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K의 이름
기간| 2023.02.16 - 2023.04.01
시간| 10:00 - 18:00 *토 12:00 - 19:00
장소| 아트센터 예술의시간/서울
주소| 서울 금천구 범안로9길 23 (독산동)/예술의 시간
휴관| 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6952-000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맹성규, 민진영, 배지인, 임윤경, 현세진, 황예지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전시전경

    (이미지 제공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태어남과 동시에 소속되는 공동체, 가족은 단순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저마다 다른 가족 이야기가 있고, 어떤 모습이든 각자의 근원이 되는 그곳이 있다. 《K의 이름》은 가족 공동체 안에서 성장한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전시 제목 《K의 이름》에서 K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 the castle』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가져왔다. 성의 부름을 받은 측량사 K는 정작 성에 접근하지는 못하고 근처 마을에서 기약 없이 머무르며 자신이 왜 거기에 있는지 알고자 한다. 공동체는 주로 역할로 존재를 규정하지만, K는 마을이 요구하는 역할의 규칙이나 기대에 부응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카프카의 또 다른 작품 『가장의 근심』에 등장하는 ‘오드라덱(Odradek)’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존재다. 오드라덱은 ‘형체를 알 수 없이 마구잡이로 헝클어진 무엇’으로 묘사된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집 안을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으나, 가정의 질서를 세우고 자녀들을 책임져야 할 가장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근심은 없다. 카프카의 소설 속 ‘오드라덱’과 ‘K’는 그의 작품 『변신』에서 드디어 흉측한 해충이 되어 등장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젊은 아들이, 어느 날 아침 자신이 한 마리 벌레로 변해 있음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가족 안에서의 개인의 자리, 그리고 현대사회의 핵가족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에 다다르게 한다.
    
    《K의 이름》은 프란츠 카프카의 몇몇 소설들로부터 키워드를 찾았다. 카프카의 세계에서 메타포로서 유영하는 K-오드라덱-흉측한 해충과 같은 존재들을 통해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가족 공동체 기저에서 교묘하게 작동하는 지금의 현실을 보고자 한다. 그리고 사랑과 책임을 전제하는(한다고 가정하는) 가족 관계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는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묻고자 한다.
    
    맹성규, 민진영, 배지인, 임윤경, 현세진, 황예지는 그들 각자가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들은 탈(脫) 가족을 시도하거나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며, 다시 가족에게로 파고드는 시도를 이어가기도 한다. 여섯 명의 작가는 현대사회 핵가족의 한 구성원인 K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K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그의 가족에 관한 숨겨진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기를 권한다.
    
    가족의 개념을 정서적으로 접근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의 결혼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경제적 관계의 성립이었다. 사회관계망 안에서 벌어지는 재해, 사고, 불행 등 모든 일들에 있어 개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집안’이었던 시대에는 사람이 ‘개인’으로 존재한다기보다 ‘가家’의 일부로 존재했다. 종족, 씨족 개념의 ‘패밀리’가 경제 공동체로서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감당했다면, 근대에 와서는 핵가족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 핵가족은 스위트홈 판타지와 맞물려 그 형태가 더욱 단단하게 완성되었는데, 자유로운 연애를 통해 결혼 상대를 고르고, 가족을 이룬다는 사고방식이 핵가족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가족 안에, 이전에는 없었던 애정 관계가 성립되면서 가족은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집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완성은 사랑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집이다. ‘사랑’과 ‘집’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는 스위트홈의 필수 요소이다. 현대 핵가족의 모습과 그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을 비추어 볼 때,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가치 기준의 변화가 가족에 대한 가치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18세기 이후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발달이 가족 간의 유대를 약화시켰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자유주의시대, 산업화시대 이후 가족의 유대감과 결속은 약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팽배하다. 가족 의식도 결국엔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며, 학교의 등장으로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가족 의식으로 나아가게 한 동력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근대에서 승리한 것은 개인이 아닌 핵가족이 아닐까? 남편-회사, 아내-가정, 자녀-학교 세 기둥의 순환 구조는 근대 산업사회를 받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가장 혼자만의 노동으로 가족을 풍요롭게 부양하기 어려워졌으며, 임금만으로 가족 단위의 생활을 충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와 불안의 증폭은 어떤 형태, 어떤 속도로 나의 가족에게 닥칠 것인가.
    
    관계는 점차 좁아지고 집중되었다. 초연결 시대의 전 세계적 연결망 속에서는 촘촘하고 빠른 관계망을 경험하면서도, 정작 한 개인의 실제적 관계에서는 일 촌 이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를 보여주고, 맡길 수 있는 관계의 경험이 가능한 곳이 집이고 가족이다. 이러한 안정적 경험으로의 집중은 핵가족 외의 관계들, 예를 들어 엄마, 아빠, 자녀 1-2명으로 구성된 가족 밖으로 손을 뻗지 못한다. 따라서 더 넓고 깊은 관계가 형성되는 경험이 부재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에너지 대부분을 가족이 흡수한다. 한편, 핵가족 안에서 공유하는 경험이 주로 ‘외식’인 것을 생각할 때, 현재의 가족은 소비하는 것, 필요를 돈으로 채워주는 것 외에 더 깊은 방식의 관계 맺음이 부자연스러운 문화를 누린다. 핵가족은 경제적, 사회적 에너지를 내부로 가져와 서로를 먹이고 쓰다듬는 일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들뢰즈Deleuze-가타리Guattari의 자본주의적 가족의 해석4)에 따르면, 가족이나 욕망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친밀감을 담보로 하는 사적인 영역이다. 이를 전제로 핵가족은 침범하거나 건드리면 안 되는 ‘신성한 가족’이 된다. 이 지점에서 핵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소유의 메커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정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독점할지, 부모로부터 인정받고자 시달리는 인정 욕망과 연결되는 소유적 경험이 우리 안에 결핍을 장착시키고,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욕망을 해결하려는 순환은 존재적 결핍을 핵심에 두고 자본주의의 핵심인 소비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존재적 결핍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질문에 다다른다. 나는 작은 인간에서 큰 인간으로 성장했는가, 아니면 작은 아이에서 큰 아이가 된 것인가.
    
