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미술이 맛있다고?" 언뜻 넌센스처럼 들리겠지만, 맛있는 음식과 ‘멋있다’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미술에는 사실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사람의 감각을 만족시키면서 삶에 위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울푸드’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은 영혼에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소확행의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특히 밥보다 비싼 커피, 까페 굿즈의 인기, 고급 디저트 시장의 성장은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선 문화적인 것이며, 미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도 묘하게 겹치는 지점을 보여준다. SNS에 넘쳐나는 음식 사진들 역시 음식을 바로 먹고 싶은 욕망을 보류한 대가로, 타인에게 과시할 수 있는 자랑거리가 되었음을 방증한다. 또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말이 있을 만큼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너와 나를 이어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이에 아미미술관에서는 음식으로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 6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관람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전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에서부터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가공된 디저트까지 - 각양각색의 음식들은 실제 예술가들의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사진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이흠작가의 사탕은 관람자를 달콤한 감각의 세계로 이끌다가, 추상적으로 퍼져나가는 붓터치를 통해 이것이 캔버스 위의 허구임을 환기시킨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본래는 자연의 일부임을 일깨워 주기도 하는데, 알알이 움 틔울 생명 에너지를 품고 있는 콩과 팥, 싱싱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나물들은 자연을 존중하는 정정엽 작가의 생태주의적인 관점이 담겨있다. 망무 작가는 형형색색의 귀여운 동물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상차림을 통해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생명이었던 동물들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암묵적으로 은폐되는 사회상황을 고발하고 있다. 한편 김서울 작가는 규격화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부조리한 일상생활을 음식에 빗대어 위트 있게 표현하였는데, 특히 중의적 의미를 지닌 단어를 시각적으로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또 최현주 작가의 일상적인 식재료들은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극적인 대비를 이뤄 무의식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며, 보는 이를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이 외에도 로렌 정 작가의 예쁘게 꾸며진 음식들은 럭셔리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강요받는 화려함의 이면을 보여준다.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고통, 시끌벅적한 파티 뒤의 공허함과 상처, 불안감 등 어른이 되는 성장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감정들이 이러한 음식에 투영됨으로써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다채로운 함의가 담긴 이번 맛있는 미술 전시 역시 누구에게나 쉽게 소화되는 맛깔 나는 전시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큐레이터 김 남 윤 (출처 = 아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