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19.03.09 - 2019.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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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1:00-19:00 |
장소| | 오픈스페이스 배/부산 |
주소| | 부산 중구 동광동5가 44-34/오픈스페이스 배 |
휴관| | 일요일 , 공휴일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51-724-5201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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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정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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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공기 용적률> 토지면적 대비 건축연면적의 비율을 뜻하는 용적률은 건물의 높이와 직결되며 개발밀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제한된 대지 위에 세워지는 욕망의 기둥은 용적률의 허용치에 비례하여 하늘로 치솟는다. 살기 위한 공간의 절대적 수치는 점차 늘어만 가는데 과연 우리의 삶의 용적률 또한 늘어 가는 것일까? 점점 높아지는 초고층 빌딩의 높이에 반비례하여 모두에게 허용된 공기는 점차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조형섭은 건물의 층수로 명확하게 떨어지는 용적률의 개념을 공기의 개념과 맞붙여 그 모순을 이야기 한다. 조형섭의 작업은 삶과 가장 가까운 것에서 출발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오브제,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주변의 조건과 상황에 집중한다. 그 안에 박혀있는 익숙함을 해체하고 비틀어,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미 어떠한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의 쓰임과 그 환경을 곱씹는 그의 사유는 방향성 없이 빠르게 달려가는 기술과 개발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며, 그 결과 어떤 세상이 되었는지, 멈추어 되짚게 한다. “작은 눈으로 큰 현실을 다루거나 작은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지 말고, 큰 눈으로 작은 현실을 다루게 되어야 할 것이다.”라던 시인 김수영의 말처럼 일상의 것을 매개로 한 조형섭의 작품은 그의 거시적 안목의 출발점이다. 막대자가 움직인다. 세계를 막대자라는 척도를 통해 판단할 때, 가치는 수치로 환산될뿐더러 가치의 전도가 일어난다. 수치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어도 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대상과 환경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삶과 결부된 가치들을 수치로 환산하게 된다면, 천국 역시도 수치로 환산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뒤집힌 세상과 다름 없다. 그래서 작가는 ‘HEAVEN’의 철자를 거꾸로 뒤집어 작품 제목을 달았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막대자의 뒤로 최고의 용적률을 자랑하는 고층건물 영상이 병치된다. 순간 등장했다 안개 속에 사라지는 고층빌딩을 둘러싼 개인의 욕망과 뒤엉킨 권력은 과연 측정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것일까. 오직 상승과 하강의 제한된 수직 운동을 수행하는 엘리베이터는 고층건물과 그 생을 함께한다. 조형섭의 엘리베이터 영상은 위를 향해 상승한다. 영상을 마주한 채 전시장 바닥에 서있는 우리는 하강의 느낌을 경험한다. 11에서 0으로 떨어지는 수치만큼 내려온 우리는 안전한 바닥에 도달했음을 상상하지만 0에서 11로 또다시 무한한 하강의 세계로 이끈다. 상승과 추락의 무한 순환은 우리의 감각마저 무력화시킨다. 감각을 현혹시키는 외부 장치에 저항하는 일은 나의 물리적 신체가 딛고 있는 바닥을 인식하는 것, 바로 현실을 자각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바닥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자각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고층 빌딩 숲 안에서의 삶이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 하늘을 가린 빌딩 장막이 나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조형섭은 그 바닥을 뒤집는다. 비커 안을 위에서부터 채운 시멘트와 바닥의 남은 공기의 양을 시각화하여, 모두가 누려야할 자연의 공기가 사유화된 비자연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공기는 용적률의 상승에 따라 점점 수치가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