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장소 :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어떻게 욕망할 것인가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욕망은 인간의 본질로서 가장 근본적인 내면의 심리요소로 작용하여 충동적이며 부족함이 충족되지 않고 뫼비우스 띠처럼 끊임없이 생성된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사는데 욕망이 억압되면 고통을 경험하고 다양한 병리적 증상이 표출되기도 한다. 다만 인간은 사회 집단 속에서 살아가기에 대부분 모든 욕망을 표출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억압하거나 변형시켜 살아간다. 이처럼 욕망은 타자와의 관계로 전제하며 인간은 욕망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외적으로 발전과 풍요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사회가 부여하는 욕망에 집착하는 순간 자기 삶의 주체를 잊게 되어 자기소외에 빠질 염려가 있다. 카트린 방세의 욕망의 심리학에서는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타인의 욕망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욕망은 아이러니하게도 긍정과 부정의 힘이 작용하기에 욕망에 집착하지 않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존재가 욕망의 주체가 되기 위하여 스스로 성찰하고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김수현 작가는 인간존재에 대한 물음과 솟아오르는 욕망을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 투명한 유리잔과 유리잔 너머로 화려한 꽃을 그려 넣는 것은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욕망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욕망을 담는 행위와 합치되어 나타난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온화하고 밝은 색채의 꽃들로 화면 가득 채우는 것인데 이는 생명이 주는 따뜻한 포용력이 안정감과 다채로움을 선사하며 각자의 존재를 되새겨 보게 만든다. 화폭 위 유리잔은 영롱하게 빛나고 주위를 둘러싼 생명력 있는 꽃들은 그 안에서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소용돌이치며 어우러져 섞인다. 이는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증명하고 공존하는 관계의 소용돌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 존재의 순환을 내포하는 의미로 작용한다. 유리잔은 소재 특성상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고 연약하게 반응하지만 엄청난 고온의 열과 엄청난 압력의 과정을 이겨내 견고한 구조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유리잔에 빗대어 수많은 장력을 견디며 만들어진 가장 맑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번 신작 ‘하늘 위 정원 시리즈’는 거대한 행성처럼 보이는 원형의 물체 위로 몽환적인 꽃의 정원이 펼쳐진다. 마티에르 기법을 활용해 어두운 색상의 물감을 거칠고 두껍게 올린 행성의 표현은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꽃들과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렇듯 누구나 과잉된 욕망 뒤에는 순수하고 고유한 정체성이라는 정원을 가꾸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친 일상에 꿈처럼 신비하고도 서정적 감성을 극대화하여 유연한 호흡을 이끌어낸다. 작품의 꽃들은 욕망을 형상화 한 것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소망하는 작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렇듯 작품은 전시공간과 보는 이에게 유동적인 에너지를 선사하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시 관람 막바지에 다할 때 쯤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욕망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본다. 이윽고 자아를 실현하려면 욕망이 선행되어야하며 욕망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비롯됨을 깨닫는다. 작품 속 각기 다른 꽃들의 개성들을 포착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비유해보며 자아의 주체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과 관계를 맺은 주변을 둘러싼 욕망을 돌아보며 근원적으로 결여된 공간을 꽃의 향기로 가득 채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노트 : 보물섬 반짝이는 눈빛. 인간의 희로애락은 하나의 원이 되고, 그 응고체는 변화한다. 그림은 투명 해진다. 곧 사라질 물과 같은 찰나적 삶의 운명에서 영원을 길어 내는 자신을 표현해본다. 자극이 되고, 유혹이 되고, 마음을 사로잡을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생은 가질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무엇도 가질 수 없다는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정기적으로 그 욕망과 소원의 목소리에 귀를 주기만이라도 해야 했다.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에는 행운을 손에 넣으려는 인간 군상의 탐욕과 계략을 통해 인간 내면에 도사린 욕망의 드라마를 생생히 드러낸다. 내가 또 다른 삶의 아름다움과 이미지를 갈망하고 있는 것처럼, 바다 앞에 선 그 역시 운과 찬스가 갖고 있는 매력 아래 굴복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 개인들의 갈망 사이에는 힘들의 긴장감이 있다. 나는 이것을 미시적인 관점에서부터 거시적인 관점까지의 스펙트럼을 다루고자 한다. 현재의 문명은 경쟁구조를 동력 삼아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개인의 내밀한 감정에서부터 집단화된 국가까지. 무엇을 채우려는 인간의 작위를 풍자적으로 웃어넘기며, 존재의 순환을 꿈꾼다. 그림자처럼 항상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욕망과 그 사이의 장력을 에너지로 변환하여 가시적 언어로 드러내고자 한다. (출처 = 갤러리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