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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카밀6
기간| 2021.10.16 - 2021.11.14
시간| 13:00 - 19:00
장소| 합정지구/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44-9
휴관| 월요일,공휴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염지혜
이소요
주황
조은지,홍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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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동시대적인 맥락에서 ‘친족(kinship)’의 의미를 살피는 기획전 《카밀 6(The Story of Camille 6)》가 10월 16일(토)부터 11월 14일(일)까지 합정지구에서 개최된다. 본 전시는 2021년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 시각예술분야(전시)에 선정된 사업으로, 2020년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 전시사전연구로 진행된 ‘킨 메이커스(Kin Makers)’에서 발전된 프로젝트이다.

《카밀 6》는 우리 사회의 근간이기도 한 ‘가족’과 ‘친족’의 개념을 재사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족과 친족은 오랜 인류 역사를 구성해온 가장 기본적 개념이자 체계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동시대적인 맥락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여러 통계에서 보여주듯 1인가구, 한부모가정, 비혼 동거 가족, 다문화가족이 증가하고 있고, 결혼 제도 밖에 있는 다양한 가족 구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간다. 가족의 형태도, 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가족과 친족의 의미를 보다 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가족은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사적 영역으로 취급되었으며, 종족과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재생산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재생산은 가정에서의 남성의 지배와 권위를 유지해 주었고,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자행되는 개인의 억압과 여성의 가사 노동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었다. 또한 비혼, 동성 결혼 등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경계의 바깥에 존재하는 관계들은 비정상으로 규정되며 금기시되어 왔다. 이처럼 가족과 친족이라는 사적 경계는 ‘나’와 ‘우리’라는 친밀성을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우리)와 타자의 경계를 나누는 차별과 배제의 기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차별과 배제의 또 다른 편에 비인간 생물종이 있다. 지극히 인간중심주의적인 가족과 친족 안에 동물과 식물, 박테리아 등의 자리는 없다.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 자신의 글 「인류세, 자본세, 대농장세, 쑬루세-친족 만들기(Anthropocene, Capitalocene, Plantationocene, Chthulucene:Making Kin)」에서 ‘친족’을 혈연으로 묶인 존재 이상의 ‘다른 것’으로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공존하기 위해 새로운 생태 정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더 급진적으로는 지구상에 인구가 너무 많아 발생하는 생태 위기를 논하며 “자식이 아닌 친족을 만들자!(make kin, not babies!)”고 말한다. 여기에서의 친족은 인간뿐만 아니라 땅, 식물, 동물, 박테리아 등 비인간 생물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양한 종 사이의 친족 만들기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생태학적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친족이 유의미한 것은 ‘가족’을 넘어서는, 즉 인간중심의 가족주의를 해체하고 차별과 배제, 폭력, 환경오염 등이 전 지구적으로 만연한 사회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혈연과 혼인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친족을 구성하는 사례를 수집해온 인류학자들의 연구 또한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준다.

도나 해러웨이의 저서 「카밀 이야기(Camille Story)」는 그의 저서 『트러블과 함께하기-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Staying with the Trouble: Making Kin in the Chthululucene)』(2016)의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 우화로, 도나 해러웨이와 동물행동학자 뱅시앙 데프레(Vinciane Despret), 영화 〈도나 해러웨이: 지구 생존 가이드(Donna Haraway: Story Telling for Earthly Survival)〉의 감독인 파브리지오 테라노바(Fabrizio Terranova) 세 명이 공동으로 창작한 과학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카밀 공동체는 황폐해진 장소에 자발적으로 이주하여 그곳을 치유하고, 인간은 물론 비인간 파트너들과의 공생을 위해 세대를 거듭하면서 ‘친족’을 만들어나가는 실험을 지속한다. 이러한 변화의 맞은편에는 여전히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배제, 차별이 존재하고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이 발생하지만, 이들은 결코 트러블을 외면하지 않고 트러블과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자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소설은 카밀 5세대에서 끝나지만, 이들은 도래할 카밀 6세대들이 세계에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려고 한다. 

《카밀 6》는 「카밀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이어가는 또 다른 챕터라 할 수 있다. 성 소수자로서 커밍아웃과 결혼에 대한 고민을 자신의 가족 구성원과의 인터뷰로 풀어낸 홍민키의 〈들랑날랑 혼삿길〉(2021), 한 동네를 거점으로 모인 비혼 여성 공동체의 일상을 카메라로 포착한 주황의 〈피리 부는 여자들〉1)(2021), 종 사이를 넘나드는 변신으로 모든 것이 동등해지는 세상을 상상하는 조은지의 〈변신에 대한 상상〉(2021), 광합성을 하지 못해 억새를 비롯한 다른 식물에 활착하여 양분을 얻어야 살 수 있는 ‘야고’를 다룬 이소요의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2021), 세균이 증식할 수밖에 없는 템페라를 재료 삼아 여러 생물 종의 손잡기를 형상화한 염지혜의 〈강강술래〉(2020)와 〈동그라미〉(2021)를 통해 동시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비인간과 비인간이 친족을 이루는 모습과 그 가능성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전시장에는 가족과 친족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권사랑[보슈 (BOSHU)], 김은주(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서보경(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민주(미술 비평), 최유미(수유너머 104)의 글과 비혼 여성 공동체 ‘비혼후갬’의 그룹 인터뷰를 엮은 텍스트북을 비치하여 보다 입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친족 개념에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다. 

(출처 = 합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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