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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전병문 : 풍경의 진화
기간| 2022.10.08 - 2022.10.30
시간| 10:00 - 17:00 *16:45분 입장 마감
장소| 드영미술관/광주
주소| 광주 동구 운림동 330
휴관| 매주 월요일, 신정, 설날. 추석 당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62-223-651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전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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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전시전경

    (이미지 출처 = 드영미술관)
  • 			장소 : 드영미술관 제1, 2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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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의 그 적막한 비상
    
     
    
    이 지 흔 < 소설가 >
    
     
    
     
    
    찜통더위에 지쳐있던 초저녁에 전병문 선생의 문하생들이 모인 단톡방에 선생의 문자가 떴다.
    
    “오늘 밤은 새가 되어 멀리 날고 싶습니다.”
    
    한 여성회원이 응답했다.
    
    “한잔하셨습니까? ㅎㅎ.”
    
    다른 말이 없어서 나도 응답했다.
    
    “왜 새가 되고 싶은지 저는 잘 알겠습니다. ㅋㅋㅋ.”
    
    나는 이제 80이 된 문하생이다. 선생의 작품 중에 무등산 상공에 높이 떠 있는 새 한 마리의 외로움을 나는 안다. 적막한 공간을 비상하는 새는 허공에서 몽환의 지상을 내려본다. 곁에서 자주 보는 선생의 옆모습이다.
    
    문하생으로서 스승의 예술세계를 중언부언하는 일은 삼가야 할 일이다. 다만 나는 선생의 작품에서 만나는 회화적 행복을 말하고 싶다.
    
    내가 수채라는 물의 섭리를 발견한 것은 선생의 몽환적 색조에서였다. 내게 그것은 풍경의 변주, 혹은 진화였다. 그림 속의 존재들은 선생의 잠재의식인 듯 몽상과 꿈길의 박명에 잠겨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흰 바탕을 마련한 연후에 그림을 그린다’는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자세를 조금 이해하는 수준이다.
    
    ‘사물을 곧이곧대로만 보지 말라’고 선생은 가르친다. 그것은 그림을 보는 마음의 눈(心眼)이 열렸을 때 비로소 생각의 틀을 깨뜨린 파격이란 이름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때문이다. ‘멋은 법을 벗어난 데서 우러난다’는 취재법외(趣在法外)의 안목이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때, 그 경이와 감동을 아는 사람은 안다.
    
     
    
    햇빛보다 달빛 아래에서 더 잘 보이는 사물이 있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핀 하얀 박꽃은 눈 부신 햇살 속에서는 오히려 흰빛을 잃어버린다. 절집의 기둥은 달빛에 더 퇴색하고, 조용한 마당도 달빛에 잠기면 휑하니 더 넓다. 달빛 속에서 풍화된 존재들은 연륜의 빛으로 떠오른다.
    
    우리말에는 ‘물비늘’이라는 아름다운 단어가 있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는 물 위의 잔물결이다. 윤슬이라고도 한다. 윤슬은 육체의 눈으로도 잘 보이지만, 달빛 아래 물비늘은 마음의 눈이라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물 위에 뜬 사연과 내 마음이 닿는 곳을 심안이 주시하기 때문이다.
    
    몽환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내 언어는 이렇게 장황하지만, 항상 부족하다. 그것은 선생의 작품에서 내게 손짓한다. 다가서는 빛과 숨어있는 그림자는 아득한 꿈길이다. 빛조차 마모되어 토속화된 저 색조. 그것은 화가의 적막한 몸짓이자 우아한 자의식의 발현일 터이다.
    
    
    이순을 맞은 선생의 이번 전시는 삶이 사람을 속이는 미망의 세계까지 몽환으로 물들인 또 다른 변주가 아닐까 싶다. 아마 홀로 비상했던 새는 적막한 공간에서 이미 그것을 보지 않았을까.
    
    고집스레 전통의 외길만을 걸어온 선생의 마음처럼 삶의 물결에도 물비늘이 비치리라.
    
    그날 문하생들의 단톡방에 들어온 선생의 문자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인생은 순환도로 같은 것. 출발지가 바로 목적지지요. 방금 날다가 다시 왔습니다. 이제 자야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 아짐~ 여기 얼마요? ㅋㅋㅋ.” 
    
    
    
    (출처 = 드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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