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송지혜의 아시아 첫 개인전 <My Knitting Days>가 오는 9일부터 시작됩니다. 송지혜 작가는 평소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틈틈이 스케치하고 내밀한 감상을 그림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노력합니다. 송지혜의 그림은 오늘의 전부를 옮겨 적는 일기처럼 사적이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게 하는 복잡미묘한 감수성을 발휘합니다. 독특하고 사소한 분위기의 인물과 유별나 보이는 사물은 익숙하더라도 옮기는 순간 특별해지고, 낯설게 만들기로 작정하여도 어느새 일상적으로 변모하는 삶의 다면함을 은유합니다.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낯선 몽환의 장르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나의 세계는 작지만, 작은 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작음’을 벗어나 있습니다. 송지혜는 ‘나’에 대한 결론을 유보함으로써 아무도 물어보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나만이 아는 부동의 상태, 세상이 요구한 근사치에 맞추지 않고 나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표현합니다. 그림 안에 내 감정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털어놓는 과정에서 미온한 나를 만드는 불안을 발견하고 슬픔을 숨기고 있는 그늘은 없는지 찬찬히 살핍니다. 이것에 익숙해진다면 삶의 기쁨을 느끼는 일 또한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고독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인물들의 다채롭고 유별난 존재 방식은 작가가 자신을 조명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은 내 안에 고인 작은 울음과 쓸쓸한 성숙함으로 창조된 종료가 있는 아이러니한 최후이자 작가의 아늑하고 예민한 소고입니다. 송지혜의 그림 속 인물들은 휴식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몸짓하고 있습니다. 축 처지고 무기력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지 버튼을 누르고자 하는 주도적인 감각입니다. 늘어져 있는 인물은 실제 무엇인가를 집중할 때나 잠깐 휴식을 취할 때 우리가 어떤 ‘늘어짐’을 경험한다는 사실에 기반합니다. 송지혜의 선언 같은 권태에는 자기를 안위하는 낭만이 있습니다. 무기력해 보이는 인물들의 진실은 다음으로 가기 위한 도약 직전의 상태입니다. 매트리스의 푹신함은 그 속에 있는 스프링의 완고한 내구성과 견고한 탄성 덕분이듯, 그림 속 인물이 멈춰 있고 엎어져 있지만 동시에 생생한 이유입니다. 뜨개질하듯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히 자기 삶을 엮어내고 남다른 시선으로 조직하는 송지혜의 작업은 나 자신과 진정으로 조우하길 바라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의문 부호의 범람에도 ‘나’에 대해 생기 있는 물음과 불편하고 은은한 고민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질문이 좋다면 대답도 좋을 것입니다. 진실을 도둑질하는 불만스러운 질문보다 아주 작은 희망이 있는 질문을 생각합니다. 보폭의 넓이가 경쟁이 아니라 기쁨을 느끼는 속도에 비례하길 바라고, 완전한 교체보다는 약간의 변화에 잘 반응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불편함을 견디고자 고안된 ‘일반화’ 를 하나의 완고한 법칙으로 여기지 않고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나를 살피고 돌보는 진중함을 얻고자 합니다. 온기 가득한 물음표와 희미한 마침표로 완성한 송지혜의 그림이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 상투적이지 않은 회복과 온유한 휴식을 선사하길 바랍니다. (제공 = 갤러리 I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