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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동규 : 거친 땅, 부서진 나무
기간| 2021.11.09 - 2021.11.21
시간| 12:00 - 19:00
장소| 임시공간/인천
주소| 인천 중구 중앙동3가 3-9
휴관| 일. 월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8161-063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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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더워지기 직전 4월 즈음, 집에 가는 어둑한 저녁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작은 풀숲 길은 종종 가로등이 꺼지기 때문에 꽤 어둡다. 낮과는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밤 풍경에서, 나는 핸드폰을 들어 플래시를 켰다. 어둠 속에서 걷는 일은 무언가 발에 걸릴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플래시 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풍경에 맞닿은 빛이 부서지며 스포트라이트 외곽으로는 점점 어둠이 짙어졌다. 빛의 흐려짐과 함께 형태를 인식할 수 있는 눈의 시야도 좁아졌다. 때문에 낮의 자연광에선 전체로 다가오던 풍경이 밤에 집중된 조명 때문에 부분으로 다가왔다. 나는 풍경의 한 부분을 사진 찍었다. 그렇게 차갑고 어두운 밤과 그 밤에서 빛을 내고 있는 풍경을 찾아 그리기 시작했다. 찾아낸 반짝임은 저녁의 숲길, 노란 가로등 불빛을 맞으며 걸어가는 남자, 추운 밤을 자동차의 온기로 버티고 있는 반짝이는 눈이다. 『거친 땅, 부서진 나무』에 걸린 작업들은 그렇게 찾은 크고 작은 반짝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업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거나, 기억 조작이라는 말처럼 기억을 적절한 색과 형태로 바꿔 그리기도 했다. 정착액을 뿌리지 않으면 날아가는 목탄 가루처럼 흩어지는 기억을 화면에 정착시키고 싶었다. 기억은 어두운 길에 손전등을 켜고 걷는 사람의 눈처럼 밝은 뚜렷함과 어두운 흐릿함이 함께 있어 대상의 형태를 무너트리기도, 과장하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거친 화면에 나무를 구워 만든 목탄으로 그리는 그리기 방식이 어릴 때 모래 위에 부서진 나무로 그림을 그리던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그저 네모난 프레임을 갖느냐 마느냐 인 듯하다.

작업은 주로 건식 재료를 부서뜨리고 비벼서 음영을 만들고, 털어내고 지우는 방식으로 그렸다. 화면에 닿은 목탄과 파스텔은 부서지며 점과 선이 되고, 화면 틈틈이 들어간다. 이는 의도치 않은 선과 음영으로 이미지의 감각을 만든다. 재료의 부서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화면 질감의 변화를 주어 작업했다. 손으로 비빌 때는 종이 밑에 동전을 두고 연필로 긁는 것처럼 밑바탕의 질감이 드러난다. 때로는 재료를 흡수하지 않는 표면에 그리고 지우며 줄다리기하듯 그린다. 이로 인한 움직임의 흔적과 날것의 선이 보인다. 이렇게 재료 단독으로 앞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화면의 간섭과 조화가 뒤섞여 화면이 재료와 적극적으로 관계한다. 정착액 없인 뭉개지고 마는 연약한 재료는 과거의 풍경을 그리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화면에 쌓이고 섞이는 재료의 물성과, 음영의 틈 사이로 무너지는 형태를 통해 기억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려 한다. - 김동규

(출처= 임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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