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너도 아프다면, 내가 용기를 낼게.” SNS를 통해 접한 최하진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이렇게 외치는 것만 같다. 어느 때보다도 SNS가 활성화 된 시대. 덕분에 일반인들은 물론 예술가들도 시시각각 자신의 작품, 생각과 느낌, 일상 등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녀에게 SNS는 자신의 사진첩이며, 작품을 기록하는 노트이자, 동시대인들과 소통하는 방편이다. 이러한 꾸준한 기록이 있었기에 이번 전시에서도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성과 외에도, 한 개인이 어른/작가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성장통도 함께 다룰 수 있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일기-Hajin’s diary-는 20대 중반이 된 그녀가 10대부터 꾸준히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기록한 결과물이다. 한 컷으로 표현된 그림에는 작가가 성장하면서 겪은 고통과 불안, 좌절, 외로움,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이 간결한 필체로 녹아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모습인 주인공과, 토끼의 형태인 타자 모두 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인물의 감정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기 위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자, 보는 이에 따라 다각도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옆에는 문장이 곁들여져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다소 숨기고도 싶지만, 이러한 감정에 휘둘리며 힘들어 하는 이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 세계에는 그녀의 일러스트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색깔이 공존하고 있다.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관계 지향적이기도 하며, 불편한 감정들을 느끼지만 이를 외면하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일상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모두 그녀가 지닌 커다란 용기 덕택일 것이다. 아프지만 자신의 연약한 속살을 드러내기에 스스로의, 더 나아가 타인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이다. – 큐레이터 김남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