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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흔적기관 - 배종헌
기간| 2018.12.08 - 2019.01.06
시간| 11:00am - 06:00pm
장소| 갤러리소소/경기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569
휴관| 월,화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31-949-815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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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유_몽유도원도 由_夢遊桃源圖
    2000 Acrylic on acrylic board. the Concrete wall 91.5×167×3cm

  • 유_몽유도원도 由_夢遊桃源圖
    2000/2018 Acrylic on acrylic board UV print on birch plywood and oak frame 94.5×170×9.5cm

  • 초평송가 草坪松歌_ 콘크리트 벽면의 균열과 얼룩
    2018 Oil on birch plywood 70×185.4cm
  • 			규정하기 힘든 어느 자기 완결적 예술(가)에 관해
    배종헌의 최근 개인전 제목으로 쓰인 '흔적 기관'이 10년 전인 2008년 부산 비엔날레 출품작의 제목에서 가져온 데에서 보듯, 이 서문도 이번 개인전에 한정하지 않고 그의 작업 연대기를 불완전하나마/부분적으로나마 논평하는 모양새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업 연대기는 배종헌의 데뷔 초년생 무렵 세워둔 성문법에 따라 흔들림 없는 자신의 미적 소신을 생산하는 기록처럼 보여서다. 
    『작업집서』라 이름 붙인, 세간에선 작가노트로 곧잘 불리는, 방대한 작업 방법론과 설계도에 보다 가까운 도판과 글 묶음을 그는 1998년 처음 제작했고, 꾸준히 업데이트한 결과 2015년 판 『작업집서』의 부피는 750쪽 분량이다. 남이 쓴 논평이 한편도 수록되어 있지 않고 과거에 쓴 자기 메모를 재인용하는 식으로 제작된 자기 완결적인 성문법이다. 요컨대 이명박 서울시장 때 추진된 청계천 복원 사업에 맞춰 착수된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2003)에 관해 작가가 쓴 서설은 각주를 포함해서 A4용지 6매 분량의 장문으로 구성되었고, 이보다 앞선 첫 개인전 『S를 바라봄』(예술마당솔 2001)을 위해 작성한 글은 질과 양 모두에서 어지간한 학술 논문의 모양새로 구성되었다.
    
    금번 개인전을 위해 작가가 남긴 키워드를 살피니 '흔적, 상처, 비재현적 재현....'등이 있던데, 이는 그의 전작에 두루 적용될 만큼 포괄적이며 확고부동한 것으로서, 외부의 개입과 해석이 끼어들 틈 없이 치밀하게 자기 완결적인 작업 동기라 하겠다. 그의 키워드를 다시 풀이하면, '(뒤샹의) 발견된 오브제, 이항대립의 공존, 다양한 재현 실험, 장르적 사유의 불가능성, 작품의 한시적 존재감' 등으로 옮겨질 수 있을 게다. 3인 전 『꺼풀』(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2000)이나 첫 개인전 『S를 바라봄』처럼 전시장 벽 얼룩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찾아내는 초기작부터, 전시장 구조물의 균열에서 산수풍경을 찾아낸 『배종헌 ZIP: 첩첩산중』(파라다이스ZIP 2018)이나 『흔적기관 Vestigial Organs』(갤러리 소소 2018) 같은 최근작까지, 모두 발견된 오브제/재현 실험 등의 키워드로 풀이될 만하다. 덧붙여 그의 발견된 오브제/재현 실험은 그의 초기작의 한 제목처럼 「여기(거기)가 아니면 아니 되는 그림」처럼 장소특정성을 띤다. 요컨대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은 청계천 일대에서 수집한 다종다양한 쓰레기에 가짜 학명學名을 붙여,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철거가 임박한 청계천 철공소 밀집지역의 예정된 멸종을 장소 특정적으로 시사한다. 
    이 같은 장소 특정적인 발견된 오브제 미학은 야수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밀림을 차용해, 나비(SK), 악어(라코스테), 황소(람보르기니) 참새(트위터) 독수리(아르마니)등 굴지의 대기업들로 둘러싸인 현대 사회의 권력구도를 재현한 「사파리」(2013)나, 별 아래 놓인 인류의 오랜 삶을 차용해, 별을 자사 브랜드로 내세운 삼성, 오리온, 론스타, 컨버스, KB국민은행 등 상업자본 아래에 놓인 현대인의 삶을 재현한 「별 헤는 밤」(2012) 등으로 주제의 폭을 확장하기도 했다.
    
