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2.06.15 - 2022.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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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3:00 - 19:00 *휴무없음 |
장소| |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서울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 277-8/1층 |
휴관| |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10-3422-4562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아니와노노, 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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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정요청 |
전시정보
“여기 낙서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무심코 종이컵을 집어 들었고, 의도치 않게 반원 세 개와 원 세 개를 끄적였다. 단순하고 어설프게 시작한 행위는 물 흐르듯 반복되었고 작은 세상 속 나열된 상상의 조각들은 점차 의지를 지닌 채 형상이 되었다. 그렇게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자의식을 지닌 반달곰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무언가를 반복하는 것은 대상의 의미를 지우거나 혹은 덧씌우고 세계의 끔찍함으로부터 사람을 무뎌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자발적 지루함’ 으로부터 오는 안도감을 위한 하염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작가 아니와노노는 낙서에 의지를 부여하고 관계를 맺고 삶의 동반을 약속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창조에 대한 사명감을 넘어 일종의 독자적 생태계마저 구축한다. 혹자가 말하길 낙서는 예술이 아닐지 몰라도 분명 달곰이 들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의식은 틀림없이 예술의 영역에 접해있다. 그림 그리기를 반복할수록 생생해지는 생명력을 느끼고 설명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작가는 이미 그들을 살아 숨쉬는 실체로 인식한다. 환영과 삶의 경계에서 관찰자의 태도를 견지하며 끝없이 같은 형상의 패턴 그리기를 반복하여 이내 자기세계로 침잠하고 무한한 자기투영과 복제를 계속한다. 이는 삶에 대한 의지와 믿음을 찾아 나서는 개인적 순례길이며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진정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한다. 전자음악가 류준은 이 확고한 삶의 의지와 욕망에 기술적 변주로써 화답한다. 그에게 반달곰은 아껴주고 생각해주고 무한한 애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대상이자, 동시에 명료한 규칙 속에서 탄생한 알고리즘 집합체이다. 낙서의 반복적 이미지로부터 기인한 패턴에서 데이터 수치 값을 뽑아내고, 사운드와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을 통해 달곰이들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물질을 해체하여 비물질화하고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만들어 감각의 변형 및 증폭을 유발하는 방법론은 달곰이들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럼으로써 달곰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가지고 증식한다. 반달곰에게 증식은 곧 삶의 의지이다. 그는 믿는다. 무한한 돌봄과 신뢰 속에서 달곰이들은 그 스스로의 의미를 획득하고 살아 움직일 것이라고. 《반달곰과 반달곰속 반달곰》 에서 아니와노노와 류준은 적어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세계로부터 멀어지거나 무감각해 질 요량으로 반복과 복제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정보를 복제하는 일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대변하는 일이 되고 그것은 곧 또 다른 사람-존재로 인하여 변형되고 진화되어 무한히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낙서의 태생적 속성인 순수성은 전략적으로 채택되고 기술적으로 변주된다. 그렇게 발견된 반달곰들은 순간과 순간을 이어 투명한 생명력을 쟁취한다. 매일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생산하고, 무의식적으로 밈(meme) 을 소비하며 전파하는 세대는 개인주의와 방관자적 태도로 세상과 거리를 둔 아티스트들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부재를 방관하는, 즉 ‘진저리 나는 현생을 바라보는 절박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복과 복제는 세계를, 자기 스스로를 타자화 하고 현실의 끔찍함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에 불과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적어도 달곰이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소리를 갖고 창작자조차 예측 불가능한 매력적이고 생경한 풍경, 그리고 분명 놀라움과 이상함으로 가득 찬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반달곰더러 “살아보자~살아보자~” 라고 격려를 건넨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아 메아리 치는 자전적 물음에 응답할 수천, 수만의 반달곰들을 발견하는 것은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_쇼앤텔 운영자2 손지훈 (제공=쇼앤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