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갤러리조은은 장광범(b.1972)의 개인전《Delete》를 10월 11일부터 11월 5일까지 개최한다. 캔버스에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다시 깎아 내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형태'를 작가만의 독창적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파리 에콜 데 보자르(파리 국립 미술학교)의 유서 깊은 건물에서 떨어져 나간 벽 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오랜 시간 마모되고 깎여지며 과거로부터 쌓여 올려진 벽의 단면은 작가에게 시간의 결이자 형태 그 자체였다. 땅이 퇴적하며 지층을 쌓고, 나무가 해를 지나며 나이테를 이루어 가듯,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한층 한층 쌓아 올린다. 물감이 충분히 쌓이면, 캔버스 뒷면을 들어 올린 뒤 그라인더를 이용해 물감을 다시 지워내기 시작한다. 이때 지층처럼 쌓인 시간이 원형 유기체 형태로 시각화 되어 캔버스를 뒤덮는다. 율동감을 주는 원형들이 때로는 산 능선으로, 때로는 물의 풍경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대자연이 한순간도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것처럼, 장광범의 시간 풍경 또한 끊임없이 흐르고 움직인다. (제공 = 갤러리 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