    이 시대는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고 판단할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의 판단 기준은 오로지 경제적 독립의 여부이다. 사람 구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회에서 쓸모 있는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 규범의 역할이 자본주의적 시스템 안에서 그 가치를 상실한 시대에서는 한 인간의 성장을 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모호해진다. 이로 인해 스스로 벌어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와 결합된 결과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든지, 그 일로 돈을 벌고 있는가라는 질문만 남게 된다. 독립에 대한 질문은 경제력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되고,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칸트Immauel Kant는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여 스스로 생각할 때 모든 외부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사유하는 주체, 즉 계몽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인은 자신의 경제력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모든 외부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 즉 독립적 생활의 주체가 된다는 착각에 빠진다.
    
    카프카는 아버지와의 관계 안에서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자신의 여러 소설에 비유적으로 심어 놓았다. ‘돈이 안 되는 글쓰기’는 끊임없이 아버지에 대항하거나 주변에 머무르는 그 만의 방식이었고, 이는 아버지를 향한, 당시 독일 사회를 향한, 그리고 작가 자신을 향한 존재론적 질문들로 이어졌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자신의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쓴 것이며, 평소 마주하고 토로할 수 없었던 것을 글로 적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카프카는 아버지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신의 가족관계 안에서 자신만의 작은 왕국을 건설한 아버지를 보았다. ‘가족’이라는 대의를 지킨다는 명목은 어떤 탐욕과 위선도 ‘도덕’으로 위장될 수 있었다. 넘어설 수 없는 가치, 벗어날 수 없는/벗어나지 않은 그늘이었던 아버지를 향한 글쓰기는 그의 소설 도처에서 ‘아버지-나’의 은유와 상징으로 드러난다. 『성』에서 K는 성에 진입하지 못한 채 성 주변을 배회한다. 하지만 그가 주변에서 존재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힘없이 포기하거나 주저앉은 모양새가 아니다. 『공동체』에서 다섯 친구는 그들에게 다가오는 여섯 번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밀쳐내도 여섯 번째는 다시 온다. 『변신』에서 흉측한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르는 아버지에게 굴복하지도 않고, 공격하지도 않는다. 아들의 변신은 가족들을 변신하게 만들 뿐이다. 카프카의 소설 속 아들들은 집을 박차고 나가거나 상황을 전복시키지 않는다. 다만 많은 ‘발을 쳐들고 방 안을 기어 다니기로 결심’한다. 점차 방 안의 벌레가 아들/오빠가 아니라는 합의에 이르고, 경제적 상황과 흐름에 자신들을 맡긴 채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이 가족은 현시대의 인간이 처한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엿보게 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딸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이다.
    
    카프카는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구원은 타인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했다. 그는 반드시 ‘나’라는 견고한 세계를 박차고 나가야만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독립적 존재가 된다는 결론으로 우리를 이끈다. 카프카의 이 말은 핵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한 개인이 진정으로 독립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의 말에 담긴 철학은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환원되는 이 시대에 한 인간의 진정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잃어버린 우리의 지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벌판을 가로질러 와 주위를 둘러본다. 내 아버지의 해묵은 뜨락이다. 한가운데 작은 웅덩이, 쓸모없는 낡은 가구 등이 잡동사니로 나뒹굴어 다락방 올라가는 계단으로 난 길을 바꾸어 놓고 있다. 고양이가 난간 위에 도사리고 있다. 언제던가 노느라고 막대기에 매어 놓은 찢어진 수건 하나가 바람결에 펄럭이고 있다. 내가 돌아왔다. 누가 나를 맞아줄 것인가? 누가 부엌문 뒤에서 기다리는가?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저녁 식사 때 마실 커피가 끓고 있다. 그대는 아늑한가, 집에 있는 양 느껴지는가? 모르겠다. 아주 애매하다. 내 아버지의 집이기는 하지만 물건 하나하나가 그 나름의 용무에 골몰하고 있기라도 하듯 냉랭하게 서 있다. 그들의 용무를 나는 더러는 잊었고 더러는 알았던 적이 없다. 내가 그것들에게 무슨 소용이 닿겠는가. 내가 그것들에게 무엇이겠는가. 내 비록 아버지의, 늙은 농부의 아들이라 해도 말이다. 나는 부엌문을 두드릴 엄두도 못 내고 그저 멀리서 귀 기울이고 있다. 그저 멀리서 선 채로 귀 기울이고 있다. -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귀가」중
    
    (출처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팸플릿 신청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 - 팸플릿 신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부 이상 신청시 상단의 고객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확인
    공유하기
    Naver Facebook Kakao story URL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