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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박도윤 개인전: 가능체계
기간| 2019.07.02 - 2019.08.10
시간| 12:00 ~ 18:00
장소| 씨알콜렉티브/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504-29/일심빌딩 2층
휴관| 일요일,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006-002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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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영상 스틸컷 규치 1
    2015 책 단채널 영상

  • 규칙 2
    2018 석고가루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 1분

  • 규칙 3
    2018 MDF 단채널 영상 12초
  • 			전시장에 들어서면 하얗게 정제되고 기계처럼 나열되어 일말의 감정도 배제된 듯한 이질적이고도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의 허리가 춤추듯 진자운동을 하고 있고, 구멍 난 책에 물을 붓는 등 진중함을 깨는 유머가 작품 속에 가미되어 있다.
    박도윤은 인위적인 약속을 느슨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찾아내어 시각화한다.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 중에서도 이런 행위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책에 읽는 것 외의 용도가 있다면?” “만약 어떤 노래의 가사를 바꿀 수 있다면?”과 같은 가정이 그렇다. 두꺼운 참고서를 냄비 받침으로 이용할 때도 있고, 대중가요나 동요의 가사를 짓궂게 바꿔 부르는 것은 어릴 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곧잘 하던 놀이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특히 더 견고해 보이는 약속들 속에서, 이러한 가정을 비가역적인 영역까지 끌어올린다. 아예 조각나고 구멍 난 책, 그 위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물의 흐름을 따라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글자들…… 이 같은 장면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편적 인지 체계의 해체와 재조합을 보여주고자 한다.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Leibniz는 ‘가능세계 Possible Worlds’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무수한 가정으로 무수히 가능한 세계 중 가장 최선인 세계로서의 현실세계를 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논쟁적인 이 개념은 관점에 따라 그저 ‘모순 없이 최대한 자세히 기술한 가정 또는 명제의 집합’일 수 있다. 또는 가능세계는 현실세계와의 공간적, 시간적, 인과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을 뿐이며, 그 자체로 실재적이고 구체적인 세계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다만 현실세계에 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가능체계 Possible Systems’라는 개념은 현실세계를 이루는 문화, 역사, 철학, 사상, 인식 등의 체계가 수많은 가능체계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작가의 최근 작품에서는 ‘인지 체계’속 규칙 중 하나인 언어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작가는 언어적 약속들, 기호, 글, 특히 책이 가지는 신화와 같은 속성을 의심하고 새롭게 지각하게 하는 일련의 실험들을 진행해왔다. 대부분의 책이 지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한 손으로 집을 수 있다, 한 번에 두 페이지씩만 지각할 수 있다, 문장이나 페이지를 쓰여진 순서대로 읽음이 바람직하다. 작가는 ‘책’이라는 체계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기호 Zeichen』(1977)를 사용한 설치 작품, <규칙 1>이 대표적인 예이다. 작가는 책의 표지와 페이지 일부를 구멍 내어 ‘die’, ‘Regeln’, ‘können‘, ‘geändert’, ‘werden’이라는 단어가 드러나게 했다. 이는 번역하면 ‘규칙은 변할 수 있다(the rules can be changed).’라는 문장이 된다. 이어지는 작품 <규칙 2>와 <규칙 3>에서는 책을 페이지 단위로 물질화하여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펼쳐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break>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노래의 가사를 차용한 것이다. 허리께 높이에 매달려, 천정을 향하여 놓인 스크린에 일렁이는 물결과 글자들이 비쳐 보인다. 이 글자는 스크린보다 더 위에 매달아 놓은 얕은 수조에 담긴, 한 글자 단위로 3D 프린트한 노래 가사의 그림자이다. 수조에 담긴 작은 기계들이 일으키는 물살대로 글자들이 움직인다.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새롭게 재조합 되는 글자들은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 담긴 메시지와 맞물린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물살을 따라 움직이는 다소 정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의 해체와 노래 가사가 전하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타파의 이미지가 뒤섞인 아이러니한 상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처럼 작가는 의미의 분해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선택한다. 그 소재는 기호학이나 미술사, 대중음악처럼 각각의 구체적인 맥락을 지닌다. 동시에 이 맥락들은 언어와 문화처럼 인간의 인지체계를 이루는 보편적인 속성이다. 작가가 해체하고자 하는 신화는 언어 속 이데올로기와 같이 특정적인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상태이다. 이는 작가가 미술을 시작하며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는 미술계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그 다음에는 미술계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 사이에서 미술에 대한 관점에 간극이 생기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그 중 어떤 관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미술의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리잡은 약속으로 구성된 인지 체계는 언제든 해체될 수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신념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믿음이 생기는 까닭은 인지 체계가 본질적으로 유동적인 속성을 지니기 때문임을 나타내고자 한다. 작업에 사용되는 석고가루나 그림자, 물 등은 이처럼 쉽게 바뀌고, 고정적이지 않다.
    작가는 약속된 인지체계가 끌어내려야 할 부조리나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여러 관점의 충돌과 그로 인한 의미의 분리는 작가의 휴머니즘적 목소리를 빌어 “나쁜 것”이 아닌, 서로 다르지만 각각이 실재하는 가능체계가 된다. 이들이 공존하는 이곳은 하나의 유토피아가 되어 하얗고 차가운 듯한 풍경 속에서 포용해주기를 기다리며 온기를 조용히 내뿜는다.
     
    박도윤은 서울대학교 조소과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2018년에 독일 무테지우스 예술대학에서 미디어 아트 석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독일에서 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최근 서울의 오시선에서 개인전 《떨어지는 글자들 Detaching Letters》(2019)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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