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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19 풀 프로덕션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
기간| 2019.05.02 - 2019.06.02
시간| 11:00 - 18:00
장소| 아트스페이스풀/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구기동 56-13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96-480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해민선
우한나,조익정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스폿> 퍼포먼스 오브제_조익정


  • 스폿_조익정
    2016 HD_16:9_color_single channel video 32min

  • Maniace on Popples_우한나
    2019 혼합매체 가변크기

  • 사라지는_이해민선
    2017 돼지사료 포대에 유성 볼펜 가변크기
  • 			신지이(아트 스페이스 풀 큐레이터)
     
     
    모든 시체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서서히 늙고 퇴화하던 몸이 가만한 유한성에 맡겨지는 것은 자명하겠지만, 냄새라는 화학감각을 유발하려면 적어도 몸은 죽음이 당도한 그곳에 한참 있어야 합니다. 냄새가 나지 않는 시체는 죽음 이후 즉시 화학 처리되어 생전의 모습이 최대한 보존된, 애도의 준비를 마친 시체입니다. 그렇게 그는 무사히 추모라는 무대에 오를 수 있겠지요. 그러나 냄새가 나는 시체는 다릅니다. 어떠한 이유로 잊힌, 발견되길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그의 기다림의 끝은 자주 냄새를 통해 이루어지고는 합니다. 그래서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입니다. 
     
    ‘마지막’의 모습은, 특히 제 것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두려운 상상 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른 ‘마지막’을 황급히 끊어내고 싶은 충동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비극이나 재난의 상황을 목도했을 때 취하게 되는 여러 양가적인 태도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불쾌한 정서와 상념은 그것으로 야기될 어떤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문제를 보다 잘 회피하게끔 작동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 분리를 시도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상대적인 행복과 안정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그-그것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내기도 하는데, 전시명은 불행이나 비극의 정서에 취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어떤 이의 담담한 사고의 과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입니다. 문장에 저와 제 주변에서 관철되고 있는 어떤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정서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애쓰며, 그러면서도 대상을 타자화 하지 않는, 아니 어쩌면 못하는 비관론이나 염세주의라 이름을 붙일 수 있겠지만 그다지 정확한 이름은 아닐 것입니다. 냉소와 회의에 익숙하지만 쉽게 체념하지 않고, 대단히 개인주의적이지만 필요할 때는 연대합니다. 홀로 존립하기를 갈망하나 유대감이 주는 고양된 만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부정당할 때는 더욱 강력히 제 존재를 규명하고자 발광하고요.
     
