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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권용주 : 포털
기간| 2022.07.29 - 2022.08.25
시간| 11:00 - 18:00
장소| 아마도예술공간/서울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31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90-1178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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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근거를 갱신하는 조형법

글. 신양희 아마도예술공간 큐레이터

작가에게 포털은 일상에서 마주한 한 장면이 다른 차원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처럼 예술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마주하고 열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가가 생각하는 다른 세계가 현실 너머의 가상이나 관념적 사유가 거주하는 이상향이 아닌 현실의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포털은 현실을 사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가 오브제 설치부터 석고 캐스팅, 안료 연구 등 그간의 작업을 되돌아보고 재적용하면서도 새로운 조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조각가로서의 위상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기도 한다. 하위 주체들이 만들어낸 삶의 양식을 오브제 설치로 전환하여 펼쳤던 초기의 주제의식은 조형의 갱신을 통해 조각이라는 형태로 흡수되면서 응집하는데, 이번 전시는 그 여정과 더불어 새로이 마주한 조형적 변화를 보여준다.

오브제 설치에서 조각으로의 전회

작업 초기에는 작가의 눈에 미적으로 읽혔던―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든 조형적인―장면을 포착하여 작업 모티브로 삼았다.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일하면서 쌓아두거나 놓아두거나 엮어두었던 물건의 더미, 뭉치, 장치에서 엿보이는 감각은 그들의 생활과 밀착된 것이었다. 「부표(2010)」, 「폭포」(2011~) 연작과 같은 작업은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바탕이 되었지만 그 사람을 직접 표현하는 대신 그들의 생활 태도와 삶의 양식, 삶의 구조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기성의, 손때가 묻은, 시간을 간직하는 물건을 작업의 재료로 가져와 수많은 사물의 연관을 통해 그들의 생활 감각에 동감 혹은 동조하는 오브제 설치를 한다.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사회적 지반에서도 각자의 생활 양식을 만드는 존재들에 대한 모종의 연대를 위태로운 구조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혹은 버텨내는 형태로 구축해낸 것이다.

작가는 상황이나 주제에 따라 여러 형태의 오브제 설치를 수차례 반복하고 그 질서를 몸으로 체득하면서도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 즉 오브제에 의존하던 조형적 태도를 벗어나 조각가로서의 본성을 질문함으로써 손으로 만드는 일로 나아간다. 《캐스팅》(2018)은 오브제 자체나 오브제들이 결합된 몸체, 구조체 자체를 석고로 캐스팅함으로써 조형적 전회를 이룬 전시였다. 오브제에 묻어 있던 생활감, 누적된 시간 등이 석고 주물 안으로 통일되어 탈색되더라도 그것들이 만들어낸 질서가 조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오브제들은 석고 캐스팅의 부피감, 무게감과 형태, 표면 질감을 이루는 내적 계기가 되고, 무차별적 사물들이 충돌하고 수렴되면서 만들어내던 질서 대신 캐스팅이 가능한 조건과 범위 안에서의 정제된 조형미가 창안된다. 한편 최근까지 진행해 온 화학 분말 안료(1)를 석고와 교반하는 실험에는 탈색된 조각에 오브제가 가지고 있던 색을 복귀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현실을 닮은 것과 닮지 않은 것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포털을 가시화하고, 안료 실험의 성과를 조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자신이 애호했던 대상과 장면을 복기하고, 전작을 재검토하면서 주요 요소를 추출하여 두 층위를 만든다. 하나는 작가가 포털의 순간을 느꼈던 장면을 직접 재현하려는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더 추상화된 형과 색에 대한 탐색이다.

대충 감아둔 파라솔, 철공소 H빔 기둥에 놓인 슬링벨트, 깡통 위에서 자연스레 굳은 시멘트, 철대에 느슨하게 묶인 노끈, 누구든 사용하고 걸어 둔 공원의 훌라후프 등 사람들이 일하는 중이나 휴게 공간에 만든 이런 장면은 작가가 포털을 경험했던 순간들이다. 「파라솔」(2022), 「슬링벨트 1-3, 2-4」(2022), 「포털」(2022), 「노끈」(2022), 「포털」(2022)의 대상들은 형과 색을 유지하기에 사실적으로 재현되지만, 조각적 물성과 색감의 변화를 일으킨다. 또한 청소노동자가 무심히 둔 고무장갑은 「시무외 여원인」(2022)을 통해 부처의 수인으로 전환된다. 이처럼 작가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초점화함으로써 다른 삶의 풍경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현실의 대상 또는 이전 작품에 기반하지만 형과 색의 급격한 변형을 취한 작업은 다른 조형 의지가 관철된 것이다. 포장천막이나 차광막이 모티브가 된 「형광Ⅰ,Ⅱ」(2022)(2), 「검은막」(2022)은 스틸파이프로 형을 잡는 과정에서 원래 형의 변경이 발생하고, 그 형태 위로 석고와 안료를 수십 차례 바르고, 붓고, 뿌리는 과정 때문에 형이 뭉개지면서 울룩불룩한 덩어리감이 생성된다. 또한 순방향과 역방향의 흐름, 형광과 펄 블랙 안료로 인해 비현실적인 질감과 표면이 나타난다.  「Colanyl Black」(2022), 「핑크」(2022)도 이전 작품이나 그 제작 과정을 참조한 것이지만 안료의 적용으로 강한 색감이나 다른 질감이 형성된다. 이들 작업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의 형태 변형이나 석고와 안료의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성질의 개입으로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실을 닮지 않은 다른 조형의 생성을 보여준다.

여기와 저기를 연결하는 개념

작가는 《석부작》(2016)을 기점으로 ‘여기’와 ‘저기’를 연결하는 의미로서 ‘포털’을 작업 개념으로 언급한다. 그는 건축 현장의 시멘트 더미로부터 분단 상황을 떠올렸고, 하위 주체들이 만든 풍경을 통해 그들의 생활 양식을 추적하고자 했으며, 한 노동자의 삶이 산업과 자본의 메커니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고자 했고, 안료 가게에서 화학산업과 제국주의의 연관성을 생각했다. 사회, 경제, 정치 등 현실로부터 비롯된 이런 생각은 설치나 영상 등에서 분명한 주제로 드러나지만, 조각화의 과정은 다른 태도와 방법을 모색하게 했다. 쌓고 펼치고 확장하는 설치적 방법을 통해 정경, 장면, 정황을 연출하던 방법은 하나의 조각이 완성되는 전 과정을 바라보고 음미하는 시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간 조각의 재료, 형과 색을 다변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신이 보았던 현실이 새로운 조형을 통해 더 정제되고 아름답기를 모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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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산업의 재료이자 플라스틱 제작이나 예술 재료로 사용되는 안료와 그 산업을 조사하고자 중국 항주, 저장성의 공장을 방문 등을 계획했다. 안료 자체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그 산업과 노동 환경 등에도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경」(2014)과 유사한 제작 태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외 조사가 무산되면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재료상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안료 자체를 조각의 재료로 흡수한다.

(2) 형광 노랑과 형광 주황은 「연경」(2014)의 염색사와 동일한 색이며, 산업이나 생활현장에서 안전을 위해 가장 눈에 잘 띄도록 선택된 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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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물질과비물질
사진 : 홍철기
전시전경 : 조준용
전시장소 : 아마도예술공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8)
후원 : 서울문화재단

(출처 =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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