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김태균은 그래서 역사를 소환했다. 아마도 그가 독일에서 문화접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심하지 않았으면 귀국 후 이런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리를 두고 낯설게 살펴야만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과거 17세기 프랑스에서 미술 아카데미가 설립되며 역사를 소재로 한 그림이 최고의 장르로 대두되었던 이유를 다시 살피게 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화가들이 길드에 소속된 장인의 지위를 벗어나 후원자인 왕실 귀족과 지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던 열망과 회화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학처럼 알레고리적인 구성을 통해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는 견해가 반영된 것이다. 작가 김태균은 아카데미 전통에서 역사화를 그리던 화가들처럼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도 작가이기에 전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이 사회의 기억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원임을 잊지 않고 있다. 현실은 어떠한지 되묻게 된다. 장소성을 상실한 시대에 미술은 어떠한가? 그의 작업을 살피면 살필수록 과거 역사화 歷史畵 같이 교훈적이지는 않지만 '지금·여기'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박춘호