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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류승옥 : 중심은 없다
Exhibition Poster
기간| 2022.05.14 - 2022.06.04
시간| 12:00 - 19:00
장소| 플레이스막2(PLACEMAK2)/서울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622
휴관| 월요일, 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17-219-818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류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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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류승옥 중심은 없다 X
    2021 acrylic colors on canvas 65.1x53.0cm
    (이미지출처 = 플레이스막2)

  • 류승옥 중심은 없다 V
    2022 acrylic colors on canvas 193.9x130.3cm
    (이미지출처 = 플레이스막2)

  • 류승옥 중심은 없다 III
    2022 acrylic colors on canvas 130.3x97cm
    (이미지출처 = 플레이스막2)

  • 류승옥 중심은 없다 IX
    2021-2022 acrylic colors on canvas 162.2x130.3cm
    (이미지출처 = 플레이스막2)
  • 			딜레마 ; 거울의 뒷면에서
    
    언덕을 오른다. 정면을 바라보며 걷는다 생각하지만 상체는 점점 구부러진다. 구부러지는 것이 언덕을 오르는 올바른 자세이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을 기억하면서 골목을 따라 오른다. 오르는 사이사이 불쑥 튀어나오는 허무맹랑한 환영 같은 골목들이 연이어 있다. 그의 작업실은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또 다른 골목이 나오는 귀퉁이에 모여든 바람과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작업실에서 구부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을까. 벽과 벽, 공간과 공간 사이 촘촘히 놓인 그림들을 들여다본다.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자신과 자신의 이면을 상상하는 작가를 상상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가운데 한기를 물리칠 수 없는 작업실에서 경직된 어깨를 조금씩 들썩이며 찾아온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류승옥을 그렇게 만났다. 약간은 낯선 다정함을 느끼며. 
    
    그는 색으로 ‘없음’을 그렸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각형의 틀 안에서 색들은 휘발되는 듯 보였다. 촘촘히 엮인 어떤 삶에서 색을 골라내는 것처럼, 아니 무채색의 염원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모나미 볼펜’으로 그려낸 드로잉들은 오히려 색이 덧칠해져 다양한 색들로 환하게 보였다. 류승옥에게 색은 삶을 지켜내고자 하는 어떤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 속 사람들은 대체로 눈, 코, 입이 없다.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을까. 작품 속 ‘나’들은 구체적이지 않은 삶을 가진 사람처럼 걷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누구도 나에게 말 걸지 않았으면... 하는 목소리를 숨기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막을 치고 이만큼의 거리만큼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하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많이 지쳐 보였다. 중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가 손을 어깨에 얹을 수 있는 다정한 거리는 없었다. 거리를 없앰으로 객관적인 포옹의 모습으로 다가선다. 나는 그렇게 그의 작품을 보았다. 한숨을 깊게 내뱉는 것으로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김혜순의 시 한 편을 읽었다. 
    
     버려버려 무게 같은 거
    
    버려버려 있음 같은 거
    
    자 나처럼 이렇게 훠얼훨
    
    버려버려 너 같은 거
    
    나는 점점 눈알이 커졌다
    
    휘저을 때마다 팔이 옆으로 늘어났다
    
    내 몸을 내가 다 친친 감을 수 있을 만큼
    
    벽이 나인가
    
    나는 벽인가
    
    _ 김혜순 '딜레마 ' 중에서
    
    지금까지 내가 본 그의 작품은 하나의 끈을 잡고 놓지 않으려는 어떤 간절함이었다. 사각형을 고수하며 그 안에서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잡고 있었다. 어떤 한편으로 그것이 그에게는 편해 보였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또는 살아있는, 보이는 것)에게 먼저 시선을 주는 것, 다정함을 표하는 것이 그의 작업을 더욱 정확하고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여다보는 작업방식은 류승옥의 장점이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신을 거울의 뒷면으로 보내버린다. 그것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징징거리고 싶다. 왜, 당신은 당신을 방치하는가. 그러나 나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으로도 충분히 류승옥은 류승옥을 말할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 만나는 작품들에서 작가는 여전히 색을 옹호한다. 이전에 봤던 그의 작품들과 같지만 약간 다르다. 더 정적이며, 더 희미하며, 더 숨는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서 류승옥은 자신과 ‘직면’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것이 뒷면을 보이며 관음의 모습으로 비친다든지, 때로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하늘을 치켜세우고 있든지, 멍한 표정으로 거꾸로 매달려 있든지, 가려진 형체의 모습으로 보여도 ‘직면’하고 있다. 그것을 ‘거울의 딜레마’라고 부르고 싶었다. 지난 작품보다 희미해졌어도 그는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세상을 향해 불온한 생각을 큰 소리로 외치지는 못해도 조용한 목소리로 여기 ‘한 사람이 있다.’라고 읊조린다. 그것을 극적 과장을 통한 활기와 명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작품에 보이는 잔상은 보는 사람에게 부드러운 위악을 느끼게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삶을 바라보는 류승옥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 《중심은 없다》를 준비하고 있는 작가를 만났다. 그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으며, 다른 삶을 응원하고 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어떤 용기나 긍정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는 류승옥일 뿐이며 그의 삶은 그의 삶에 의해 지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중심의 바깥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어왔다면 이번 전시에선 중심의 안쪽으로 들어왔다. ‘중심’이 없어지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다. 나는 이번 전시로 작가가 자신을 좀 더 밀고 나가는 뻔뻔함을 가졌으면 한다. 그의 작품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편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작업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를 그대로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낯선 세계에서 휘청거리며 살고 있고,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는 낯선 세계를 만나는 것이 두렵지만 직면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그의 상상력은 더욱 확장될 것이며 작업실로 가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 구부러진 등에게 다정하게 토닥거릴 것이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햇빛에 반사된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이번 개인전 《중심은 없다》에서 거울의 뒷면을 고스란히 앞으로 가져온 그의 용기와 상상력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작업은 삶의 중심에서 뒤죽박죽 엉켜있기도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나는 ‘딜레마’를 가장하여 다정한 안부를 묻고 있다. 그의 작업은 그만큼 확장되었으며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이번 전시는 류승옥을 류승옥답게 치고 나가는 강력한 색으로 다가올 것이다. 
    
     
    유현아
    
    (출처 = 플레이스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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