온기가 있다.

사진의 프레임을 이용하기 때문에 풍경의 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부분을 전체의 맥락에서 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살풍경>회화에서는 수영장, 주차장, 컨테이너가 주요한 소재들이어서 풍경에서 분리시키는 것이 용이한 편이었는데 모래내는 비슷비슷한 자연풍경들이 연이어있어서 특정한 풍경의 모습으로 분리하여 포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음영이 짙은 나무들이나 다리, 교각 혹은 사람을 이용하여 장소에서 발견한 어떤 순간을 붙잡으려 했다. 따라서 <그늘>전의 그림들은 모래내의 다양한 정경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어던 정서, 그것을 우수나 비애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장면으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대상을 그리는데 있어서 감각적인 면에 탐닉하고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정서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머물게 되었다.

화가에게는 까다로운 대상이 있다고 본다. 내게, 기피하거나 까다로운 대상이 있게ㅔ 된 것은 마음과 회화적 기술의 문제 때문이었다. 밤과 자연이 그러했다. 나는 늘 풍성하고 그윽한 자연 앞에서 망설여왔다. 풍경과 마음을 교감해야 그 대상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인데, 봄의 싱그러움이나 여름의 풍성함을 그리기에는 마음이 빈곤했다. 그 마음으로는 모든 계절을 품기 어려웠다. 또한 풍경 자체에 대한 감각적 접근보다는 회화를 통해서 심리적 사회적 상황을 그려내려고 했기 때문에, 그동안 제한적으로 계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물의 사실성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재현의 방법은 내게 유효했지만, 재현의 방법을 통해서 자연의 복잡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밤도 거의 그리지 않은 편이엇다. 단순히 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밤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잘 떠우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래내의 밤 풍경을 그리면서 근원 김용준이 쓴 조선 회화에 대한 글에서 밤-어둠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일 수 잇엇다. '밤은 캄캄한 것이 됙보다는 캄캄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귀였다. 당시에는 조명이 없었으니 칠흑 가은 밤이었을 것이다. 그는 어둡게 칠하는 것을 일차원적인 접근이라 생각했다. 밤은 검게도 밝게도 칠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조형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가에 있다고 했다.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가는 결국 예술적 사유와 결부되고 그 탁월한 예로서 이상좌의 <송하보월도>를 든다. 

그림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이 그림들에 어떤 전시 제목을 달아야 하다 고민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모래내를 지나 망원동의 선착장에 도착하여 뜨거운 햇빛을 쬐고 있을 때, 문득 내부순환로 교각 아래의 큰 그늘이 그리웠다. 그리고 모래내 라는 장소가 사람들에게 '그늘'과 같은 장소가 아닐까 싶엇다. 바쁜 현장으로부터 집에 돌아와 그냥 걸어서 나가 다다르게 되는 곳, 다리 밑에서 그늘을 즐기고 운동기구에서 처진 근육을 키우며, 다리 아래 물고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곳. 보통의 삶이면서도 애틋한 인간적인 면모들을 그곳에서 발견했던 것 같다. 

(노충현 작가노트)

노충현(b.1970)은 일상적 풍경의 한 단면을 포착해서 개인적 정서와 감정을 더해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표현해왔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20), 페리지갤러리(2017), 갤러리 소소(2015), 국제갤러리(2013)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참여한 주요 그룹전으로는 갤러리 소소(2021), 국립현대미술관(2021), 누크갤러리(20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8),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18), 챕터투(2017) 등이 있다. 2010년에는 몽인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출처 = 챕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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