    그의 주된 작업 공식 중 하나는 이항대립의 공식에 따라 미적 역설 효과를 낳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그의 키워드로 풀이하면 '비재현의 재현'이나 '상처'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균열과 얼룩에서 미적 대상을 발견하기는, 시멘트 벽(인공물)에서 동양적 산수화의 자연미를 발견한 개인전 『배종헌 ZIP: 첩첩산중』(파라다이스ZIP 2018)과 『흔적기관 Vestigial Organs』(갤러리 소소 2018) 등에서 이미 관찰되었고, 일상 기성품을 예술로 둔갑시키기는 이항대립의 또 다른 예로 「청계천변 멸종위기 희귀생물 도감」과 현대 소비문화의 풍경에서 고대의 유물과 골동품을 찾아낸 「유물 프로젝트」(2005)에서 실행되었다. 발견된 오브제, 재현의 다양한 실험,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작업의 생리, 물리적 결과물과 텍스트가 한 몸체가 된 작업의 성격, 시적인 작품을 설명하는 논리적인 작가노트. 배종헌은 여지없이 개념미술가로 범주화 될 것이다. 그런데 개념미술의 일반론과는 다른 결을 지녀서 정확한 규정이 어렵기도 하다. 작업 연보와 해설을 작가 본인이 집필로 집대성한 선례가 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설령 있다한들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벽에 난 얼룩에서 형상을 발견하는 자신 스스로를 면벽유객面壁留客이라 이름 짓는 조어 능력이나, 생물학 용어 흔적 기관vestigial organs을 예술 재현에 응용시키는 방법론이나, 철거 직전 구부정한 포물선으로 이어진 청계고가를 차로 이동했던 지난 경험을, 용의 등짝에 올라 하늘을 나는 느낌으로 치환시킨 은유 감각이나, 무엇보다 제 작업을 해석하는 어마무시한 분량의 작업집서를 펴내는 집필 능력이나, 장르적 사유로 나누면 그는 이론가의 스펙트럼에 훨씬 가까이에 있다.
    
    정하기 어려운 장르적 성격 탓인지, 그의 작업은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에도 간단히 이해되거나 즐길 만한 것이 못 되기도 한다. 그의 전 작업들의 생리가 물리적 결과물과 텍스트(작가 노트)가 한 덩어리로 묶일 때 존재감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세운 자기 논리를 선행 학습할 때 비로소 작품이 보인다. 작품 보는 안목과 텍스트 읽는 독해력이 병행될 때 온전히 읽히고 감상되는 그런 규정하기 힘든 작업. 
    그의 작업 미학의 자기완결성은 유·불리를 함께 갖고 있다. 그의 작업 키워드로 풀이하면 이항대립적이다. 논리적인 전개가 만드는 개념의 쾌감이 크다. 반면 역설적으로 작업과 글의 자기완결성은 남이 개입할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천공폭포 天空瀑布_ 콘크리트 기둥의 균열과 얼룩」(2018)은 개인전이 열린 갤러리 소소의 기둥을 차용한 것인데, 형광 핑크 바탕에 녹색을 올리고 긁어 흠집을 낸 구성이다. 상처(흠집)를 미학적으로 도드라지게 하려고 보색 대비를 썼단다. 이 같은 색 조합의 동기를 감정이입에 훈련되지 않은 보통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희미한 낭만」(2014/2018)은 예전 작업실에서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만나는 먼지 내려앉은 간 유리창에서 선경仙境을 발견하고 위안을 얻은 것이 제작 동기라고 들었다. "아. 이 사람은 위안마저 자기 완결적으로 해결하려 드는구나." ■ 반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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