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전시 소개 PAGEROOM8(페이지룸8) [페이지룸에잇]은 11월 3일부터 11월 28일까지 김건일(1973~) 작가의 개인전 《길 위의 모습(A Shape on the Road)》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이 작품 시리즈(WELL, THIS WORK)》 세 번째 프로젝트로서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작가의 작품 중 기획자의 시선에서 조명할 작품 1점을 선정하여 그 작품과 연관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키워드’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키워드를 도출하여, 소설 형식의 에피소드 글로써 김건일 작가의 작품 세계를 풀어보고자 한다. “김건일: 길 위의 모습” 전시 서문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김건일 작가는 주로 유화로 숲을 표현한다. 작가의 작품 중 조명해 보고자 한 작품은 2020년 “바람이 지나는 길”(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개인전에서 선보인 〈바람이 가는 길〉이다. 이 작품을 주목하는 이유는 실제 ‘바람이 가는 길’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획자가 당시 그 그림 앞에서 두려운 가운데 그림 속으로 조심스럽게 한 발을 디디며 나아가려는 상상력에의 의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건일 작가가 ‘숲’을 사람의 욕망과 감각으로 진입하는 창구이자 상징적인 표상으로 그려온 의도에 상응한다. 이와 동시에 회화가 형이상학으로 들어서는 개념적 출입구로의 역할을 시사한다. 이 기저에는 김건일 작가의 작업 스타일이 다소 변화된 모습에 있다. 이전 작품에서 작가는 물감을 지워가며 사실적인 수풀을 완성하며 기념비적이고 은유적인 메시지를 담아 그림을 완성 시킨다. 반면, 〈바람이 가는 길〉 작품은 작가 스스로 형상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과 물리적 형태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 그대로 그림 속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것은 동양화를 전공한 김건일 작가의 작업 배경에서도 볼 수 있다. 작가는 물감을 지우면서 여백을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화물감이 지닌 물성을 중첩 시켜 건조시키는 방식이 아닌, 닦아내며 채색를 반복한다. 이렇게 최소한의 흔적들이 여백과 어우러져 속도감을 형성하면서 작가만의 내적 풍경을 완성한다. 이 단서는 작가의 파스텔을 이용한 신작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수목을 그리는 과정에서 떨어지는 파스텔 가루를 그대로 손가락으로 마찰시켜 종이에 드로잉 하는 것이다. 김건일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푸른 주조색은 초록색에서 보라색을 거쳐 파란색으로 전환되고 있다. 〈바람이 스며들 때〉 작품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형상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과 피어나는 실루엣은 푸른색이 지니는 차갑고 창백한 관념을 전복시키며 마치 모닥불과 같은 온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바람이 가는 길〉 150호 대작은 특별히 제작한 작품 받침대에 세워서 입체적으로 이미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설치하였다. 2020년 이 작품 앞에서 실제 기획자가 느낀 망설임과 두려움 그리고 의지 등 당시의 인상을 재현함으로써 전시 제목인 ‘길 위의 모습’에서 작품 이미지와 함께 이 작품을 보는 자신의 감성적/감정적 상태를 천천히 자각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한다. 기획자가 〈바람이 가는 길〉 앞에서 그 당시 자각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가 바로 ‘상상력’이다. 단, 단순히 상상하는 태도가 아닌, 상상을 하려는 ‘의지’에 있다. 한 점의 그림이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에너지를 유발하는 순간적인 동력에 주목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작품 앞에 서서 상상력을 통한 또 다른 창작의 산물인 ‘글’로써 변주될 수 있는 여지를 실험하고자 한다. 회화는 감상자가 있는 한,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건일 작가의 〈바람이 가는 길〉, 이 한 점의 작품 앞에 누가 서 있는지에 따라 ‘길 위의 모습’은 매 순간 달라지기 마련이다. (출처 = 페이지룸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