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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불이라도 곁에 없으면,
기간| 2022.12.13 - 2023.01.08
시간| 13:00 - 19:00
장소|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Plan B project space)/서울
주소|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377-8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08-1088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밴드 사실무근, 신익균, 이준용, 정영돈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신익균 얼마나 멀리 있었냐 하면
    2022 탄화목, 실리콘, 기계장치 가변설치
    (이미지 출처 =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 정영돈 XXX
    2022 무광지에 잉크젯 인쇄 14ⅹ17.5cm
    (이미지 출처 =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 이준용 사랑했어요
    2022 나무에 혼합재료 29.7ⅹ42cm
    (이미지 출처 =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 			불이라도 곁에 없으면,
    
    정희영 독립기획자
    
    불₁
    
    명사
    
    1.   불이 나는 재앙. 또는 불로 인한 재앙
    2.   거세게 일어나는 감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히는 물체
    4.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여 높은 온도로 빛과 열을 내면서 타는 것
    
    1.
    
               사실 현대작가 작업에선 불의 이미지가 빈번하게 등장하곤 한다. 불에 관한 이미지 중에서도 폭탄, 산불, 촛불, 모닥불, 폭죽 등은 이전에도 많이 나왔던 소재이지만, 이번 전시에서 불의 이미지는 불의 실존적 의미와 결부되어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기획전 <불이라도 곁에 없으면>에서 불의 이미지는 네 가지 변주- 조각, 사진, 드로잉/회화, 영상-로 다뤄볼 것이다.
    
    2.
    
    *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신익균의 조각을 아무리 살펴봐도 무엇하나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조각의 단서를 작품 제목 <얼마나 멀리 있었냐 하면>에서 얻어보려 한다. ‘우리가 이 보석처럼 빛나는 세 개의 관으로부터 얼마나 멀었는지’를 상상하며 이 작업을 바라보는 것이 되려 이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제목을 굴리며 조각을 바라본다. 조명이 비춰지는 공간 왼편에서 탄목에 바른 실리콘이 밝게 빛나고, 조명이 없는 오른편에선 어두운 관처럼 묵직하고 담담하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서서히 회전하는 전동바닥은 작업이 갖는 물성을 양가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보석처럼 빛나는”과 “관”의 대비를 선사한다. 
    
               신익균의 조각은 아주 아주 먼 거리에서 보았을 때 ‘불이라는 재앙’이 다가오는 감각을 환기한다. 화마와 함께 다가오는 죽음이 멀리선 마치 빛나는 보석처럼 인지되는 혼란스러운 순간을 보여준다. 신익균의 조각에 새겨진 그늘과 빛을 오래토록 바라보고 싶어지는 것은 번쩍이는 보석의 그늘과 관이라는 죽음의 빛 사이에서, 그럼에도 대면해야 하는 진실을 알리기 때문이다. 작업은 우리가 부재했던 그 자리들로 돌아가게 한다. 작가는 자신이 재앙이라는 불 혹은 죽음이라는 빛으로부터 상당히 먼 위치에 있었음을 고백하는 동시에 활활 타들어가 재가 휘감은 나무에 실리콘을 발라 더 이상 연소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였다. 불로 인한 재앙만큼은 누구에게도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
    
               신익균에게 있어 불이 먼 곳에 있는 재앙을 암시한다면, 이준용에게 있어 불은 아무리 진정시키려 해도 ‘성난 불도깨비처럼 휘휘 날뛰는 감정’이리라. 그의 그림엔 기다림,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 쓸쓸함과 같은 마음이 쓰러져 있다. 그는 종이, 나무, 캔버스 따위 위에 자신의 슬픔을 채색한다. 거칠게 뒤엉킨 마음들(<시간을 멈추려고 시계를 고장냈어요>, 2022), 응답없는 기다림의 시간들(<월드컵 16강에 진출하던 순간 나는>, <납골당 가는 길>, 2022), 아스라지는 마음들(<봄이 싫어서>, <미학적인 삶>, <국도에서>, 2022), 주체할 수 없는 분노들(<누구도 네 마음에 함부로 침입할 수 없다>, 2022)이 그의 그림에 모여있다. 
    
               이준용의 그림은 아름답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은 우리의 심장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려 울림을 만들어 가는데 연기처럼 사라진 희망 뒤에 남겨진 허름한 마음들, 그 마음들이 길어 올린 슬픔은 도무지 낯설지가 않다. 쉴 곳을 잃어버린 추억들 사이에서 자신의 슬픔을 껴안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 슬픔이 가벼웠기 때문이리라. 그는 무정한 빛을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 사람, 되려 너무나 무정했다고 꾹꾹 눌러 조용히 말하는 사람이다. 
    
               걱정을 멈추고 세상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슬픔은 난로 위 물주전자처럼 흘러넘친다. 그 물에 젖은 종이는 누구의 손끝하나 베지 못하고 스스로 찢어질테지, 소박한 재료들 사이에서 무엇으로 완성될지 모른 채 그린 그림에 대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면서(<사랑했어요>, 2022). 
    
