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장소 :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비정형의 기록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고 해도 걱정과 후회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무료함과 상실감에 빠졌던 그 순간이 큰 축복을 받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과거를 받아들여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기도 하고 새롭게 발견하기도 하며 보통의 오늘을 보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모든 날이 특별할 수 없고 영원한 행복이 없다는 사실은 현재에 더 집중하게 해준다. 이는 언제든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김규원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삶 속에서 경험한 시간들을 수집하고 기록하여 새로운 조형언어를 획득함으로써 평범한 나날을 추억하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작가는 본인의 내면의식에 잠재되어있는 비정형 형태를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을 시도한다. 이는 평범한 하루가 기억할만한 하루로 대체되길 바라는 당시의 감각을 재현하고 자하는 인간의 순수한 삶의 욕구를 섬세하게 드러내며 내면세계의 감정을 리드미컬한 형태와 각각 대비되는 색채로 분출한다. 비정형 형태의 종이 위 선의 움직임과 반복적인 터치는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가 되고 무수한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전달한다. 터치의 중첩과 차이가 만드는 음영은 작품에서 또 다른 회화적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써 감상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종이를 찢거나 반듯하게 잘라 조각내어 다시 맞추고 구부리거나 접는 행위를 통해 평면에서 느낄 수 있는 단조로움으로부터 탈피하여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작품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다. 이러한 표현으로 분할된 부분은 시간의 경계 또는 일상의 단편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시간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문득 아스라한 그리움이 떠오른다. 대표작 중 ‘단위 : 순환’은 분할된 면과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선의 색채가 서로 대비되고 어우러져 화면을 추상적으로 구성한다. 검은 색상의 방향감을 가진 모양의 형상이 화면을 대담하게 가로지르고 있으며 짙고 거칠게 그어진 선들로 인해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빠른 속도감과 격렬한 운동감이 느껴진다. 반면 그 주변은 비교적 정돈된 선들로 중첩한 흰 막이 감싸고 있어 움직임을 느리게 하고 공간을 고요하게 만들어 일종의 안도감을 심어준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재가 지닌 힘을 전달하는 매개체로도 해석할 수도 있으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비일상적인 상황에서의 대립이나 욕구를 조절하는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작품은 한 인간의 순환하는 삶 자체를 연상시키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굳건한 화면으로 자리한다. 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들은 즉흥성과 직관, 감성과 정서를 기반으로 완성되며 그 원동력이 일상의 평범함임을 깨닫는다. 반복되는 평범한 삶이 주는 허무함과 무료함은 결국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지금 이 순간 나의 존재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는다. 비정형 형태의 순수한 이미지들은 복잡한 현실과 삶의 갈등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일상에서 산만한 생각들을 침묵시키는 명상의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작품을 통해 내면의 자기와 마주하고 축적된 시간 속 경험한 일상을 사유하다 보면 삶의 새로운 방향과 의지가 충만하게 채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현재를 표현하고 특별히 추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에는 우리를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출처 = 갤러리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