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림배지희 : 눈알을 던져라
기간| 2022.04.27 - 2022.05.15
시간| 10:30 - 18:00
장소| 갤러리밈/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 178-2/
휴관| 연중무휴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3-887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림배지희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장소 : 갤러리밈 1전시장

-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미지의 뒷면이다.

현실에서 만지고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 실제 정물과 풍경 이미지가 아닌 전자기기 속 불특정 다수가 얄팍하게 가공해 올린 이미지의 뒷면이다.

그저 보이지 않는 뒷면을 재현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미지의 앞과 뒷면을 한 면에 펼쳐 볼 수 있는 방식을 택하여 작업하였다.

이전 작업에서 볼 수 있듯 나의 관심사는 일상생활에서 발설하지 못한 말들의 이면이나 타인과의 소통 중 어긋남이 생기는 순간을 시각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로 밖을 전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타인과 만남이나 직접적인 감정 교류 및 소통이 불가능해지다 보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상의 광범위한 이미지로 향하게 되었다. 아니,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 같다. 이미 전자 이미지에 관련된 작업을 하는 작가는 너무나도 많기에 굳이 나까지 관심 두지 않아도 될 자리처럼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그 얄팍한 가공의 이미지가 유일하게 내게 주어진 작업의 대상이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일상의 무너짐과 커다란 상실감은 팬데믹 이전의 삶 때도 느껴왔던 것이기에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큰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사람과의 감정, 교감 장치의 부재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기에 그 부분이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어쩌면 가공된 이미지의 뒷면을 펼쳐보고 싶은 마음은 교류의 부재에서 오는 적막함에 대한 실소이며 자유를 향한 소망과 반대로 허무함을 감추기 위한 발악일 수도 있다.




[ 어느 날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상자 하나가 떨어졌다.

그 상자에는 작은 구멍 두 개가 뚫려있었고 사람의 인기척도 느껴졌다.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말소리만 안 날 뿐이지 상자 속에는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뚫려있는 구멍으로 눈동자가 비쳤기 때문이다.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주의사항: 이 상자는 수상한 물체가 아니 오니 신고하지 마시오.’라고 적혀있었다.

수상해 보이는데 수상한 물체가 아니라니?

상자 안의 정체 모를 그는 동의하에 갇혀 지내는 건가? 퍼포먼스 같은 예술 활동인가?

궁금증이 쏟아지려는 찰나 뭐가 됐든 내 일도 아니고 관여하면 위험한 일에 휘말릴 것 같아 우선은 지나가지만 신고하지 말라는 그 단어가 어딘지 찝찝해 눈을 찡그린 채 발걸음을 옮겼다.


상자 속 그가 말을 못 하는 건지 일부러 안 하려는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가끔 구멍 밖으로 흘려보내는 텍스트로만 안부를 확인할 뿐이다. 상자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인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호기심에 우르르 몰려와 관음한다. 그러나 별달리 얻어 갈 이슈가 없다는 것을 알 곤 순식간에 다시 흩어진다.


시간은 흘러 그 상자를 발견한 지도 벌써 햇수로 2년을 훌쩍 넘겼다.

그는 나가려는 의지도 용기도 없는 것인지 여전히 상자 속 뚫려있는 구멍에만 의지해 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가 보는 풍경은 어떤 풍경일까? 답답하진 않을까? 변화를 꿈꾸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려는 찰나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처음 들어보는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으나 다음 말이 궁금해 발걸음을 재촉하여 상자 가까이에 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눈알을 저기로 던지고 싶어 도와줄 수 있니?”

“네? 눈알을요? 눈알을 뽑으면 아무것도 못 보게 되잖아요. 당신이 이 상자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는 구멍을 통해 밖을 보는 것이 아니었나요?”

어이없고 끔찍한 부탁에 몇 분 동안 현실적인 설득을 해봤지만, 그는 눈알을 뽑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내 손으로 그의 눈알을 만지고 싶진 않아 대신해 줄 다른 이가 있나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런 이는커녕 평소엔 자주 보이던 길고양이의 꼬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 그래! 까짓것 불쌍해 보이는 사람 도와주는 셈 치고 한번 해보자. 순식간에 던져버리자. 뒤에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상자 속 그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뽑은 눈알을 건네주었고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촉감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알을 저 멀리 던졌다.

그의 눈알은 허공중에 나선형을 그리며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꽤 먼 곳에 떨어졌다.

격앙된 목소리로 “이제 됐나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실 거예요?” 물음과 함께 뒤를 돌아보니 상자는 보이지 않았고 그곳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2021년 2월 17일에 꾼 꿈을 기록한 노트에서 발췌


(출처 = 갤러리밈)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팸플릿 신청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 - 팸플릿 신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부 이상 신청시 상단의 고객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확인
공유하기
Naver Facebook Kakao story URL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