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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이주영 : 속으로 흐르는 하얀 포말들
기간| 2022.09.01 - 2022.09.24
시간| 13:00 - 19:00
장소| 얼터사이드/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방울내로 59/3F
휴관| 일요일,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10-2215-4773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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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물거품이 걷힌 후

 

언어는 의미 생성 이후 다양한 이동 경로를 거치며, 마치 생명을 부여받은 것처럼 움직인다. 언어는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기에 물이 다른 물체에 부딪히며 포말을 생성하듯 의미, 형태 등이 지속적으로 유동한다. 작가 이주영은 《속으로 흐르는 하얀 포말들》에서 언어 범람 후의 인상을 포착하여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생각을 지배하고 일상에서 체현하는지 회화, 오브제 설치, 드로잉을 통해 보여준다. 이주영은 언어가 인간의 사고와 신념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을 전면에 드리운다. 또한 발화자가 애초에 의도한 언어의 맥락이 개개인의 언어 수용 태도와 이해도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지 보여주면서 오늘날의 언어적 혼란을 다룬다.

<언어 그 후에 대하여>는 오늘날 미디어와 SNS 등의 언어 환경 속에 만연하는 언어의 인상을 포착했다. 112개의 종이판넬로 이뤄진 이 작품은 새하얀 종이와 목탄의 지속적인 접점면을 공유하며 만들어졌다. 목탄의 혼탁한 중첩은 각 종이를 조금 어둡게 혹은 아주 어둡게 만든다. 또한 목탄은 자신이 머물렀던 자리에 가루를 흩뿌리며 그곳에 있었노라 흔적을 남긴다. 언어 또한 발화자의 신념은 목소리, 텍스트 등의 형태로 의미화되고, 본래의 의미에 새로운 함의를 덧입고 증식한다. 언어는 인간의 사유를 담는 의미론적 가치를 지니지만, 발화자의 입을 떠난 순간 언어 운명은 발화자의 통제를 뛰어넘는다. 애초의 맑았던 본연의 언어는 각 개인의 신념에 의해 소비되면서 둔탁한 겹침으로 변화하고 투명함을 잊어간다. 작가는 목탄이 종이 면에 닿은 이후에는 닦아내도 결코 처음처럼 맑아지지 않는 물성을 언어로 교차하여, 오늘날 언어의 범람 이후를 목도하며 ‘검은물(Blackwater)’을 길어냈다.

언어는 한 개인의 사고와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한 개인이 타자를 인식하고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대화>는 언어를 통한 일상적 소통의 모습을 각 오브제의 물성에 상징적으로 빗대어 표현한 작업이다. 대화는 끊임없는 오해 속에서 그 틈을 좁히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가 무색하게도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상황은 언어의 이질적 의미 팽창을 만들어내며, 오독의 위험성을 증대하기도 한다. 소통의 (불)가능성과 이로 인한 팽팽한 긴장감은 <휘어진 시>에서도 나타난다. 전시의 제목은 이 시의 문구에서 따온 것으로, <휘어진 시>는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균열을 예고한다. 언어는 의미 생성 과정을 반복하지만 동시에 그 파열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Black Poetry>와 <overflow>는 읽을 수 없기에 결코 어딘가 ‘닿을 수 없는 시’를 통해 언어 해석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닿을 수 없는 시’라는 의미는 데리다가 가다머의 죽음 이후 발표한 <단절되지 않은 대화: 두 무한적인 것 사이에서, 시>[1]를 소환한다. 데리다의 글은 생존한 친구가 죽은 친구의 음성을 자신의 목소리를 빌어 끌어오면서, ‘단절되지 않은 대화’를 지속시키겠다는 신념을 담고 있다. 이것은 죽음을 극복한 대화를 통해 ‘중지’가 아닌 ‘연속’의 관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증거한다. 어쩌면 두 사람의 우정이 보여주는 것은 타자와 언어를 통해 관계 맺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인간이 언어를 매개로 타인과 대화를 이어 나가겠다는 것은 요컨대, (비록 검게 짙어진 물속이라 할지라도) 온전히 읽을 수 없는 타자의 목소리를 올곧이 대면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길어 올리겠다는 노력으로 비친다. 언어 존재의 의미는 타자를 자각하고 존재의 위장 속에서도 그 검은 자국을 걷어 내면서 끊임없이 물방울을 만들어내는 부딪힘이기 때문이다.

[1]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Hans Georg Gadamer, b.1900)는 2020년 3월 14일 영면했다.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1930-2004)는 가다머 사후 1년이 지난 2003년 2월 15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가다머 추모 기념사 <단절되지 않은 대화: 두 무한적인 것 사이에서, 시(Béliers. Le dialogue ininterrompu: entre deux infinis, le poème)>를 발표하였다.

글ㅣ이소라
전시 진행 | 조성은
디자인 | 파카이파카이
영상 | 스튜디오 엽
후원 | 화성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처 = 얼터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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