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이유진갤러리는 오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12월 23일까지 설원기의 개인전 《그릇 A Bowl》을 개최한다.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추구하는 자율적인 조형원리 속에서 모순적인 조화를 이루어낸 드로잉과 회화 작업 40여 점을 선보인다.

‘유연함’은 그의 작가적 태도, 교육자적 철학 그리고 삶의 방식을 잘 나타내는 단어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의 오랜 미국생활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또한 교육자로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 1998년 부임 이후 19년 동안, 창작 기법을 교수 성향에 따라 한정 짓는 것이 아닌 학생 개인이 자신의 기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미술원 교육의 핵심과정을 설계하고 확립하였다. “화가와 그의 그림은 마치 거울과 거기에 비친 영상과 같다”는 작가의 말처럼 삶과 교육에 있어 그의 유연한 태도는 작품 속에서도 일관되게 보여진다.

개념성이 극단적으로 치달아온 현대미술의 역사 속에서 40여 년간의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는 개념과 내러티브가 아닌 화면의 조형성 그 자체의 순수함에 집중하였다. 앞서 ‘자율적인 조형원리 속에서 모순적인 조화’라고 표현한 일련의 작품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조화롭지 않은 색과 선을 사용한 화면에서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조화로움이 이번 전시작들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여진다. 페인팅과 함께 소개되는 다수의 드로잉작품은 가장 설원기스러운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드로잉을 단순히 회화 작업의 준비 단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함과 솔직함이 내포된 독창적인 작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붓질의 흔적과 과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마일라(설계도면용 폴리에스터 필름) 위에 아크릴, 연필, 파스텔, 목탄 같은 다양한 재료의 사용으로 그리는 행위와 그 과정이 드러나고 결과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화면에서 작가의 가치관이 읽혀지기도 한다.

작가는 “변함없는 미술의 중심은 진화 속에 자화상일 것” 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림을 단순히 시각적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라고도 전한다. 메인 작품으로 쓰인 <2022-98>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소녀의 하얀 천에 빨간 동그라미 무늬 치마를 추억하며 그린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그림이라는 그릇에 담고 싶어 했던 낭만에 대한 열망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우리 각자의 그릇에는 무엇을 담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설원기 작가는 미국 벨로이트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9년 공간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뉴욕, 오사카, 서울 등을 오가며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5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그는 전시뿐만 아니라 덕성여자대학교(1993-1998), 한국예술종합학교(1998-2017) 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개관디렉터(2006-2007),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2017-2019)를 역임하였다. 또한 최근 원앤제이 갤러리 에서의 ‘1+1 소장가의 시선’展(2021)을 포함해 ‘막 긋기’(소마미술관, 2006), ‘잘 긋기’(소마미술관, 2007), ‘Crossing 2003, Korea/Hawaii’(이스트 웨스트 센터 갤러리, 하와이, 2003), ‘Realitive Reality: Korean Media Art Today’(Walsh Gallery, 미국, 2003) 등 여러 미술기관에서 전시를 기획하였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라이트 아트 미술관, 신라호텔, 국방부, 외교부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출처 = 이유진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