    상황을 담담하게 직시하는 행위가 감정의 부정적 기능을 앞설(차단할) 수 있는지, 감정의 분석은 어떻게 가능하고 또 기능하는지, 동시대의 개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감정을 뛰어넘어 보다 풍요롭게 놓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전시는 기획되었습니다. 전시장에는 극적인 상상력을 통해 동시대 개인들의 존재 방식을 은유한 조형물, 개인이 성장하기까지의 감정 양태를 다시금 바라보는 퍼포먼스 영상, 여러 감정적 상황에 맞서는 미시적 주체들을 조명한 회화 작품이 소개됩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고상함 속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눈을, 코를, 귀를 뒤흔들 것이라는 안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건조하지도 조신하지도 않게 펼쳐진 풍경은 현재에 관한 사유의 한 모양, 서로를 견디거나 지탱하고 있는 고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정상의 범주를 규정하고 또 배척하는데 사용되는 여러 감정들이 있다. 특히 혐오, 불안, 경멸, 수치심과 같은 감정은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배타적으로 유지하는 데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조익정은 개인이 성장하기까지 겪게 되는 여러 정서적 갈등과 균열의 상황들을 극화한 퍼포먼스와 영상 작품을 소개해 왔다. 본 전시에서는 지난 2016년에 실행했던 3막의 퍼포먼스를 한 편의 영상으로 편집한 작품<스폿>을 보여준다. 나무 구조물 위로 신체들이 구르고, 쳐내고, 당기고, 밀어내는 날것의 소리를 내며 누빈다. 놀이인지 싸움인지 모호한 행위들의 진동이 서서히 긴장을 구축하는 가운데, 무대는 중동의 사막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2막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목소리이다. 선명하게 들리는 몇몇 문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아랍어, 영어가 섞인 날카로운 외침은 언어의 탈 언어적 시도로도 보인다. 작가의 모놀로그(monologue)로 채워진 3막은<스폿>의 배경이 된 그날에 대해서 읊는다. 후미진 강변을 아지트로 삼은10대 무리는 그들의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온 외부인(작가, 노인)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통제되지 않는 이들의 적개심은 또 다른 외부인(사이렌)의 등장으로 방향을 바꾼다. “때때로, 모르는 개가 가까이에서 짖으면 오랫동안 입을 다물고 귀 기울여야 한다.” 작가의 관심은 청소년, 베두인과 같이 편입과 이탈 사이의 경계인들에 있다. 이들의 신체성이 재현하는 “날 것, 악랄함과 불화는 훈육과 통제와 적응의 반대편에서 현재의 개개인이 구성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우한나가를 통해 보여주는 군상은 집단 바깥의 집단, 기괴한 무리이다. 신화 속‘미친 여자들’로 일컬어지는 마이나데스(Maenades)와 198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 '포플스(Popples)'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동용 TV 시리즈나 신화의 이야기들은 드라마틱한 사건과 사고들을 통과해 결국에는 교훈적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작가는 그 가운데서 특히나 행실이 나쁘고, 난잡하고, 괴상한, 한 마디로'튀는' 특징들만 취하고 이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전시장에는 매끈한 매듭이 수직의 물건들을 죄이고 반짝거리는 커튼은 접촉 충동을 자극한다. 퍽 요상하게 걸린 방울들과 폭신하고 비대한 손가락과 현기증 나는 무늬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엉켜있는 풍경은, 그 정신없음으로 인해 하나의 덩어리로 읽는 것을 방해한다. '가시적인 소수집단(visible minority)'은 외형상 소수임이 뚜렷이 드러나는 집단을 가리키는데, 주로 서구에 사는 유색인종을 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 특징은 떠올리자면 피부색 외에도 많다. 눈에 띄는 그 ‘다름’으로 그들을 개체가 아닌 덩어리(chunk) 로 치부할 때 몰이해가 일어난다. ‘괴상한’,‘튀는’과 같은 수식어에 방점을 찍은 뒤 유려하게 펼쳐 놓은 우한 나의 무대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보다 늘 있었던 것을 보여주고 함께 하자는 일종의 초대이다.
     
    이해민선은 사뭇 대조적인 정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라지는>은 돼지 사료 포대에 머리카락이 짧은 사람, 뚱뚱한 사람, 제모하지 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멸종 위기의 새가 내달리는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다. 포대의 안쪽에는 사료의 기름이 잔뜩 배어 있는데, 그 때문에 유성펜으로 그린 드로잉은 산화의 과정을 겪는다. 질료는 안착하지 못한 채 휘발되는 이들에 대한 술회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주름지고 기름에 절은 장막을 ‘뚫고’ 달려 나오는 여성들을 보고자 하는 욕망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008년 여름부터 2018년 가을까지 진행한<인간>은 모기의 피를 짜내어 그린 것이다. 작업실 동료의 피, 여름날 작가의 팔뚝에서 뽑힌 피를 재빨리 종이에 문질렀더니 어느새 주름 깊은 얼굴의 형태가 갖춰졌다. 모기가 손바닥에서 푹 터져 선홍빛 잔해로 맺혀 있는 것을 보면 감염이나 질병 따위를 걱정할 법도 한데, 그 과정을 침착하게 적은 노트와 무수히 비벼댄 결과물에서 발견되는 것은 목표에 명중하고자 했던 사수들의 날렵함과 조급함뿐이다. 그것을 11년간 해왔다는 사실에 스멀스멀 미소가 올라온다. <강풍>의 구호는 제목을 그대로 관통한다. 플래카드에 뻥 뚫린 구멍을 저항을 내려놓은 타협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문장은 무엇으로도 읽힐 가능성의 영역에 놓여 버렸지만,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읽도록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이곳에...존재한다'는 듬성듬성한 실존에 대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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