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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오제성 개인전: The Motion Lines
기간| 2019.02.15 - 2019.03.20
시간| MON-FRI : 9:00-18:30 SAT : 11:00-18:00
장소| 송은아트큐브/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3/1층
휴관| 토요일,일요일, 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448-010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오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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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광기의 시공간_비선형의 아리아
    2018 Single channel video 11min

  • 노광
    2018 미노광_도깨비 바늘 Single channel video 8min 38sec

  • 노광 미노광_아마추어 소사
    2018 Single channel video 8 min 43 sec
  • 			시간의 틈을 메꾸는 오늘, 어제 혹은 내일
    오제성은 주변에 놓인 수많은 현재를 이야기하는 데 충실하다. 흑백의 이미지들은 그가 겪은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을 출발점으로 하며, 작가의 생활반경과 밀착되어 있는 사람, 사물 그리고 장소들에 빚지고 있다. 실제로 그가 삶의 공간으로 삼고 있는 동네, 학교, 집이 촬영의 배경이 되고, 오랜 친구, 학교 후배, 친구의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평소에 사용하던 사물들이 내용을 이끌어가는 소재가 된다. 때때로 본인의 예전 작업이 보란 듯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사적인 것들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듯하며, 외부에서 흡수한 자극과 단상을 필요에 따라 작업에 덧대어가며 형태를 잡아간다. 이처럼 그가 포착하는 것들은 지극히 현실로부터 온 것이지만, 작품들의 시점은 어쩐지 오늘과 어제, 혹은 가까운 내일과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 있다. “The Motion Lines”에 출품한 영상들은 각기 다른 시공간을 경유한다. <광기의 시공간>(2018)을 구성하는 세 개의 독립된 채널을 살펴보면, 한 인물이 세기말 도시 어딘가에서 겪는 사건의 끝이 다른 인물이 겪는 사건의 시작과 접속하고, 시간 여행이라는 환상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시간의 축이 끝없이 비틀어지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얼개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광, 미노광>(2018)은 서울의 장소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 인물의 실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작가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 박물관에서 찾아낸 사료로부터 추측한 내용, 또 도시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입으로 전해 들은 소문들을 토대로 실체가 불분명한 기억의 파편들을 세 개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것이다. <피와 뼈가 에이는 밤>(2019)도 여인, 시간여행자 그리고 예술가가 모호한 한 시점에서 시간 여행 장치의 작동과 오작동을 통해 과거의 장면으로 회귀하거나 현재로 되돌아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틀을 갖고 있다. 각 작품들은 현실의 물리적인 요소들을 십분 수용하면서도 그것과의 시차를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가상의 서사 속으로 진입할 것을 요청한다.
    일단 현실을 빼닮은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서고 나면, 구불구불한 시간과 공간의 흐름 틈바귀에 놓인 장면들로 시선이 옮겨 간다. 흑백의 인물과 사물, 풍경은 일상의 맥락에서 잠정적으로 탈주하여 작가가 짜놓은 가상의 프레임 안에서 새롭게 의미를 획득한다. 그런데 작가는 장면의 모든 세부적인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연출의 물리적인 한계나 편집에 있어 남겨지는 미완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화면의 표면으로 이끈다. 가령 <피와 뼈가 에이는 밤>에서 삼발이 찜기가 뻔뻔하게 시간 여행 장치로 변신하여 등장하는 모습이나, 작가가 종이로 접어 만들었을 게 분명한 납작한 시간 여행 장치를 타고 주인공이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상상의 세계에 몰입하지 못하고 엉성한 연출이 펼쳐졌을 현실 속 무대로 다시 튕겨져 나온다. 작가는 본인이 축조한 시공간에 기꺼이 입장한 이들에게 이내 이것이 모두 진실을 바탕에 둔 허구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서사의 틀 위에 올려진 일련의 상(象)들은 작품이 단일한 의미 체계로서 해석되는 것을 방해하며 작품과 관객 사이의 균열을 유도하고, 그 틈에서 이미지는 현실의 지각을 다층화할 수 있는 풍부한 기호로서 기능한다.
    이제 이야기를 지탱하고 있는 지지대와 같은 사진을 바라본다. 작가는 전달하려는 메세지에 적합한 원리와 효과를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필름, 그리고 편집 방식을 세심하게 선별한다. <노광, 미노광>은 감광유제가 반대로 반응하게 하여 촬영 시 색 입자가 필름의 정확한 곳에 안착하지 못하게 하는 레드 스케일 필름으로 촬영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피사체가 다소 흐리게 포착되고, 극명한 색수차로 사진의 색감이 왜곡된다. 작가는 이 필름의 성격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몇몇 장소들과 인물들의 정체성이 퇴색되거나 사라지게 될 상황을 은유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광기의 시공간>과 <피와 뼈가 에이는 밤>은 시간 여행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가 전면에 등장하는 점을 고려하여, 컬러 사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달하는 객관적인 정보의 양이 적은 흑백 사진을 선택하고 누락된 의미의 조각을 작가와 관람객의 상상력이 자유롭게 채워나갈 수 있도록 의도했다. 결과물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를 넘어 매체의 물리적인 성질과 작동 원리를 주제와 연결 지으려는 태도는 사진과 영상을 납작한 그림들의 집합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부피와 질감을 갖는 조형 요소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즉 사진과 영상을 시간의 비가시적인 두께를 가시화하는 실재적인 구조물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줄거리와 주제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그가 선택
    한 제작과 편집 방식(사용한 필름 및 카메라의 특이점, 영상과 사진 간의 선택, 자막의 유무 등)과 이로부터 나타나는 촉각적인 효과들을 함께 고려했을 때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세 편의 작업을 어떤 유기적인 동선(motion lines)으로 엮어볼 수 있을까? 우선 <광기의 시공간>에서 도시와 전시장이라는 불특정한 공간으로 진입한다. 그곳에서 에너지의 끝없는 순환과 충돌이 있는 전시장의 속성을 도시에서 일어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연결 지어 보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어볼 수 있다. <노광, 미노광>에서는 서울의 조원동, 예지동, 갈현 1동이라는 실제 장소들로 시선을 옮겨, 개인들의 소소한 역사에 비추어 그가 관찰하고 경험했을 풍경을 파편적으로 그려보게 된다. 그리곤 <피와 뼈가 에이는 밤>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차원의 시간 개념 속으로 나아간다. 때와 장소가 불투명한 배경 속에서 교차하며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겪는 시공간의 이동을 보며, 누군가는 앞선 두 작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 머뭇거리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전시장 한편에서 무한히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와 쉬지 않고 넘어가는 달력을 생각해본다. 별개로 이루어진듯한 세 개의 서사들은 작가가 시간의 층위를 조립해가는 방법에 따라 상이한 외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이미지들이 끝내 수렴하는 곳은 작가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던 시간 그 자체였음을 인지하게 된다.
    결국 오제성의 질문은 언제나 시간을 능동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과 관련이 있으며, “The Motion Lines”는 작가가 개인의 기억의 불연속성을 인정하고 기억의 간극을 추적하며 누락된 시간들을 상상력과 일상에서 얻은 정보들로 메꿔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시장에 흐르는 흑백 이미지들은 여전히 명확한 해석 대신 더 많은 선택지를 내어 보인다. 이 모호한 시간들의 충돌과 교합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동선을 만들어가며 그가 기억하려던 시간은 어떤 것이었는지, 또 내가 경험한 시간들과 어떻게 공명하는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박지형
    페리지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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