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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평화, 이키바위쿠르르 : 땅밑달리기
기간| 2022.04.05 - 2022.05.05
시간| 14:00 - 20:00
장소| 엘리펀트스페이스/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길 30/
휴관| 월, 화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32-459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평화, 이키바위쿠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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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오늘 아침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분노와 함께 눈을 떴는가. 곳곳의 성난 목소리가 세계를 거의 가득 채운 것 같다. 바깥의 그것들에 온 신경을 집중할수록 마음은 초라하게 말라간다. 이제 땅 위의 성난 목소리를 뒤로 하고 땅 밑으로 들어가자. 눈과 귀 대신 손끝으로 느껴보자. 산소는 희박하지만 유기질은 풍부하잖아.

연남동으로 터를 옮긴 엘리펀트스페이스의 두 번째 전시 《땅밑달리기》*는 펑크를 상상한다. 펑크란 무엇인가. 속 시원한 분풀이이다. 왁자지껄 한바탕 놀자는 부르짖음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D.I.Y 정신의 청각화이자 시각화이다. 나의 길을 간다는 다짐이자 외침이다. 이 전시는 《그라운드후드》(2017)의 후속편으로, 《그라운드후드》가 미술계 안팎에서 발견된 느슨한 연대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개인의 영역과 경계가 섞이고 확장되고 축소되면서 만들어지는 모양새를 살펴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펑크 정신의 평등주의적 D.I.Y를 따라가면서 분노로 가득한! 풍요로운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삶을/생을 다시 기워 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왜 “땅”인가. 예로부터 땅은 인류에게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사유하게 했다. 인류는 땅에서 가이아, 마고, 웅녀, 이시스, 지장보살, 셰멩듸를 보았다. 땅은 인간 실존의 근본이고 강력한 물리적 토대다. 하지만 동시대의 땅은 어떠한가.

어떤 하나의 지대는 석탄과 광물을 내놓도록 닦달 당한다. 지구는 이제 채탄장으로서, 대지는 한갓 광물의 저장고로서 나타난다. 농부들이 이전에 경작하던 밭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의 경작은 키우고 돌보는 것이었다. 농부의 일이란 토지를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자신의 생장력에 맡기고 그것들이 잘 자라도록 보호하는 것이었다. 공기는 이제 질소를 내놓도록 강요당하고, 대지는 광석을, 광석은 예컨대 우라늄을, 우라늄은-파괴를 위해서든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든-원자력을 내놓도록 강요당한다.**

동시대의 땅은 에너지 저장고가 되었다. 땅 위에 사는 인류가 기술적으로 처리 가능한, 경제적으로 교환 가능한 자원이자 수단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땅 밑에서 달린다는 것은 세간의 가치를 거부하고, 그 밑에 은닉해 고유한 존재로서 달려보는 시도이다. 고유한 존재를 갖는다는 것은 특성이 각각 다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군가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교환될 수 없는 독자적인 존재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땅밑달리기》는 펑크의 한 면에 닿아있다.

전시에는 두 명/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평화와 이키바위쿠르르.

김평화는 그림책, 조형, 거리 예술 등 시각 예술작업을 통해 세상의 결핍된 존재의 삶을 재조명하여 관찰하고 세계와 세계의 연결을 시도한다. 그는 전 지구에 피해가 가지 않는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과 계층, 성별, 정체성, 삶의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게 보다 많은 사람이 접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을 지향한다.

아래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김평화가 생각한 펑크의 삶이다.

나에게 펑크의 삶이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은 순수한 표현의 원동력이 된다. 안정적이고 이성적인 부분만 중요시하는 현재의 사회에서 펑크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과 균형을 맞춰 삶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참여했다. 나는 최대한 즉흥적이고 현재의 감정에 몰입하며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김평화는 펑크 정신을 담아 흔들개비(모빌의 순우리말)를 만들었다. 늘 그러하듯 그는 이번에도 밖으로 나가 버려지고 못 쓰는 재료를 주워 만들었다. 새의 모습을 한 흔들게비에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 세상에 외치고 싶은 가치를 잃지 않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어주었다. go vegan, go love, go peace, go punk, go equality. 흔들리더라도 크게 균형을 잃지 않고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새에 적었다.

이키바위쿠르르는 시각 연구 밴드이다. 고결, 김중원, 조지은으로 구성된 현재 회원들은 믹스라이스라는 팀을 함께 운영하면서 식물과 인류, 문명과 자연 현상, 식민주의와 생태의 다면적인 연결고리를 탐구한다.

이키바위쿠르르는 세 곳의 땅-서울의 옥상, 괴산의 맹지, 문경의 논-에 흙으로 만든 일종의 기념비를 만들었다. 인간의 건축 혹은 기념비를 떠올리게 하는 흙기둥은 땅의 집약이다. 동시대의 슬럼은 폐플라스틱처럼 압축되어 깨끗하게 우리의 눈앞에서 치워져, 고시원이나 모텔 한편에 보이지 않게 안전하게 쌓아 올려진다. 깨끗하게 치워진 땅 위에 세워진 거대한 블록은 이제 ‘아파트’라고 부르기엔 어떤 한계치를 넘어, 어떤 거대한 제도, 견고한 그물망, 혹은 스스로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이키바위쿠르르가 만든 흙기둥은 곧 재개발이 되어 사라질 어떤 땅에 대한 일종의 기념비.

끝. 이제 작품 속으로. 땅 밑으로.

*전시명 《땅밑달리기》는 1990년대 말 홍대-신촌 일대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조직이었던 '개방적인 클럽 연대'의 월간 공연 《땅 밑 달리기》에서 가져왔다. 당시 행사 주최자의 말에 따르면 《땅 밑 달리기》는 땅 위의 공연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우리식대로 함께 어울려 지하 카페에서 신나게 달리면서 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데거 전집 7권 Vortraege und Aufsaetze(강연과 논문), 1978년, 18-19쪽.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28-29p, 박찬국

주최 엘리펀트스페이스
기획 이현인
그래픽디자인 김정욱
번역 박재용(서울리딩룸)

(출처 = 엘리펀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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