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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Gone Home
기간| 2023.02.10 - 2023.02.23
시간| 14:00 - 20:00
장소| 별관/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4-62/2층
휴관| 휴관일 없음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강병찬, 김지윤, 나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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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우주의 이타카에서
<Gone Home>은 지구 종말로부터 시작한다. 지구의 멸망을 앞두고 세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 선택은 선택 후에 있을 결과를 생각하며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미래의 시간을 전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선택들은 지구 종말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예감하고 있다. 이때 지구의 죽음 이후 펼쳐질 인간의 시간에 대한 상상은, 지구를 집으로 여기기에, 그리고 인류는 집으로부터 떠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언제부터인가 인류는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닌 새로운 집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구는 이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집이다. 지구를 떠나는 방법도 인류는 차츰 알고 있다. 2023년 오늘, 지구의 멸망이라는 테마는 믿기 힘든 픽션이나 먼 미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전시는 종말의 현장에서 쓰인 이주의 서사이다. 지구라는 행성을 공동의 집으로 둔 채, 세 명의 작가는 우주의 이방인이 되었다.
우선, 김지윤은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쪽이다. 그는 기꺼이 집을 떠나 우주 속으로 힘차게 잠수한다. 그에게 우주는 오랫동안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떠나온 집 대신 도착할 집을 바라본다. 그가 남긴 기록에는 새로운 터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교차한다. 그가 예전의 집인 지구에서 함께 지낸 사람들의 얼굴을 새로운 터전인 우주의 까만 밤하늘에 별자리로 남겨 놓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C.S.Y>, <C.S.B>), 그의 시간은 과거를 고정된 추억으로 남긴 채 미지의 미래로 향해갈 것이다. 반면, 강병찬의 이주는 피신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우주로 대피한다. 생존을 위해 무너져가는 집으로부터 도망친 것이다. 그에게 있어 우주는 새로운 발견이면서 극복해야 하는 공간이고 지구는 재난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안온했던 집이기도 하다. 일상과 재난, 설렘과 그리움이 우주의 진공 상태를 어지럽게 채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의 집이 지구에 남기고 온 과거의 파편들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지구는 폐허가 된 후다.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그는 새로운 집을 찾기 위해 자꾸만 과거를 뒤돌아보며 표류하고 있다.
앞선 두 작가의 선택이 지구 바깥에서 인간의 시간을 이어간다면, 나예은은 인간의 시간을 지구 안에서 마치기로 결정한다. 다만, 그의 선택은 단순히 지구 종말과 함께 죽음에 이르는 회의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동과 진보, 침략과 정복이라는 인간의 역사를 거부한 성찰적인 선택에 가깝다. 마지막까지 남은 지구의 원주민이 되었을 때 그는 인류의 역사 안에서 오히려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지구에 혼자 남은 인간의 시간은 종말을 변곡점으로 하여 자연과 과거로 회귀한다. 잔존하며 쓰이는 이 이주의 서사에서 미래와 과거, 죽음과 탄생, 문명과 자연은 어슷하게 붙어있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이주 서사이지만, 우리는 이 앞에서 하나의 결정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어찌 되었던 간에, 혹은 그렇기 때문에, 지구는 인간의 집이라는 것이다. 지구 종말의 상황은 ‘집’이라는 개념을 행성적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인류는 지구라는 공통의 고향에서 기원하게 되고, 집의 상실이라는 시급한 명제 앞에 도달하게 된다. 상실을 목전에 두고서야 우리는 우리를 동향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제, 이 이야기의 제목인 <Gone Home>으로 돌아가 보자. 집으로 돌아갔다는 의미에서 귀향으로 해석되는 이 제목을 동시에 ‘사라진 집’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까? 집으로 돌아갔으며, 집은 사라졌다. 떠나야만 인식할 수 있는 곳, 잃고 나서야 그리워할 수 있는 곳, 종말 앞에서야 감각할 수 있는 곳, 한번 떠난 후 다시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예전의 그것이 아닌 곳, 집은 그렇게 타지와의 관계 속에서만 형체를 드러낸다. 지구는 이제 우주와의 관계 속에서 ‘돌아간’, 혹은 ‘사라진’ 집이 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집을 벗어났다(별관/OutHouse).

“사람들은 더 이상 고향을 필요로 하지 않기 위해 고향을 필요로 한다.” - 장 아메리, <죄와 속죄의 저편> 중

_이하림


글 : 이하림
사진 : 안부
후원 : 한성대학교

(출처 =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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