    ***
    
               정영돈은 ‘어둠을 밝히는 물체’인 태양과 사진의 원리를 접목시킨다. 사이클로라마 벽 구조물을 활용한 < 일몰(출)의 궤도를 위한 >, < 일출(몰)의 궤도를 위한 > 작업이 그러하다. 두 작업은 필름사진을 스캔하여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편집한 후에 피사체인 태양(빛)을 사진에 노출시킨 결과물이다. 작가는 정적인 사진 위에 영원히 멤도는 태양의 궤적을 두 번 호출하여 엑스(X) 자욱을 완성한다. 대칭을 이루고 있는 두 작업에선 무언가를 거절 혹은 배제하려는 듯한데 우리의 선입견과 달라 이는 사실 태양의 일몰과 일출이 남긴 자국이란 점에 있어 다분히 중립적이다. 
    
               <일몰(출)의 궤도를 위한> 사진과 <일출(몰)의 궤도를 위한> 사진을 둥글게 이어 말아 완성한  작업은 무한함을 상징하는 기호(∞)와 닮아 있다. 태양의 궤적이 완성한 기호는 끝없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이와 달리 작가의 아버지가 찍은 필름사진 속 시간은 모두 멈춤 상태다. 사진의 일시성 그리고 무한히 반복하는 일몰과 일출의 영원성이 대조되어 작가의 세 작품은 순간과 영원, 편견과 중립을 다룬다. 
    
               작가가 가족사진을 활용한 것은 부모님의 결혼식, 자식의 돌잔치, 가족여행 등 흔한 사진을 통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바로 그 경험을 떠오르도록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태양의 궤도처럼 개인의 하루하루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특별한 매일을 다정히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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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이 오지 않는 밤,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다섯 명의 작가(김동규(보컬), 김자윤(드럼), 박종일(기타), 신익균(베이스), 조재홍(기타))들이 소리를 하나 둘 씩 포개어 음악을 완성한다. 이 땅의 가장 짙은 어둠 위에 내린 닻, 밴드 사실무근의 <다 카포> 영상을 소개하려 한다. 밴드 사실무근은 ‘빛과 열을 내며 타는 물체 또는 그 현상’이라는 불의 가장 단순한 속성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이들은 순순히 까마득한 어둠으로 향한다. 
    
               사실 어둠은 향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것이다. 밤은 이 세계의 폭력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이들은 기다린 듯 끈적이는 밤을 찾아간다. 담을 넘어 달려가는 사람들, 사회의 질서에 따르지 않을 순 없어서 뱃속에 들끓는 마음을 숨기고 뛰어가는 사람들과 이 밤을 불태우려 한다. 물론 새벽이 찾아오면 야구장에 모인 팬들도 월드컵을 응원하는 국민들도 흥이나서 춤을 추던 군중들도 바람을 만난 톱밥처럼 금새 흩어져갈테지. 그러면, 어두컴컴한 밤은 황혼을 삼키며 다시 찾아오겠지. 
    
               작품 제목인 다카포(da capo)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뜻의 연주용어이다. 단순하게 적어보자면, 이 작업은 밤에 기대어 잠들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다시 또다시 밤과 새벽을 오가며 처음인 듯 살아보자는 이야기이다. 예컨대, 겨울이 오고 해가 지고 불이 꺼질 때마다 각자의 서로 다른 이유로, 서랍장에 있는 성냥 한 개피 챙겨서 피우자는 이야기. 그런데 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스라져야 하는 불의 끝자락을 사랑하자는 말로 들려온다. 격하고 뜨겁게 얹혀진 황홀한 소음들이 이 밤을 울린다.
    
    3.
    
               낮게 가라앉은 공기 너머로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빛과 연기. 이 세상엔 무한한 불이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불은 무너뜨릴 수 없는 삶의 기반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 사물이지만, 불을 나열하려던 의도는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 무엇보다 그런 전시 따위는 불이 타오를 때 행복과 불행이 번갈아가며 찾아오는 당신의 심장에 조금도 가닿지 못할 테다. 그러니 기획자의 불을 의심하고 거부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는 셈이다. 이 전시 바깥으로 불이 나가기를, 제각각 고운 두 손으로 지펴서 불을 피워내기를 소망한다. 불이 불을 불러 불 불게 하기를 바라고 바란다. 
    
               네 작가/팀의 작업이 어둠 속에서 작가들이 내지르는 막막한 외침, 설움으로 보여지는 것은 빛으로 서로를 비추어주는 시대가 끝난듯하기 때문이다. 빛을 내면 낼수록 찾아오는 아득한 밤의 시대가 찾아왔다. 그러니 불이라도 곁에 없으면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무수한 날벌레를 껴안지 못했을테지. 
    
    이토록 추운 겨울, 불이라도 곁에 없으면. 
    
    
    기획 : 정희영
    주최 및 주관 : 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출처 = 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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