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장소 :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상실의 기록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은 쌓여 기억이 된다. 시간이 흘러 기억의 형태는 왜곡될지라도 그 순간의 시간과 존재가 각자의 마음에 담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매일 반복되며 단조롭다는 이유로 중요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결국 상실을 경험하고 난 이후에나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상실은 본디 인생에서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상실의 감정을 직시하고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매순간 창조적인 변화의 기회로 여기며 일상의 가치를 깨닫고 삶의 희망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의 삶과 정서에 밀착된 일상의 모습은 예술과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주제로 언급되어 왔다. 관련하여 철학자 존 듀이는 인간이 속해있는 세계와 상호 교류하면서 생명력을 확충시켜 나가는 리드미컬한 일상이 하나의 경험으로서 예술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 예술은 고상한 영역이 아닌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며 예술은 일상생활의 체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듯 예술은 일상 속 경험으로 체득한 것들과 자신의 인생관 또는 세계관에 따른 총체적인 경험이 기반이 된다. 작가는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통해 이미지를 작품으로 기록해나가면서 주제를 형상화 한다. 그동안 작가의 작업은 일상의 장소나 사물을 그리는 낙장(落張)이라는 주제로 몇 가지 테마가 파생되었다. 이번 전시는 ‘창문 너머의 일상’과 ‘그리워 하지 않을 시간’이라는 두 시리즈를 전개한다. ‘창문 너머의 일상’은 작가가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도시봉쇄 경험 중 큰 인상을 받은 시리즈로, 주로 린넨에 수묵으로 창문 너머의 광경을 그려낸다. 린넨과 수묵의 접목은 동양적인 자연스러움으로 일상의 친근감과 소박함을 전해준다. 또한 화려한 색채나 자극적인 표현기법보다는 수묵과 최소한의 채색으로 담백하고 차분하게 표현한다. 쌓여가는 일상, 빛이 가득한 공간 그리고 잎이 빼곡하게 자라나있는 화분 등 언젠가는 상실할 것들이지만 먹 선 하나에도 먹의 농담과 번짐의 정도에 차이를 줌으로써 먹먹하지만 잔잔하고 평온한 감성을 자극하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워 하지 않을 시간’은 존재와 삶 그리고 그 상실에 대해 생각하며 시각화한 시리즈로,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이나 곧 버리게 될 작가의 물건들을 기록한다. 유사한 색으로 차분히 여러 겹 쌓아올린 물건들의 형태는 선명하지만 상실의 과정을 겪는 듯 화면 너머로 아스라이 사라져간다. 특히 동양화의 흰색 안료인 호분을 사용하여 실재하는 듯 실재하지 않는 듯한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상실의 과정이 더욱 극대화된다. 일상이란 작가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이며 생(生)의 증거이자 벗겨진 허물, 우리의 몸이었던 것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일상의 사물들은 고유한 존재로서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가치로 전환되어가고 그런 물건들을 상실하거나 상실했음을 깨닫는 순간은 그 가치와 관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라 한다. 이는 작가의 창작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며 주변에 산재해 있는 것들,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접하는 일상적 사물 그리고 풍경들은 그날의 순간처럼 잊혀진 또는 잊혀져가는 소재로서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모두의 인생에 있어서 일상 속 상실은 동반자처럼 늘 함께한다. 갖가지 핑계로 상실을 겪는 이 세상 모든 만물과 그 순간은 분명 존재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일상의 순간이 축적되어 세월이 되고 삶을 형성해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모든 과정을 기록하듯 일상 속 상실을 기록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출처 = 갤러리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