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파도의 43번째 실험전 <워크 & 토크>가 12월 28일부터 1월 10일까지 진행됩니다. 풍경의 꺼풀을 한 겹씩 걷어내면 추운 겨울이 되어 지난 여름날의 산책을 되돌아본다. 차가워진 공기 탓에 무더웠던 날의 감각을 떠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여름에 시작하여 가을에 끝나기까지, 이경민과 임성희는 한 달에 한 번의 산책을 함께했다. 이번 전시에서 두 사람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의 경험을 그린 그림이 서로 교차하는 방식을 실험한다.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계절의 감각을 끄집어내어 각자가 회화를 다루는 방식으로 지난 산책을 돌이켜본다. 두 작가는 몸으로 받아들인 풍경을 그린다. 걸으며 마주하는 빛과 색의 미세한 진동은 눈보다는 몸으로 발견되는 법이다. 둘은 관찰자의 위치에 있기보다는 ‘나’와 풍경 사이 경계가 흐려지는, 눈으로 잡아둘 수 없는 몸의 감각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후덥지근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목욕하는 참새의 날갯짓,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의 대비되는 색에서 움직임을 살핀다. 그리고 몸으로 읽어낸 그날의 풍경에서 몇 가지 것들만 남긴다. 마치 여러 장의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셀 애니메이션의 투명한 필름을 하나씩 분리하듯, 작가의 몸을 거친 풍경은 한 겹씩 그 층을 걷어낸다. (…) 몸으로 느낀 풍경을 회화로 옮길 때, 이경민과 임성희는 평면의 캔버스에 투명한 부피를 얹어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분명 산책하며 나누었던 그날의 대화와 감정도 그들의 그림 안에 보이지 않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가 차츰 따뜻해지는 날이 오면 두 작가가 이 전시의 풍경을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보게 될지 궁금해진다. 글 : 김재연 -전시서문 중 (출처 = 공간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