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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민영 : 이토록 작은 점
기간| 2022.09.01 - 2022.09.09
시간| 13:00 - 19:00
장소| 17717/서울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동 177-17
휴관|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4441-771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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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버텨내야 하는 순간이 밀물처럼 밀려들 때,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물살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그것을 더 강한 힘으로 밀어내거나, 혹은 잔뜩 들어간 힘을 풀고 오롯이 몸을 내맡기거나.

작가가 이끌린 길은 후자에 가까웠다. 불투명한 미래를 앞둔 채 막다른 공허함 속에서 발버둥을 칠수록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유일한 선택지는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자유를 찾아 마음이 가닿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그러자 발걸음이 자연에 머물렀다. 주어진 환경에 발맞추어 유연하게 적응하는 자세, 누구에게도 상흔이 남지 않는 조용한 순환이 진정한 ‘살아감’의 방식인 듯했다.

통제할 수 없는 자연 안에서 숨 쉴 때면 진정한 안온함이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가장 이완된 상태에 접어들자 직관을 따라 행위하기 시작했다. 그 장소와 그 순간에 떠오르는 감정에 몰입해 몸을 움직이니 상념은 덜어지고 새로운 감각이 생생히 살아났다. 이렇게 자연의 품속에서 마음껏 반응하며 지난해의 계절들을 보냈다.

–

늦봄에 찾아간 산은 벌목된 채 쓰러진 나무줄기와 그루터기만 남아 있었다. 살아남은 것은 침묵뿐, 바람에 일렁이는 숲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은 없었다. 문득 이곳을 올라야겠다는 생각으로 벌거벗은 산을 억지로 붙들고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헉헉대는 숨소리와 가쁜 발소리만 빈자리를 공허하게 메웠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대의 크레인이 남긴 막대한 흔적을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마주하자 생경한 공포에 휩싸였다.

한여름의 계곡에서 피서객들은 고기를 잡으려 나뭇가지와 돌들로 물을 에워쌌다. 이 장면은 본연의 흐름을 제압하려는 폭력으로 느껴졌다. 이 모습을 주먹질로 치환해 물의 표면을 거칠게 내리쳐 보았지만 물의 끝없는 생명력 앞에서는 어떤 힘도 무용했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살 가운데 미세한 초 단위로만 겨우내 존재했다가 곧바로 흩어질 뿐이었다. 1분가량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먼저 지쳐 나가떨어진 것은 당연하게도 폭력을 가한 쪽이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찾아오자 다시금 벌목된 산으로 향했다. 인근의 평지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 티 없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 위를 밟으려다 질문이 생겼다. 오직 인간의 힘으로 자연물과는 대비되는 완벽한 직선을 만들 수 있을까. 만일 그럴 수 없다면, 아무 목적도 없이 코앞의 순간에만 매몰되어 걸어본다면 어떤 발자취가 남게 될까. 

–

모든 긴장으로부터 해방되어 광활한 자연의 일부가 되자 태초와 같은 자유를 느꼈지만, 때로는 원초적인 불안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감정이 편안했다. 억지스러운 삶의 추동력을 미련 없이 양손에서 내려놓자 비로소 진정한 평안이 찾아왔다.

크넓은 자연 속에 안겨 극소한 점에 불과한 존재로서의 나약함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충동에 가까운 감각에 이끌려 아무런 제약 없이 움직이는 것. 이것이 무력한 세월을 보내던 그에게는 다시 일어서는 동력이었으며,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자연으로 떠나는 것이 곧 나라는 존재에 가까워지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 가운데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대화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탐색하며 인간이 절대적 주체가 되는 삶의 태도가 언제나 옳은 것인지 거듭 질문한다. 우리의 대답은 무엇일까.

글 : 유수현
연출 : 문서영
포스터 디자인 : 키무그래픽

(출처 = 1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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