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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조미영 : 우리는 어느새 그녀를 다 써버렸다
Exhibition Poster
기간| 2021.11.26 - 2021.12.12
시간| 13:00 - 19:00
장소|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서울
주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6-4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조미영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감행된 풍경
    2021 (이미지 제공 =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 감행된 풍경
    2021 (이미지 제공 =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 감행된 풍경
    2021 (이미지 제공 =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 감행된 풍경
    2021 (이미지 제공 =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는 오는 11월 26일부터 12월 12일까지 조미영 작가의 “우리는 어느새 그녀를 다 써버렸다”*를 개최한다.
    
    조미영은, 주어진 환경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실컷 쓰고, 버리고, 그것에 감사해 하지 않는 사회 전반적 인식과 태도에서, 이 사회가 여성과 여성의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견한다. 이에, 환경이라는 대상을 여성의 ‘신체’라고 가정하는 행위로 시작하여, 여성의 ‘신체’가 어떻게 여겨지고 소비되고 있는 지에 관한 논의를 끄집어 낸다.
    
    김혜순의 시, “우리는 어느새 그녀를 다 써버렸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문학동네(2016)는 조미영에게 여성-몸-환경의 연결 지점들을 다시 시각적 감각으로 그의 몸에 새겨 넣는 데에 일조한다.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낡아간다. 벌써 구식이다. 마루 가운데 불이 켜져 있을 때나 꺼져 있을 때나 그녀는 낡아간다. 
    형광등 불빛에 피부를 그을릴 땐 안타깝게도 검푸르게 부풀어오른 살이 닳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한 날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녀는 퉁퉁 부은 권태를 혼자 짊어지고 눈처럼 내리는 먼지를 견디고 있었다.
         
    시를 통해 얻은 감각은 다시, 아이소핑크를 칼로 깎고 도려내어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박스를 찢어 낸 종이를 여러 번 덧붙여 커다란 신체 조각을 만드는 행위로 이어지며, 이로써 작가는 여성의 신체에 새로운 가능성과 신비로움을 부여하기에 이른다. 
    이는 조각하는 행위를 통한 작가의 수행적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의 고질적인 권태를 이겨내는 행위이자 작가 내면의 ‘여신-성’를 발견하는 일인 것이다. _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이번 전시, “우리는 어느새 그녀를 다 써버렸다*’”는 ‘육체’와 ‘땅’에 관한 이야기이다. 
    낡은 가죽 소파를 바라보던 시선은 '그녀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나의 몸은 창 밖 풍경이 되어 다시 되돌아온다. 잊혀진 이야기들, 닳고 닳도록 쓰여진 땅과 육체. 
    
    
     1.
     산등성이 오르막 동네에 오래되고 낡은 빈집, 양쪽 다리로 체중을 무겁게 몇 번을 들어올리길 반복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고 네모난 마당, 안방은 벽지가 뜯겨 시멘트 살점이 훤히 드러나고, 낮은 부엌에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다 나무 문틀의 거친 팔꿈치를 마주친다. 어두운 실내를 허여멀건 하게 비추는 네모나게 벌린 입 앞에 서서 그곳엔 살았던 그녀들을 상상한다. 몇 명의 그녀들이 이곳을 거쳐갔을까. 쓸고 또 쓸고, 닦고 또 닦고, 장을 보고 양팔 가득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올라와 쌀을 씻고 국을 끓이고 고기를 굽던 그녀들. 불 위에 고등어를 올려두고 어릴 적 꿈도 욕망도 함께 까맣게 굽고, 국을 끓이면서 명분도 신념도 같이 넣는 바람에 불어터져서 형체가 없어졌다. 가족들은 그렇게 차려진 음식을 후루룩 수백 그릇씩 마시고 자라서 집을 떠났다. 아이들이 떠나고 남편도 앓다 죽어나간 낡아 버린 집에서 그녀는 마루만큼 넓어진 옆구리를 찬 바닥에 대고 잠이 든다. 뼈는 철근이 되고 엉덩이는 콘크리트가 되고 위장에는 나무가 뿌리 내린다. 머리카락은 지붕이 된다.
    
     2.
     허벅지에서 정수리까지 편도 25km, 매끈한 아스팔트 홈을 따라 달린다. 왕복 50km, 일주일에 세 번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달린다. 등허리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담아 다시 시동을 걸면 그녀의 울음소리가 나즈막히 들린다. 목덜미쯤에 닿으면 건축폐기물에 깔린 신음소리가 들리고, 조금 더 달리면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비명이 들린다. 너무 시끄러워서 엑셀을 세게 밟아 빠져나오면 눈앞에 덤프트럭들이 봉긋한 둔덕을 납작하게 깎은 살점을 나르는 모습이 펼쳐진다. 발 밑에 물은 말랐고 악취 나는 검은 눈물만 고였다. 끌어오는 물은 족족 콘크리트 반죽하느라 써버렸고 메말라 버린 유선을 찾는다며 여기저기 파는 통에 애꿎은 유두만 헐었다. 매번 시끄러운 풍경이다.
    
    3.
     부러 상처를 내고 종이를 바른다. 잘 말라 딱지가 앉으면 홈을 내고 다시 종이를 붙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오래된 상처가 흉터가 되는 것처럼 조각의 피부에는 짙은 자국이 남는다. 단단해지고 팽팽해진다. 그러다 보면 손, 가슴, 얼굴, 등허리, 나무, 전봇대, 송전탑, 깃발, 집, 발가락, 귀가된다. 하나씩 하나씩 생긴다. 마치 내가 조각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의 조각들이 나의 삶을 지탱하고 만든다. 내가 ‘나’인 것을 견디기 위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두고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핑계 거리로 삼는다. 노동을 하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키우고, 온갖 서류와 숫자에 둘러싸여서 삶이 지속되는 것처럼 나의 조각하기는 노동하기, 걷기, 밥하기, 청소하기 아이 키우기이다.
    
    -조미영 
    
    
    
    (출처 = 프로젝트스페이스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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