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이채은은 다양한 이미지를 커다란 화면에 싣고 이를 연결하고 재배치하며 병치, 전복시킨다. 작가가 포착하여 화면에 옮기는 장면들은 평소에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거나 뉴스를 통해 마주하는 사건, 미술사 서적, 영화 등의 매체에서 한 번쯤은 접해본 이미지들이다. 신작 중 하나인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2019)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단편집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의 제목을 차용했다. 미하엘 엔데의 초현실주의 단편 소설은 서로 연계되지 않는 듯 각각이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읽는 이에 따라 그 단편 조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여 맥락화 할 수 있다. 거울 속의 거울을 통해 어떠한 피사체(이미지)를 주시할 때 거울 속의 이미지가 피사체의 형상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채은의 작품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eigel>에서도 각각의 이미지는 독립된 것이자 다양한 경우의 수로 엮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품의 왼편에 있는 ‘의심하는 도마’ 도상을 통해 이미지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는 태도가 반영된다. 흔히 종교화에서 성스러운 인물에게 표현하는 후광(Halo)을 도마에게 부여하여 의심하는 주체로서의 도마를 부각한다. 본래의 맥락에서 이탈한 이미지들은 기존의 알레고리에서 벗어나 화면 안에서 새로운 알레고리를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