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세상의 모든 색Color 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물론, ‘색’은 주관적 감각이며 ‘아름답다’는 표현 또한 절대적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관객이 위 문장에 동의할 것에 의심은 없다. 그 때문에 김영진 작가가 논하는 노란색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빛의 파장이 만든 스펙트럼의 심미성이 아닌 노란색이 가지는 속성이나 뉘앙스에 초점을 맞춰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화자의 입장에 따른 견해 차이를 존중하고, 옳고 그름의 재단이 아닌 한 명의 예술가가 동시대를 바라보는 관념에 집중하여 전시를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주어에 빠져 형용사를 인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영진 작가의 개인전, YELLOW IS BEAUTIFUL 은 동명의 연작에서 시작한다. 다양한 색옷을 입은 삐죽삐죽한 모양의 합판 위에 ‘YELLOW IS BEAUTIFUL’이란 텍스트가 유연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슷한 색처럼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수많은 색과 노란 텍스트의 만남은 어느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모두 조화롭다. 노란색은 어디에나 있고 그 어떤 색과도 조화를 이룬다. 또한, 해당 연작의 형태적 모티브에는 작가의 구작 ‘CRASH TEST(충돌 테스트)’가 있다. 이는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틈새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한계라는 제한적인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했던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관이 내포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ASIA 연작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이야기한다. 작업의 기반에는 사회, 경제, 문화 등 동시대의 전반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나 기관들의 로고가 있고, 그 로고를 구성하는 활자 중 일부를 지우거나 변형하여 ‘ASIA’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화면에서 강조한다. 이러한 작가의 극단적인 표현 방식은 대상이 가진 본래의 속성을 외면하고 의식적으로 꾸며진 이미지를 드러내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나 블랙페이스Blackface와 같은 현상을 시사한다. 또한, 이런 현상에 접근하는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의 극단적인 온도차도 함의하고 있는데, 이 단락에서 작가는 캐시 박 홍의 저서 ‘MINOR FEELINGS소수적 감정 ’ 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소수적 감정은 우리가 까다롭게 굴려고 마음 먹을 때 – 다시 말해 솔직하려고 마음 먹을 때 – 배어나는 감정이라고 비난받는다. 소수적 감정이 마침내 표출되면 적대, 배은망덕, 시샘, 우울, 공격의 감정으로 해석되며, 백인들이 도가 지나치다고 여기는 인종화된 행태가 그런 정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간주된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구조적 차별은 그들이 착각하는 현실과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에 우리의 감정은 과잉 반응이다.” 이후로도 전시는 우리 눈에 익숙한 형상을 이용해 노란색은 어디에나 있으며 아름답게 존재한다는 것을 여전히 주장하며 마무리된다. 다만 이러한 작가의 주장은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 논리나 의식을 저항적이거나 계몽적 관점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어디에도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추자는 평화적 메시지도 아니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김영진 작가의 개인전, YELLOW IS BEAUTIFUL 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시대 의식을 시각 예술에 정통한 창작자의 언어로 구성한 에세이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복잡한 의미나 의식들은 모두 차치하고, 김영진 작가의 감각으로 정제된 노랑의 미학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출처 = cda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